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헝다그룹 사태 등 대외 악재에 외국인 자금 2조원 ‘썰물’
지난 8거래일 동안 코스피 1위 삼성그룹주 시총 53조7000억원 증발
지난달 말부터 현재(10월 8일)까지 2조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를 빠져나갔다. 그 여파로 삼성그룹주 시가총액은 54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이에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를 방어하며 증시 하단을 떠받쳐 온 ‘동학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가 1% 넘게 급락하기 시작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8거래일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조844억원어치(유가증권시장 1조9758억원·코스닥시장 187억원) 주식을 순매도했다. 이 기간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각각 5.66%, 7.90% 하락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코스피 시가총액 1위인 삼성그룹주에서 두드러졌다. 8거래일 동안 삼성전자 주식 9816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7409억원) 매도세까지 더해지며 삼성전자 주가는 해당 기간 7.98% 급락했다. 시총은 37조127억원 증발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우(3033억원·-7.92%), 삼성SDI(1050억원·-6.67%) 등도 대거 내다 팔았다. 이 기간 2개사 시총은 각각 4조6905억원, 3조3695억원 줄었다. 그 여파로 삼성그룹주 전체 시총은 53조7000억원 가량 증발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원인으론 중국 헝다그룹 사태,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 부채한도 협상 불확실성 등 겹겹이 쌓인 대외 악재가 꼽힌다. 위험 기피 현상이 신흥국 증시 이탈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물가 상승률이 높게 나오고 연준이 금리 인상을 서두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며 “유동성 회수에 대한 걱정은 보통 전체 글로벌 금융시장 중 가장 위험한 자산에서 돈을 먼저 빼게 만들고, 그게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식시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외국인 투매를 고스란히 받아내며 증시 하단을 떠받치던 ‘동학 개미’들도 최근 하락장에서는 힘이 빠진 모습이다. 코스피가 사흘 연속 1%대 하락을 멈추고 반등한 지난 7일 개인은 938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연초 외국인이 매도 행진을 이어갈 때 하루 2조∼3조원까지 순매수하며 매물을 고스란히 받아내던 것과 대비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원화 약세와 함께 외국인이 다시 매도세를 확대했고, 거기에 더해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 신용공여 한도 관리를 주문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개인투자자 수급에도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연말로 갈수록 외환시장 안정과 함께 외국인 매도세가 일단락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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