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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대출만기 6개월 연장으로 차기 정권 짊어질 부실폭탄 222조

3개월 이상 연체하는 등 부실채권 1조7000억원 달해
중소법인으로 프리워크아웃 확대, 신용회복제 개선도
“추가 연장 최소화” 하겠다지만 대선 앞두고 논란 예상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안내문. [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코로나19 피해계층에 대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내년 3월까지 6개월 재연장하기로 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자 세 번째 연장을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잠재 부실에 대한 우려와 대출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연착륙 방안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15개월 동안 소상공인 대출 규모 222조원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당정 협의에서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를 2022년 3월까지 연장하는 동시에 질서 있는 정상화를 위해 보완 방안을 마련해 시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 위원장은 이튿날인 16일, 은행·생명보험·손해보험·여신전문금융사·저축은행 등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가지며 소상공인 대출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조치에 최종 합의했다.  
 
금융위원회(금융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위기를 맞은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7월까지 지원한 규모는 총 222조원이다. 구체적으로 ▶대출 만기연장 약 209조7000억원(81만6000건) ▶원금 상환유예 약 12조1000억원(7만8000건) ▶이자 상환유예 약 2097억원(1만5000건) 등이다. 
 
16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위원장-금융협회장 간담회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가운데)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실적에는 차주가 2번 이상 지원받은 것도 중복 포함됐다. 올해 7월 기준 만기연장·상환유예를 지원하는 대출 잔액은 약 120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3개월 이상 연체하거나 휴‧폐업 등으로 채권 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고정 이하’ 여신은 약 1조7000억원(1.4%)에 달한다.  
 
당국은 200조원 넘는 금융 지원에도 금융권이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고 있어 부실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지난 6월 말 기준 155.1%다. 지난해 6월 말(121.2%)보다 개선된 상태다.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회수 불가능하거나 손실이 예상되는 등 부실에 대비한 자금의 적립 비율로, 100% 이상부터는 자산 건전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가 보증해준 대출 부실액, 대위변제액 급증  

부실관리가 가능하다는 당국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우려의 목소리는 존재한다. 정부가 시행 중인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의 보증 잔액이 지난해 말 3조2689억원에서 올해 6월 말 6조2282억원으로 2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정부가 보증을 서고 12개 시중은행이 개인사업자에게 대출을 지원하는 제도로 지난해 5월 시행됐다. 최대 2000만원을 2년 거치 3년 분할상환으로 1년 차에는 연 0.3%, 2~5년 차에는 0.9% 금리로 빌려주는데, 정부가 대출액의 95%까지 보증한다.
 
문제는 해당 대출의 부실액과 대위변제액이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부실액은 지난해 말 약 73억원에서 올해 6월 말 약 409억원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정부가 대신 갚아준 대위변제액은 약 14억5000만원에서 약 212억원으로 15배 가까이 급증했다. 부실률은 0.22%에서 1.32%로, 대위변제율은 0.04%에서 0.34%로 각각 올랐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오른쪽)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 당정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에 대해 예산정책처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소상공인에게 긴급하게 자금을 지원할 필요가 있었으나, 간략한 보증심사와 요건의 완화로 프로그램의 보증 부실이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부실률·대위변제율 상승은 신용보증기금의 불안정성을 확대하는 요인이 되므로, 부실 위기 소상공인에게 경영컨설팅을 실시하는 등 위험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대출 상환·만기가 연장되자 금융권에서는 부실이 한꺼번에 발생하는 위기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고 위원장은 “대출 상환 유예를 한 차례 더 연장하되 질서 있는 정상화를 위한 보완 방안을 함께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상환유예 차주가 유예 종료 후에도 과도한 부담을 지지 않도록 거치 기간 부여, 상환 기간 확대 등 연착륙 방안을 내실화하는 식으로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선과 겹치는 종료 시점…차기 정권 시작부터 부담

이에 금융위는 내년 3월 만기연장 종료 후 원금 상환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거치 기간을 부여하고, 상환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은행권 프리워크아웃제 지원 대상을 개인사업자에서 중소법인으로 확대하고,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제도를 개선해 현재 다중채무자만 가능한 이자율 채무 조정을 단일채무자로 넓히기로 했다. 
 
프리워크아웃이란 소득감소·실직·재난·폐업·휴업 등으로 연체가 발생했을 때 연체 채무자가 채무 불이행자가 되는 것을 방지하고 경제활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하도록 도와주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대출 연장·유예 조치가 한 차례 더 연장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재연장이 끝나는 내년 3월, 대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자영업자 표심을 의식한 여당이 대선 전에 연장 카드를 다시 꺼낼 수도 있는 상황이다.  
 
고 위원장도 4차 연장 가능성을 의식하고 있다. 금융협회장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그는 “내년 3월 이후에도 지원조치가 계속 연장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이번에 시행되는 질서 있는 정상화를 통해 추가 연장 필요성이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더 이상의 연장 조치가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가능성을 닫아놓진 않은 셈이다.  
 
코로나19 금융지원 프로그램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연쇄 도산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연장에 연장을 거듭하면서 잠재부실 누적에 따른 위험 노출 문제는 고스란히 다음 정부가 떠안게 됐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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