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2세가 주목한 OSC, 투자성과 가속화하나
허윤홍 GS건설 사장 주도 PC사업, 국내 생산 돌입
선진국형 모듈러 산업, ESG 일환으로 확대 일로
시장 환경 바뀌며 기술·생산시설 구축 점차 궤도에
정해진 땅 위에 철근을 세우고 콘크리트를 타설해 짓는 철근콘크리트(RC) 방식에서 벗어난 현장 외 건축 기법, 즉 ‘OSC(Off-site Construction)’ 분야에 대한 건설업계의 투자 성과가 본격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일부 대형 건설사 후계자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표방한 신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어 더욱 주목 받고 있다.
3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설립을 주도한 충북 음성군 소재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생산시설이 최근 준공된 뒤 제품 생산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 공사를 시작한 이 시설은 중부일반산업단지 내 14만8426㎡ 부지에 연간 10만㎥ PC를 생산하는 규모로 조성됐다.
PC공법은 건물 슬라브·기둥·보·벽체 등 콘크리트 구조물을 사전에 공장에서 제작하는 방식이다. 해당 방식은 일명 ‘프리패브(prefabrication)’라 불리는 사전조립 또는 OSC의 일종으로 규격화된 시공이 필요한 지하주차장 바닥과 벽, 외부 옹벽 등에 주로 사용된다. 한발 나아가 공장에서 내·외장재로 구성된 3차원 구조물을 만들어 현장 조립하는 모듈러(Modular) 공법 역시 건설사 신사업의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OSC 기술은 현장 기초공사와 공장작업을 병행할 수 있어 공기를 20~50%까지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때문에 빠른 주택 공급이 필요한 공공주택 분야에서 활발하게 도입되며 발주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국토교통부는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수도권 공공임대주택부터 모듈러 공법을 적용한 뒤 이를 3기신도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건설업계에서는 모듈러 공법이 요즘 아파트 트렌드인 ‘맞춤형 옵션’에 적합하며, 현장시공에 비해 품질 관리도 용이하다고 평가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까다로워지는 소비자 선택에 따라 세대마다 다른 옵션을 시공해야 하는데 현장에서 이를 모두 관리하기가 힘들다”면서 “이미 20층 이상 고층 건물 시공이 가능하도록 기술이 발전해 모듈러 주택이 아파트 시장에서 더욱 대중화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 ESG 경영 필요성 대두…선진국 전철 밟을 것
OSC 기술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공능력평가 상위권 건설사 중에선 현대엔지니어링과 포스코건설 만이 관련 특허를 출원하는 등 해당 분야를 선도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OSC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GS건설이다. GS건설은 허 사장 주도 신사업의 일환으로 영국 철골 모듈러 기업 엘리먼츠와 독일 목조 모듈러 전문회사 단우드를 각각 2000여억원에 인수하며 경쟁사들을 따라잡고 있다. 이밖에도 GS건설은 PC제조업체이자 100% 자회사인 지피씨(GPC)에 415억원을 출자했다. 모듈러 주택 자회사인 자이가이스트 역시 올해 2월 매입한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일대 토지 262.4㎡에 목조 단독주택 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지난 6월 김상열 회장 장남인 김대헌 호반건설 기획담당 사장은 모듈형 건축자재 스타트업 모콘에스티에 투자를 결정했다. 양사는 기술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신규 OSC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인건비 상승·숙련기술자 부족 등 건설시장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는 방안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이미 선진국 건설업계가 경험했던 문제로 지금까지 모듈러 산업이 북미와 유럽에서 성장한 현상과 관련이 깊다.
동시에 최근 대기업이 추진하는 ESG전략에 부합한다. 모듈러를 비롯한 OSC 기술은 근로자 작업 환경 개선 및 건설 폐기물 감소 효과가 있어 건설사별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단골 항목으로 등장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역시 “(모듈러 건설은) 작업현장의 안전성 제고, 생산 프로세스 효율화를 통한 폐기물 배출 감소 등 지속가능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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