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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보다 머리 좋다" 과시한 애플…삼성이 애플 AP 못 따라가는 이유

2분기 삼성전자 AP 점유율 하락…못하는 '설계' 대신 잘하는 '공정'에 집중한다

 
 
애플이 14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아이폰13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의 신형 스마트폰 기술을 저격하며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몸통(하드웨어)을 노렸고 애플은 삼성전자보다 좋은 두뇌(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과시했다. 
 
올해 갤럭시 Z플립3와 폴드3를 출시한 삼성전자는 신형 아이폰 출시를 두고 “반으로 접을 수 있다면 얼마나 더 멋졌을까(삼성전자 미국법인 공식 트위터)”라며 디스플레이 기술을 내세웠다. 반면 애플은 “솔직히 말하면 경쟁사는 아이폰 칩을 따라잡기 급급하다(애플 아이폰13 공개 행사)”라며 성능을 강조했다.  
 

애플, 반도체 회사도 아닌데 칩 설계는 잘하네 

2분기 글로벌 AP시장 점유율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
 
애플이 말하는 칩은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두뇌이자 시스템반도체 종류 중 하나인 AP다. 애플은 아이폰13에 자사 AP인 A15바이오닉칩을 탑재했다. 애플이 직접 설계한 A15바이오닉칩은 초당 15조8000억회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 이는 A14바이오닉칩에 비해 43%가량 성능이 향상된 수치다. AP 성능이 개선되면서 배터리 사용시간도 전작보다 1시간 30분에서 2시간 30분가량 늘었다. 애플은 "A15바이오닉칩을 통해 아이폰13 속도를 경쟁 제품 대비 50% 높였다"며 삼성전자보다 우월한 반도체 성능을 과시했다.  
 
애플은 오래전부터 반도체 사업을 키워왔다. 자사 스마트폰과 노트북, 태블릿PC에 자체개발한 ‘맞춤형 칩’을 탑재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성능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다. 2007년까지만 해도 애플은 아이폰에 퀄컴이나 삼성전자가 설계한 AP를 사용했다. 2010년 출시된 아이폰4부터는 자체 설계한 칩(A4)을 사용하며 반도체 독립에 나섰다. 
 
기술 경쟁력과 인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도 진행했다. 2008년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업체) 피에이(P.A)세미 인수를 시작으로 2019년 인텔 모뎀칩사업부 등 다양한 기업 인수로 반도체 설계 역량을 축적했다. 그 결과 지금은 애플의 A시리즈가 AP시장에서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애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조원 이상을 들여 독일 뮌헨 지역에 반도체 설계·개발의 핵심 거점을 짓고 있다. 
 

삼성, 반도체 설계보다는 파운드리가 더 급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반면 삼성전자의 AP사업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삼성 역시 AP인 엑시노스를 개발해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프리미엄폰에는 엑시노스보다 퀄컴의 AP인 스냅드래곤 비중이 더 높다. 엑시노스보다 스냅드래곤의 성능이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엑시노스는 AP시장에서의 존재감도 미미하다. 17일 스트래티지 어낼리틱스(SA)에 따르면, 올 2분기 글로벌 AP 시장 1위는 퀄컴(36%)이었다. 대만 미디어텍(29%)과 애플(21%)이 그 뒤를 이었다. SA는 삼성전자 점유율을 따로 공개하지 않은 채 ‘나머지(14%)’로 분류했다. 삼성전자는 AP시장에서 지난해 1분기 14% 점유율을 기록한 후, 13%(2020년 2분기)→ 12%(2020년 3분기) → 10%(2020년 4분기) → 9%(2021년 1분기)로 분기마다 점유율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4분기 신작 ‘엑시노스 2200’을 출시하며 반격에 나선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의 최대 약점으로 꼽혀온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CPU·GPU 업계 2위인 AMD와 손잡고 '엑시노스 2200'을 개발했다. 엑시노스 2200의 GPU는 현재 퀄컴 스냅드래곤 888에 들어간 퀄컴 아드레아노 GPU와 아이폰12에 탑재된 A14칩보다 앞선 것으로 전해진다. 애플·퀄컴과의 정면승부에 나서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AP시장에서 점유율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적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가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를 목표로 내걸고 있지만 반도체 설계 분야인 AP보다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차량용반도체, 이미지센서 등 수익성을 빠르게 가시화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종환 상명대(시스템반도체공학과)교수는 “메모리반도체에서 기술을 축적한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나 차량용반도체 등 압도적인 시설투자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가 설계에 쏟은 시간이 길지 않은 만큼 시스템반도체에서도 AP보다는 시장 성장성이 뚜렷하고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파운드리에 무게중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업계 4위인 AP보다는 업계 2위인 파운드리사업에 역량을 집중해 대만 TSMC를 따라잡는 게 더 급하다는 얘기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에 2030년까지 투자한다던 171조원 역시 대부분 파운드리 시설투자에 투입될 전망이다.  
 
이 교수는 또한 “애플이 반도체 기업이 아님에도 삼성전자보다 설계 능력이 뛰어난 이유는 미국 대학과 기업들이 오래전부터 반도체 설계 위주로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라며 “삼성전자 역시 기술과 인재를 키워내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반도체 공정 역량을 쌓아온 삼성이 설계능력을 내제화하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의 설계 엔지니어 인력이 삼성의 2배”라며 “삼성이 반도체 사업에서 설계를 키우기 시작한 건 시스템LIS사업부(반도체 설계 및 개발 담당)와 파운드리 사업부를 분리한 2017년부터라 반도체 설계능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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