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높아졌으면 개발회사도 그 수준 맞추어야” 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
축적된 호텔 개발·운영 데이터…고급화 상품 컨설팅에 특화
“서울의 경제 규모가 해외 주요 도시에 뒤지지 않을 정도로 성장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고분양가로 가고 있다. 부동산 개발회사들은 분양가 수준에 걸맞게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최근 부동산 개발 매니지먼트 사업 진출을 선언한 체이슨호텔의 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는 [이코노미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특히 정 대표는 자신만의 호텔 서비스 데이터와 도시 계획학 지식이 앞서가는 부동산 상품 개발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 정제된 언어로 설명했다. 그리고 차분하지만 분명하게 신세대 디벨로퍼(developer)로서 자신만의 개발 컨설팅 철학을 밝혔다.
대학에서 금속공학을 전공한 그는 시행사업과 인연이 된 이후 문화예술경영 석사를 딴 뒤 현재 홍익대학교 도시계획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뿔테 안경에 검은 니트 차림을 한 청년의 모습은 언뜻 보면 일찍 출세한 교수나 대학 강사를 떠올리게 했다.
갈대밭을 랜드마크로…선구안이 낳은 성공 경험
정 대표는 전공지식과 호텔·레저산업에 대한 자신만의 분석을 바탕으로 저렴한 부지를 선점했다. 통상 제주도 호텔은 바닷가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넘어 그는 서귀포혁신도시라는 도심 속 입지의 가능성에 집중했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은 온종일 숙소에 있기보다 한라산·성산 일출봉·천지연폭포 등 대표 관광지를 방문한 뒤 교통이 좋고 깔끔한 침구가 잘 갖춰진 숙소에서 머물고자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정 대표는 도로계획 상 버스정류장이 들어설 위치를 알아보고 체이슨호텔 더리드 부지를 매입했다. 실제로 해당 호텔 앞엔 현재 공항리무진과 시내버스가 서는 버스정류장이 자리하고 있다. 분양 당시인 2015년 11월에는 제주도 신공항 계획이 발표되며 체이슨호텔 더 스마일과 함께 단숨에 ‘완판(완전판매)’됐다. 정 대표는 “토지를 매입할 당시 호텔 부지는 풀밭에 불과했지만 정말 미래가치를 보고 개발에 들어간 것”이라며 “디벨로퍼가 되기 위해 공부를 하다 보면 먼저 들어가야 할 곳이 보인다”고 말했다.
호텔에서 ‘파워하우스’까지, 체이슨의 야심은?
그는 “하얏트나 메리어트도 질병에 대한 매뉴얼이 없던 상태에서 근로 인원을 최소화하는 시스템을 채택해 전염병 예방이나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효과를 봤다”며 “기계가 체크인하는 동안 직원이 고객의 짐을 들어드리고 위생을 더 철저히 하는 등 적은 직원으로 5성급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력 운용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덕분에 체이슨 호텔 각 지점은 호텔스닷컴·부킹닷컴 등 OTA(온라인 숙박예약 플랫폼)에서 10점 만점에 9점대 평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세호 대표의 비전은 더 멀리 있었다. 지금까지 체이슨은 호텔개발·운영사업을 통해 자사 브랜드를 알리는 동시에 까다로운 방문객들에 대한 접객 데이터와 노하우를 축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체이슨그룹은 지난해 초부터 평창 아이원 리조트 위탁운영 및 온양관광호텔의 리브랜딩 등 MRO(유지·보수·운영)사업도 시작했다. 서울 회기역 앞 체이슨엠 호텔은 라이센스 납품 형태로 진행된 프로젝트다.
정 대표는 여기서 더 나아가 PM(Project Management) 컨설팅을 통한 ‘파워하우스(power house)’ 개발을 기획하고 있다. 파워하우스란 단지 비싸고 선도적인 상품이란 차원을 넘어 제한된 소비층에만 공급되며 그만큼 고품질을 보장하는 형태의 브랜드를 뜻한다. 유럽에서 브랜드 분류를 할 때 흔히 하이앤드보다 파워하우스를 더 위급으로 본다.
그 첫 작업은 유명 이탈리아 디자이너가 설계한 고급빌라가 될 예정이다. 이 고급빌라는 층별로 다른 일조량에 맞춘 독특한 디자인으로 지어질 예정이다. 이런 특화 설계를 통해 체이슨이 기획하는 주거상품은 ‘지역 랜드마크’ 역할을 하게 된다. 호텔사업을 통해 축적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 노하우·데이터도 한몫할 전망이다.
정 대표는 “비트코인이나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과 앞선 정보를 통해 고소득을 올리는 스마트컨슈머(Smart Consumer)가 늘고 있다”면서 “그들은 ‘내가 이 정도 금액을 주고 사면 이 정도의 가치를 살 수 있다’는 부분이 납득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개발사 스스로 접객에 대한 빅데이터가 자체적으로 수립이 돼 있어야만 호텔식 주거를 선보인다고 했을 때 논리적인 상품 개발이 가능한데 우리는 체이슨호텔을 포트폴리오로 실제 호텔 서비스에 성공한 바 있다고 내세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마지막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자신의 소신도 밝혔다. 그는 “지난 8월 제주도민을 많이 고용했다는 측면에서 인정을 받아 호텔 운영사가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수상을 했다”면서 “우리 본사는 서울이지만 제주도에서 사업을 하면 제주도에 돈이 돌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호텔에서 제공하는 크로아상 역시 콘레드 출신 현지 파티쉐가 운영하는 빵집에서 독점 발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이슨그룹은 앞으로 기획하는 주거상품에 인체에 무해한 친환경 자재를 사용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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