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죄고 금리 올려도 ‘백약이 무효’…구멍 뚫린 부동산대출
올해 들어 5대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4.54%…전세대출 15%↑
2030 젊은층 중심으로 전세대출 급증세…“보증비율 낮춰야”
금융당국의 잇단 부동산 규제 및 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대출 급증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급등세로 인한 실수요 및 투자 수요와 함께, 실수요 기반의 전세대출도 갈수록 규모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전세대출 규제에 대해 신중을 기해왔던 금융당국의 고민도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율 '5~6%' 임계치에 바짝
은행별로는 농협은행이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상단 목표치인 6%를 훌쩍 넘어선 7.4%를 기록 중이며, 하나은행도 5.04%로 하단 목표치를 이미 넘어선 상태다. KB국민은행(4.37%)과 우리은행(3.9%)이 뒤를 잇는 가운데, 그나마 신한은행(2.83%)이 가계대출 관리에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가계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 잔액이 올 들어 4.54% 늘어난 495조2868억원, 신용대출이 6.02% 불어난 141조7005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전세자금대출 급증세다.
지난 16일까지 5대 은행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20조7251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4.74% 급증하며 전체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견인했다. 전세대출의 경우 전셋집 수요에 기반을 둔 실수요(98%) 중심의 대출이기 때문에 금융당국의 규제 범위에서 제외된 대출이다.
이 같은 전세대출 급증세는 주로 2030세대인 젊은층이 주도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만19세 이상 만 29세 미만의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33조4166억원으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35.2%가량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연령대의 가계대출 증가율인 14.8%와 비교해도 두 배 이상 가파르다.
특히 이 가운데 주택임차, 즉 전·월세 용도로 빌린 20대의 전세대출 잔액은 15조4949억원으로 1년 반 만에 60% 가까이 폭증했다. 또 30대(만 29세 이상 39세 미만)의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도 지난 2019년 말 대비 23.7% 증가하며 전 세대의 가계대출 증가율을 크게 웃돌았다.
전세대출 증가세가 자산시장 거품 키워…“보증비율 낮춰야”
정부 차원의 강력한 총량 규제 대상이 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경우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전세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사실상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8월 한 달간 7조2000억원 늘며 전달 증가액(7조4000억원) 보다 감소했고, 신용대출도 8월 한 달 동안 1조5000억원 증가해 전달(4조1000억원)과 비교해 규모가 크게 줄었다. 반면, 전세대출 증가액은 5월 2조원, 6월 2조5000억원, 7월 2조8000억원 등으로 갈수록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특히 전세대출의 경우 대출금 상한이 최대 5억원까지 가능하다. 또한 주택보증보험 및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90~100%의 보증비율이 적용되고 있어 ‘갭투자’ 용도로 활용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요인이다.
여기에 가팔라지는 금리 상승세도 가계대출 부실 우려를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등장했다. KB국민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1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코픽스 연동)는 연 2.961~4.52%로, 이달 3일(2.80~4.30%)과 비교해 하단과 상단이 각각 0.161%, 0.22%포인트씩 높아졌다.
이는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 등 지표금리가 상승세를 나타낸 가운데, 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 은행들은 코픽스와 같은 지표금리에 더해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출 총량을 조절한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총량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서는 일부 대출을 중단하거나 가산금리를 추가로 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했던 농협은행을 비롯해 대다수 시중은행들도 일부 대출상품의 판매 중단 및 한도를 축소하는 한편,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출금리를 상향 조정해 왔다.
일부 전문가들은 전세대출에 대한 보증 비율을 50~60% 수준으로 낮추고, 각 은행이 스스로 리스크 관리에 나서도록 전세대출의 구조를 손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공인호 기자 kong.inho@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필립스옥션, 11월 홍콩 경매 한국작가 이목하 작품 약 3억 원 낙찰
2"내집마련, 앞으로 더 힘들다"...입주물량 주는데 분양가는 고공행진
3갭투자 보단 '똘똘한 한 채' 뜬다…서울 원정투자는 '주춤'
4스타벤처스·제주대 손잡고 제주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 나선다
5미성년자 팬 맞았는데…제시 "인생은 롤러코스터"
6SPC그룹 정기 임원 인사...삼립 황종현·김범수 공동대표
7변경구 hy 대표 “서울시와 복지 사각지대 해소”
8CJ제일제당, 해외 누들 시장 공략으로 글로벌 식품사업 확장
9“그냥 쉬어요” 청년 42만명…‘니트족’ 될 우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