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인력난, 文대통령 “3년간 13만명” 말했지만…업계선 “한시 급해”
올해 부족인력 약 1만명…22년엔 1만5000명으로
“전문인력 취업비자 조건 완화해야” 목소리 나와
문재인 대통령이 IT산업 인력난에 직접 입을 열었다. 요지는 삼성·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과 3년간 청년 13만명을 교육·채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당장의 인력난을 해소할 방법은 못 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21일 생방송으로 진행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한 IT업계 종사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사업은 6개 대기업집단이 참여하는 ‘청년희망 온(ON) 프로젝트’다. 정부가 교육비를 지원하고,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직접 교육하고 채용하는 식이다. 22일 현대자동차그룹도 참여하면서 양성하는 인력 규모는 17만9000명으로 늘었다.
다른 대책들도 장기적인 인력 양성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한 행사에서 “최고 수준의 인공지능(AI) 인재를 양성하겠다”라고 선언하면서 초·중등교육에서 AI를 필수교육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밝혔다. 관련 대학 학과와 대학원 프로그램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까지 AI 대학원을 12군데 지정해 연 1000여 명 규모 인력을 양성 중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을 포함한 IT업계 반응은 시큰둥하다. 당장의 인력난이 극심해서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인공지능·빅데이터 등 주요 IT분야에서 부족한 인력 규모를 올해 9453명으로 추정했다. 다음 해엔 약 1만5000명으로 늘어난다. 최근 스타트업계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구현할 사람이 없어서 접는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하는 이유다.
길어지는 인력난에 개발자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이른바 ‘네카라쿠배’라고 불리는 5대 IT기업에선 5000만~6000만원을 초봉으로 지급한다. 마이데이터 경쟁이 치열한 핀테크업계에선 고급 개발자를 대상으로 구체적 액수를 명시하지 않고 ‘업계 최고 수준 연봉’을 내건 곳도 나왔다. 최소 1억원어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은 덤이다.
업계에선 임시방편으로라도 외국인 취업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는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국내 취업을 확정 짓지 않았으면 취업비자(E7비자)를 발급받지 못한다. 또 채용 희망업체도 외국인 직원 수가 전체 직원의 20%를 넘어가면 안 된다. 해당 직무에서 한국인 직원이 5명은 있어야 외국인을 1명 뽑을 수 있다는 말이다. 초기 스타트업으로선 벅찬 조건이다.
네이버처럼 규모가 큰 업체는 아예 해외로 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해 베트남 우정통신대와 하노이과학기술대 두 곳과 연달아 산학협력을 맺었다. 현지 캠퍼스에 공동 연구를 진행할 AI연구소도 세웠다. 이달 초엔 AI 분야에서 글로벌 영향력을 지난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하기도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현지에서 인재를 발굴·육성하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 외국인 개발자를 국내 업체에 소개하는 중개업체도 속속 생기고 있다. 비대면 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외국에 있는 개발자를 쓰는 식이다. 인도나 벨라루스 등 값싼 급여에 숙련도는 높은 나라의 개발자가 인기다. 한 AI 스타트업 대표는 “임금이 한국의 3~4분의 1 수준”이라면서도 “화상으로만 협업하다 보니 중요한 기획을 공유하긴 어렵다”라고 말했다.
스타트업 관련 협회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국내 정서 등을 고려할 때 (규제 완화가) 쉽지 않다는 반응”이라며 “그러나 인력난을 풀 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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