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듣는 게 편해요”…오디오로 피로감 푸는 MZ세대
스포티파이, 세계 18개국 MZ세대 9000명 설문
시각 콘텐트보다 오디오 콘텐트로 스트레스 풀어
M세대는 진행자와 유대감, Z세대는 ‘빗소리·새소리’
“Video killed the radio star(비디오가 라디오 스타를 죽였어요)”
1979년에 발매한 영국 밴드 가수버글스의 노래 제목과 가사처럼, 한동안 오디오 콘텐트는 시각 콘텐트에 밀려 한물간 콘텐트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그 흐름이 변화하고 있다. MZ세대가 오디오 콘텐트를 찾고, 이에 디지털 플랫폼사들이 앞다퉈 오디오 서비스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글로벌 오디오 플랫폼 ‘스포티파이’가 미국, 캐나다, 스페인, 독일, 프랑스 등 세계 18개국 MZ세대 9000명을 대상으로 ‘2021 MZ 문화 트렌드(2021 Culture next)’를 설문 조사한 결과를 공개했다. 스포티파이가 실시한 조사에서 M(밀레니얼)세대는 26~40세이고, Z세대는 15~25세로 구분됐다.
흥미로운 결과로, 두 세대 모두 과반수가 오디오 콘텐트를 시각 콘텐트보다 건강에 도움된다고 여기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오디오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특히 연령층이 낮은 Z세대는 오디오를 청취하며 외로움을 덜고, ‘비 오는 소리’ ‘새 소리’ ‘바닷소리’ 등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소리인 ‘엠비언트 사운드’를 들으며 정신적 건강을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6~40세인 M세대는 오디오 콘텐트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여겼다. 또 M세대는 Z세대보다 오디오 콘텐트 진행자를 친구처럼 느끼고 강한 정서적 유대감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이슈도 오디오 콘텐트로 접한다. 두 세대 모두 50% 이상이 신문과 TV와 같은 전통 미디어가 아닌 팟캐스트와 같은 오디오 콘텐트로 사회적 이슈를 더 많이 접한다고 답했다. 특히 M세대 62%와 Z세대 52%는 오디오가 TV, 신문, 잡지 등 전통적인 매체보다 다양한 시각을 키워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 정보 신뢰도는 전통 매체가 높은 것으로 나왔다. 전통 미디어보다 팟캐스트를 더 신뢰한다는 답변으로는 MZ세대 모두 40% 수준에 그쳤다.
국내는 오디오북 ‘윌라’ 이어 네이버·카카오까지 나서
오디오 콘텐트에 발길을 돌리는 젊은 세대가 늘자, 디지털 플랫폼사들도 잇달아 오디오 사업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2008년부터 시작한 세계 최대 오디오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는 2019년에 팟캐스트 기업 ‘김릿 미디어’와 ‘앙코르’를 인수하며 음원을 넘어 전반적인 오디오 콘텐트 사업으로 확장하고, 아마존과 애플 역시 팟캐스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2019년부터 24시간 방송하는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나우’를 출시했고, 이에 질세라 카카오는 올해 7월 오디오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음(mm)’을 내놨다. 또 이보다 앞서 2018년에 선보인 국내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도 있다. 책을 읽어주는 오디오 콘텐트를 제공해 윌라는 2019년 가입자 33만명에서 지난해 106만명으로 껑충 뛰는 등 소비자 호응을 얻고 있다.
디버전스 시대에 부활한 이어폰과 오디오 콘텐트
전문가들은 오디오의 화려한 부활에 대해, ‘이어폰’ 기술 발전이 불러온 미디어 디버전스(컨버전스 반대말로 본래 기능에만 충실한 형태) 흐름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미디어 방향은 기기의 기술 발전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며 “애플의 아이패드 등장이 시각 콘텐트인 유튜브 사용을 증가시켰다면 최근 출시되는 기술력 좋은 무선 이어폰, 무선 헤드셋 등이 청각 콘텐트인 오디오 플랫폼 사용을 이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그는 “시각적 디지털 콘텐트에서 피로감을 느낀 이용자들이 음질이 선명한 오디오 전문 플랫폼을 통해 고음질의 소리를 들으며 쉬고 싶어한다”며 “유튜브를 통해 화면은 보지 않고 소리만 듣는 ASMR 비디오에 열광하는 젊은 세대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오디오 콘텐트 시장은 더욱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에 따르면 글로벌 오디오 콘텐트 시장은 2019년 9억 달러 규모에서 2020년 13억 달러로 늘고, 2024년에는 2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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