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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아동성학대물 대책… 머리와 가슴이 찬반 갈리는 이유 [김국현 IT 사회학]

아동성학대물(CSAM) 문제로 전세계 골치 앓아
애플, 아이폰과 아이클라우드 저장된 사진 스캔 후 CSAM 대처

 
 
지난해 3월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중앙포토]
 
무슨 수가 있더라도 꼭 지켜내야 한다는 점에 있어 누구도 이견을 내지 않는 것들이 세상에는 있다. 어린이가 대표적이다. 종을 존속시키려는 본능의 발로일지도 모르지만, 어린이라는 존재 자체가 이어져 나가야 할 미래를 나타낸다. 어린이의 안녕은 과하리만큼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어린이는 건드리면 안 된다.
 

팬데믹 이후 온라인에서 아동성학대물 급증  

무한한 상상의 자유를 허락하는 창작의 세계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켜야 할 선이 있고 이를 존중하려 한다. 법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도 할리우드 영화나 대작 게임에서 아이들이 죽는 장면은 보기 힘들다. 그 상상만으로도 역겹기도 하려니와 그 촬영 과정에서 아역이 받을 충격도 용납할 수 없어서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라는 속담이 있듯, 각국의 법 질서는 아동에 대해서는 특별히 보호하려 애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청소년보호법 이외에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별도로 존재하여, 아동청소년성착취물에 대해서는 소지만으로도 범죄가 된다. 그럼에도 CSAM(child sexual abuse material)이라 불리는 아동성학대물 문제로 전세계는 골치를 앓고 있다.
 
사회가 인터넷에 점점 더 의존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어린이들이 어른들과 자의든 타의든 연결되는 일도 점점 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실제로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테크 기업들은 온라인 아동 성학대 콘텐츠가 50%나 증가했다고 보고했다. 미국은 연방 지정 기관 NGO인 국립 실종 및 착취 아동 센터(NCMEC, National Center for Missing and Exploited Children)가 법 집행 기관 및 민간 기업과 협력하여 근절에 힘쓰고 있기에 이러한 실태 보고에 적극적이다. 거의 7천만 건의 이미지와 비디오가 이 센터에 보고되었는데, 흔히 쓰는 클라우드 저장소인 드롭박스만 해도 2019년에 25만 장 이상을 발견했다. 페이스북은 특히 적극적이었는데 6천만 건을 리포트했고, 놀랍게도 80% 이상이 메신저에 의한 것이었다.
 
아이들도 흔히 쓰는 카톡 등과 같은 메신저는 현실의 길거리나 마찬가지. 대로변도 뒷골목도 있을 수 있기에 어떤 위험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공간이다. 모르는 어른은 아이에게 도움을 청할 리 없으니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교육만큼이나 온라인상에서 다가오는 낯선 어른으로부터 보호해야 할 궁리가 필요한 시기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조사로는 초등학교 고학년만 되어도 스마트폰 보유율은 무려 87.7%에 이른다. 소득 수준 하위권일수록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길어졌다. 스마트폰이 육아를 하고 있었다.
 
CSAM에 대한 2019년 보고 수치도 이미 놀라운데, 이 수치는 팬데믹 이후 또다시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사회악이 된 어른들은 파일을 돌려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새로운 대상을 찾아 나선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러한 상황은 테크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페이스북은 자사가 식별하는 데 사용하는 알고리즘을 오픈 소스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장 규모가 크면서도 미온적이었던 아마존 클라우드는 미국 학부모 단체로부터 규탄과 청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더러운 범죄가 곰팡이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애플의 CSAM 대책

그러한 와중에 이달 애플은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아이폰과 아이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을 스캔하여 CSAM 이미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뉴럴매치(Neural Match)’라는 도구인데 단말상의 불법 이미지를 탐지한다. 의심이 들면 검토팀에게 검증받은 후 법 집행 기관에 연락을 취하는 구조다. 이미 신고된 CSAM을 학습한 코드가 폰에 상주하면서 문제가 될법한 사진들에 깃발을 꽂는다. 사진을 변형해도 찾아낸다.  
 
어린이들도 내장 메시지로 사진을 주고받는 일이 많은데, 이 경우에도 문제 있는 이미지를 받았을 때 바로 보여주지 않고 판단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와 그 위험성을 알려준다. 그래도 보겠다고 하면 보호자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다시 경고한다. 학부모로서는 고마운 기능일 듯싶다.  
 
이는 지금까지 전례가 없던 기술인데 클라우드나 서버에 올라온 자료를 스캔하는 것이 아니다. 검사하는 코드가 폰 위에서 돌며 폰 안의 자료를 체크한다. 명확히는 고윳값만을 비교하는 일이기에 제삼자가 자료를 실제로 본다고 하기 힘들 수도 있지만, 결국은 이제 내 손에 쥐어진 폰까지 스캔하겠다는 것으로 들린다. 당연히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쳤다.  
 
그동안 프라이버시를 노래 부르더니 결국 백도어를 만든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대부분이었다. 애플은 전혀 굴하지 않고 두 차례나 연속적으로 문건을 발행하며 자신들의 선의를 강조했다.
 
그러나 디지털 세상의 권리 수호자를 자처하는 NGO인 전자프론티어재단(EFF) 등이 적나라하게 반대 성명을 내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혼탁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선의로부터 시작했더라도 모든 백도어는 악용될 수밖에 없고, 그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프라이버시를 헌법적 권리로 삼았다는 의견이다. 권위주의적인 정부의 요청으로부터 사기업이 과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의심은 아무리 애플이 오랜 기간 프라이버시의 옹호자 역할을 해왔어도 떨쳐내기 힘들다.  
 
서버가 아닌 단말에서 완결되는 검사라는 점은 내 폰에 백도어가 뚫린다는 기분을 준다. 내 돈 주고 산 물건이 제삼자를 위해 임의로 일하고 있다는 기분마저 든다.  
 
그런데 왜 애플은 그래야만 했을까? 프라이버시가 사시(社是)인 애플은 그간 법집행부와 반복되는 옥신각신에 지쳤다. 애플은 클라우드를 완전히 암호화하여 그 누구도 그곳에 올라간 어떠한 데이터도 스캔할 수 없게 하고 싶다. 지금도 이미 아이메시지 등은 종단간 암호화가 되어 있기에 단말을 압수해서 열어보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  
 
카톡처럼 서버 압수 수색하는 일이 애초에 무의미하다. 프라이버시를 자신의 더 강한 존재 의미로 삼아야 하는 애플의 갈 길이다.  
 
하지만 CSAM에 대한 사회적 요청도 심각한 상황. 방법은 단말을 스캔해 주는 방법밖에 없는 아이러니. 어린이를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결국은 발 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뒤따르는 것도 이러한 사정 탓이다. 
 
KBS1 시사기획 창에서 방송했던 '성학대의 늪', 아무도 잡아주지 않았다' 프로그램. [사진 시사기획 창 홈페이지 캡쳐]
 
한국은 모르긴 몰라도 조주빈 일당들의 행태 등으로 미루어 짐작하기에 결코 해외보다 사정이 나아 보이지 않는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에도 명시적인 역할을 요구해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폰으로 무엇을 하는지 기술이나 플랫폼이 챙겨주지 않는 지금은 주위의 어른이 대신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 머리로는 애플이 무리수를 둔다 싶어도, 가슴은 애플의 편을 들게 되는 미묘한 사안이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 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김국현 IT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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