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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개 파이프라인 임상 진입" 최성구 일동제약 연구개발본부장 [신약개발사로 변모하는 일동제약]

“2040년 매출 40조원 달성, 글로벌 탑10에 들 것”
변화 비결은 조직 바꿔 빠른 의사결정과 동기부여

 
 
최성구 일동제약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 [사진 임익순 객원기자]
 
“T cube(T 세제곱), Top Twenty in Twenty years(20년 뒤 글로벌 20대 기업). 일동제약의 BHAG(Big Hairy Audacious Goal‧크고 대담하며 도전적인 목표)다. 얼마 전 우리의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따져봤다. 주목하는 13개 파이프라인이 성공하면 2040년 매출은 388억5000만 달러, 글로벌 탑10 규모다.”
 
최성구 일동제약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목표’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어조였다. 지난 4년간 만들어 온 성과에 대한 자신감이자, 회사와 구성원에 대한 신뢰가 담뿍 담겼다.  
 
2017년 말 일동제약에 합류한 최 부사장은 ‘신약 개발회사’로 변모하는 회사의 중심에 서 있다. 정신과 의사 출신으로 임상연구부터 글로벌 빅파마 존슨앤존슨 근무 경력을 가진 그는 연구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신약 개발회사로의 체질 개선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2023년 일동제약 중요 변곡점 될 것 

최 부사장은 일동제약의 R&D 계획표를 보여주며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이 일동제약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은 일동제약의 7개 파이프라인이 약학연구용신약(IND) 단계로 진입하며 5개 파이프라인이 임상 1상에 진입하는 시기다. 2형 당뇨 신약(IDG-16177) 임상 2상과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의 3상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해이기도 하다.
 
국내 제약 기업 중 가장 적극적인 R&D 행보를 보이는 일동제약이 적어도 앞으로 3년간은 이런 행보를 유지할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최 부사장은 “비임상 단계의 연구개발 금액은 그리 크지 않지만, 실제 임상에 들어가면 1상 하나당 80억~100억, 2상 들어가면 300억~500억원이 든다”며 “2023년은 굉장한 한 해가 될 것이며, 돈도 더 많이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2023년은 최 부사장이 그간 진행한 프로젝트들이 중간 결실을 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임상에 돌입하는 약물에 대한 기술 수출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최 부사장은 “우리 파이프라인에 관심을 갖는 기업들의 문의를 라이선스 논의의 시작이라고 본다면 모든 파이프라인이 해당한다”며 “10개가 넘는 회사가 파이프라인 진행 상황에 대한 즉각 업데이트를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로 기술수출 실적이 나오는 건 임상이 본격화된 이후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각 파이프라인은 임상 1상에 진입 이후 비밀유지계약서를 맺고 딜 규모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동제약이 가진 개별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가장 앞선 것은 표적항암제 후보물질인 ‘베나다파립(IDX-1197)’이다. 2013년부터 개발에 돌입한 베나다파립은 임상 1상을 마치고 내년 2분기 2상 환자 모집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은 아이디언스가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지난 9월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에서 베나다파립의 임상 1상 결과를 발표했다.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상에서 베나다파립은 93.8%의 DCR(Disease Control Rate‧질병통제율)을 보였다. 최 부사장은 이에 대해 “경쟁약(아스트라 제네카의 올라파립)이 없었으면 바로 규제당국에서 승인을 내줄 만한 결과”라며 “단지 최초의 약이 아니라는 점에서 스테이지를 더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술수출도 도모하고 있지만 라이선스아웃 여부와 별개로 임상단계를 즉각 진행해 물질의 가치를 계속 올리고 있다”며 “라이선스 아웃이 되지 않더라도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처럼 끝까지 가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다른 적응증으로도 베나다파립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 위암에 대해 병용요법으로 글로벌 임상 연구를 시작했고, 투여 용량을 낮춰 독성을 억제한 상황이다. 최 부사장은 “병용요법으로 가능성을 확인해 위암 분야에서 패스트트랙, 혁신신약 승인까지 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2형 당뇨 치료제인 IDG-16177은 최근 독일에서 임상 1상에 돌입했는데, 중간 점검에서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최 부사장은 “예측했던 값과 거의 일치하는 수준인 데다, 피험자 간 차이도 거의 없는 일관성 있는 수치가 나왔다”며 “연구자 입장에서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현재까지 글로벌 상용화된 약이 없는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파킨슨병 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NASH 치료제 ID9031166은 미국 1상 준비 중이다. 1상에서 효과까지 확인하기 위해 임상 프로토콜을 복잡하게 설계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프리-IND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수많은 파이프라인 중 최 부사장이 가장 기대하는 건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 치료제 후보물질인 ‘ID119010023’이다. 내년 4분기 임상 1상 IND를 제출할 계획이다. 최 부사장은 “ARDS는 많은 사람이 죽는 원인인 데다, 현재까지 관련 약품이 없기 때문에 사망률을 10%만 낮춰도 바로 혁신신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은 이 파이프라인을 천식, 폐동맥고혈압, 폐암 치료제 등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최 부사장은 일동제약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강조했다. 그는 “신약 전문회사를 추구하지만 포트폴리오 균형이 중요하다”며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부터 빨리 시장에 낼 수 있는 제네릭까지 밸런스 있게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내벤처 설립…구성원 동기 부여, 조직 변모

최 부사장이 취임한 지 이제 4년. 일동제약 연구소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다. 그가 부임하기 이전에 일동제약 파이프라인은 8개에 불과했는데, 현재 스핀오프 기업을 제외하고도 20개가 넘는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
 
그가 불과 4년 만에 이같은 변화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은 조직에 있다. 구성원의 동기부여를 보장하고, 빠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춘 조직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지난해 중앙연구소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사내벤처’다. 최근 스핀오프한 아이리드비엠에스(iLeadBMS)는 일동제약의 사내벤처팀인 아이리드(iLead) 팀이 설립한 회사다. 일동제약은 이 회사에 10배의 가치로 투자를 집행했다. 당시 조직 개편에서 아이리드팀 외에도 항체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CIIC팀과 히알루론 애시드(Hyaluronic Acid)를 전문으로 하는 HARD 팀이 만들어졌다.
 
최 부사장은 “저분자 화합물 디자인 분야의 ‘도사’들이 iLead팀을 만들었고, 이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니 엄청난 생산성을 보여줬다”며 “이 회사의 스핀오프를 준비했고, 일동제약이 투자를 진행함으로써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리드비엠에스의 스핀오프는 일동제약 연구원들의 자극제가 됐다. 이후 연구원들의 요청이 이어졌고, 지난 6월 마이크로바이옴분야 신약연구를 위한 MIOM팀도 결성됐다. 최 부사장은 “사내벤처팀은 빠른 의사결정과 높은 생산성을 보여줬고, 다른 구성원들의 경쟁심도 촉발했다”며 “최근 설립된 MIOM팀은 이미 뇌전증, 자폐증 치료제 등 파이프라인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최성구 일동제약 중앙연구소장(부사장)이 26일 서울 양재동 사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했다. 임익순 객원기자 / 2021/10/26
 
최 부사장은 많은 연구개발비가 지출되는 상황에서 성과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냐는 질문에 ‘Connecting the dots’라는 키워드를 내밀었다. 점만 찍혀있는 상황에서 이 점들이 뭐가 될지 모르지만 이런 점 하나하나가 모여 완성된 무언가가 된다는 의미다. 그는 “지금 가는 길이 고통스럽더라도, 하루하루 찍고 있는 점이 우리가 만드는 미래를 구성한다는 걸 끊임없이 강조한다”고 했다.
 
그는 끝으로 ‘인류의 건강과 행복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이라는 일동제약의 모토를 다시 되짚으며 “신약을 통해 일동제약을 초일류 기업으로 만들고 필수의약품을 통해 건강과 행복에도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건 사람이다. 그는 “글로벌 빅파마에서 근무하며 40~50년간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키운 인재들이 회사를 이끄는 모습을 봤다”며 “끝까지 약을 개발하고 싶은 인재들이라면 언제든 연구소의 문을 두드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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