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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보험만 파는 보험사…실적도 '미니(MINI)'될까 걱정되네

당국, 소액단기보험사 설립 비용 낮췄지만 업계 반응은 미온적
대형 인슈어테크 회사들 "효율적 운영 어렵다" 등 돌려
헬스케어 집중하는 보험사, 미니보험 관심 식은 지 오래?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6월 '소액단기전문 보험업'을 골자로 한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됐다. 소액단기보험사(미니보험사) 설립 자본을 줄여 문턱을 낮춘 것이 핵심이다. 이에 국내에서도 일본이나 중국처럼 날씨보험, 동물보험, 귀가보험 등 다양한 미니보험 출시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기존 보험사들은 물론, 핀테크회사들도 수익성을 이유로 미니보험사 설립에 큰 관심이 없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인구가 1억명이 넘지 않는 국내 보험시장에서 소액단기보험(미니보험)이 먹힐지도 미지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규제 문턱을 낮췄지만 정작 업계 관심이 시들한 이유다. 
 

미니보험 규제 완화했지만 업계 반응은 '시큰둥'

미니보험은 월 몇백원, 몇천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는 보험상품을 말한다. 이미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이나 영국 등 보험 선진국에서는 일상 속 여러 위험을 보장하는 미니보험이 다양한 형태로 출시된 상황이다.  
 
특히 일본은 약 200곳의 보험사 중 절반이 미니보험사다. 아예 소액단기보험협회도 존재한다. 연간 총 수입보험료도 5000억원을 넘는다. 중국의 온라인 전문 보험사인 중안보험은 미니 반송보험을 내놓은 이후 다양한 혁신 보험상품을 바탕으로 중국 10대 보험사에 진입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미니보험 도입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결국 금융당국이 미니보험사 설립 문턱을 낮추기 시작했다. 지난 5월, 금융위원회는 미니보험사 설립 사전 수요 조사에 돌입했고 8월 중순, 신청사 10곳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실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컨설팅을 받은 신청사는 대형사인 신한라이프, 법인보험대리점(GA)인 인카금융서비스, 그리고 소형 핀테크회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미니보험사는 설립 자본금 문제로 쉽게 진입하기 어려운 영역이었다. 현재 보험사 설립에 드는 자본금은 질병보험 판매시 100억원, 종합보험 판매시 300억원에 달하는 자본이 필요하다. 사실상 신규 사업자 진입에 제약이 컸다. 높은 자본금 탓에 지난 5년간 신설된 회사는 온라인 전문 보험사인 캐롯손해보험이 유일했다.  
 
[자료 금융감독원]
 
당국은 소액단기전문 보험업 제도를 도입하며 설립 자본금을 20억원으로 낮추고 생명(생명), 손해(책임, 비용, 날씨, 도난, 동물, 유리), 제3보험(질병, 상해) 등으로 취급종목을 확정했다. 이 취급종목 범위 안에서 소액단기보험이 출시될 수 있다는 얘기다. 보험기간은 1년 단위며 계약자당 최대 보험금은 5000만원, 수입보험료는 연간 500만원으로 한정했다.  
 
금융당국이 미니보험사 설립 비용을 낮췄지만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의 경우 미니보험사 설립 자본금이 1억원 수준이다.  
 
최근 인슈어테크 업체들은 마이데이터 사업권 획득을 계기로 사업 확장을 노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미니보험사 설립은 직접 보험상품을 제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괜찮은 선택지다.  
 
하지만 수익성 대비 비용이 발목을 잡는 분위기다. 최소 자본금도 예상보다 높고 미니보험이 시장에서 먹힐 지에 대한 확신도 없다. 이번 미니보험사 설립 사전 수요 조사에 굵직한 인슈어테크사들이 빠진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 인슈어테크 업체 관계자는 "국내시장에서 실생활에 밀착된 소액단기보험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에 대한 확신이 아직 없다"며 "20억원의 설립 비용이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상품 개발자 및 관리 비용이 더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슈어테크 업체도 "몸집이 큰 보험사나 GA는 마케팅적 차원에서 비교적 여유롭게 미니보험 사업에 접근할 수 있겠지만 핀테크회사들은 전사적인 총력전이 필요하다"며 미니보험사 설립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헬스케어 집중하는 보험사, "미니보험 신경 쓸 여력이..." 

[연합뉴스]
 
기존 보험사들도 소액단기전문 보험업 제도 도입에 시큰둥한 분위기다. 현재 보험사들은 디지털 전환, 헬스케어 사업에 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락하는 보험영업이익을 반전시킬 카드가 필요해서다. 수익성이 크지 않은 미니보험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다. 올 상반기 보험사 당기순이익은 5조677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0% 증가하는 등 선전했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금리와 주가상승, 코로나19로 인한 자동차보험 손해율 하락, 삼성전자 특별배당(삼성생명·삼성화재 9420억원) 등의 일회성 이슈 영향이 컸다. 이런 요인들을 제외하면 이익 규모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이미 출범한 온라인 전업사들의 실적 부진도 부담이다. 미니보험처럼 낮은 보험료를 걷는 상품의 경쟁력만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한 보험사 고위 임원은 "미니보험은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또 재미있게 활용될 수 있어 MZ세대 가입자 데이터 확보차원에서는 의미가 있는 상품"이라면서도 "문제는 수익성이 떨어진다. 마케팅 차원에서 한 두개 정도의 상품을 내놓을 순 있지만 보험사를 따로 설립하면서까지 진행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말했다. 
 
MZ세대 고객 데이터 확보도 굳이 미니보험 판매로 진행할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차라리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대형 플랫폼과 제휴해 돈이 되는 장기인보험을 팔고 해당 고객 데이터로 다른 상품도 연계해 파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며 "또 작은 핀테크 업체 위주로 미니보험사 설립이 진행되고 있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도 승산이 있다고 본다. 굳이 서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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