[‘현대판 허생전’ 카카오T①] 택시시장 장악 후 ‘내맘대로’ 콜비 인상
업계 반발 논란되자 수수료 인상안 백지화
수급 균형 중요하지만 지배력 남용 우려
대안 없는 플랫폼 시장 규제 검토 목소리
이용자와 택시를 중개하는 플랫폼 사업자 카카오모빌리티가 또다시 서비스 요금 인상을 들먹이고 있다. 3년 전에도, 올해도 정부 제재와 시민단체 반발로 인상폭을 낮추긴 했으나 콜비 인상 논란은 언제든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택시 시장 지배력이 커지고 우버·타다 등 경쟁자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카카오의 이런 독과점 행태를 ‘허생전’에 빗대고 있다. [편집자]
IT기업 카카오가 이른바 ‘콜비’로 불리는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 이용료 인상 폭을 조정키로 했다. 스마트호출비를 최대 5000원까지 탄력적으로 받으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이전 수준(최대 2000원)만큼만 받겠다는 것이다. 택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가 콜비 인상 명목으로 사실상 택시요금을 인상한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한발 뒤로 물러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그동안 정액제(최대 2000원)로 운영해오던 스마트호출 서비스를 수요 공급에 따라 탄력요금제로 변경하겠다고 지난 2일 밝힌 바 있다. 택시를 부르는 이용자가 몰리면 웃돈을 줘야 배차하겠다는 것이다. 콜비는 ‘0~5000원’으로 서울시 택시 이용자는 기본요금(주간 3800원, 심야 4800원)보다 많은 요금을 콜비로 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택시연합회와 시민단체 등이 이에 반발했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등 택시 연합회 4개 단체는 13일 성명을 내고 “마땅한 경쟁자도 없이 직영과 가맹, 중개사업까지 택시산업 전체를 좌지우지하며 권력을 움켜쥔 플랫폼 독점기업의 횡포가 극에 달한 모습”이라며 “일방적인 호출요금 인상을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카카오는 스마트호출 이용료 한도를 최대 2000원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플랫폼 사업자라 '요금 인상'은 신고만 하면 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전국 택시기사 25만명 가운데 카카오T(카카오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에 가입한 이용자는 23만명으로 90%가 넘는다. 7월 기준 앱 가입자 수는 2800만명, 카카오T 앱을 통해 택시를 이용하는 사람은 월간 이용자 수(MAU) 기준 1072만명에 달했다. SK텔레콤에서 분사한 티맵모빌리티와 우버의 합작법인 ‘우티’가 택시 시장에 발을 내밀었지만, 월간 이용자 수 기준 카카오T의 1% 남짓해 경쟁상대로 보기엔 어려운 수준이다.
그런데도 카카오모빌리티의 서비스 요금 인상을 제재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업체가 아닌 플랫폼 사업자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택시요금은 정부의 주요물가 안정 품목 중 하나로 요금을 인상하려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엄격한 심의를 거쳐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택시업계가 요금 인상을 요구하더라도 시의회에서 먼저 논의하고 본회의에서 이를 통과시켜도, 서울시 물가대책심의위원회와 택시정책위원회의 심의까지 거친다. 물가와 직결되는 만큼 시민들의 의견도 수렴해 택시요금 인상이 결정된다. 요금 인상을 두고 길게는 수년간 논의가 진행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플랫폼 사업자인 카카오모빌리티는 콜비 등 수수료를 인상할 때 국토교통부(국토부)에 신고만 하면 된다. 지난 4월 규제를 완화한 여객자동차법을 시행하면서 플랫폼 사업자는 신고만으로 수수료를 인상할 수 있게 됐다. 여객자동차법에서 인정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플랫폼과 차량을 확보해 직접 유상운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입 원’(플랫폼 운송사업), 플랫폼을 확보해 가맹점에 의뢰해 여객을 운송하는 ‘타입 투’(플랫폼 가맹사업), 플랫폼만 가지고 이용자와 택시를 중개하는 ‘타입 쓰리’(플랫폼 중개사업)가 있다. 카카오T 스마트호출은 플랫폼 중개사업에 해당한다.
국토부가 공유 플랫폼 운송 서비스 ‘타다’를 막으면서 플랫폼 사업자를 달래기 위한 정책으로 내놓은 당근책이었는데, 사실상 택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의 ‘내 마음대로 요금 인상’을 허락한 우대권이 된 셈이다.
카카오, 수수료 인상 논란 언제든 재발 가능성 잠재
다시 3년이 지난 지금 최대 5000원의 콜비를 받는 탄력요금제로 발표하고는 논란이 커지자 원점으로 돌렸다. 이런 재발 문제 때문에 일각에서는 카카오 측의 택시사업 최종 목적이 이용료 인상을 통한 수익 확대로 보고 있다. 언제든 이용료 인상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카카오의 수수료 인상 방식에 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7월 20일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며 “모바일을 통한 택시호출 서비스가 일상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자의 시장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과도한 중개수수료를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가 택시 시장을 장악하고 있음을 고려하면 사실상 카카오의 시장 지배적 지위를 이용한 요금 인상을 가리킨 셈이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타다를 막으며 더 많은 타다 서비스가 나오게 하겠다더니 사실상 카카오의 독점 시장을 만들어준 꼴”이라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를 보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현대판 허생전' 카카오T ②] 우버·타다엔 철퇴…시민 부담만 가중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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