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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박스피, 지금이 배당주 투자 적기 [이종우 증시 맥짚기]

지난 6년간 코스피200 기업 순이익 27% 배당에 사용
코스피200 속한 183개 기업의 올해 예상 배당금은 50조원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은 순이익의 27%를 배당에 사용했다. [중앙포토]
 
금리가 시장의 관심권 내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다. 우리는 실제 금리 인상이 이뤄졌다. 한국은행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정책금리를 0.75%에서 1.0%로 인상했다. 1년 8개월 만에 0%대 금리가 끝난 건데, 앞으로 계획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내년 1분기에 또 한 번의 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도 금리 인상이 공론화됐다. 계기는 두 가지 이유다. 하나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제도이사회(Fed, 연준)가 금리 인상을 언급해서다. 연준 의장이 지난 22일 연임이 확정된 후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높은 인플레이션이 굳어지지 않도록 쓸 수 있는 수단을 모두 쓸 거라고 얘기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여기에 연준 내에서 매파로 알려진 브레이너드 이사가 차기 부의장으로 지명된 사실까지 겹쳐 금리 인상이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또 하나는 11월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다. 인플레가 일시적이라는 평가를 유지했지만 이전보다 지속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언급도 있었다. 공급 병목현상과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높아져 높은 인플레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인플레를 막기 위해 유동성 공급을 줄이는 테이퍼링을 가속화하는 건 물론 금리 인상을 준비해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다. 금리 인상이 정식으로 거론된 것이다.  
 
그 영향으로 연방선물기금으로 추정한 내년도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예상 횟수가 2.8회로 올라왔다. 올 상반기만 해도 예상 횟수가 1회를 넘지 않았다. 내년에 금리를 세 번 인상하면 미국 기준금리가 0%대를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가 되는데 시장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오미크론 우려감에 세계 주식시장과 원자재시장 급락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2% 상승했다. 에너지와 식품처럼 변동성이 큰 부분을 제외한 근원물가도 4% 넘게 올랐다. 모두 지난 1990년 12월 이후 최고치다. 반면 주간 실업수당청구 건수 등 고용지표는 개선됐다. 그동안 연준은 평균 물가상승률이 2%를 넘고, 고용이 안정될 경우 금리 인상을 생각해 보겠다고 얘기해 왔다. 수치만 보면 두 개 조건 모두가 충족된 셈이므로 금리 인상을 얘기해도 이상할 게 없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도 0.5%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문제 될 게 없다는 시각이 있지만 그렇게 볼 게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후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은 낮은 금리와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 공급이다. 금리를 내린 폭이나 돈을 푼 규모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대단히 빠른 주가 상승이 이루어졌다. 금리 인상은 상승 동력이 사라진다는 의미가 된다. 지금처럼 높은 주가에서는 상승 동력이 조금만 약해져도 시장이 요동을 칠 수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발견된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에 대한 우려로 세계 주식시장과 원자재시장이 급락했다. 사안이 본격화된 첫날 독일을 비롯한 유럽 주식시장이 4% 넘게 하락했고, 미국도 2% 이상 떨어진 걸 보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시장이 단기에 크게 하락하는 걸 봤기 때문에 시장이 이렇게 반응하는 게 당연하다.  
 
그래도 하나 생각해야 할 부분이 있다. 코로나19로 크게 떨어진 주가는 빠르게 회복돼 몇 달 후에 질병 발생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 됐다. 투자자들은 경험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질병의 공포가 사라질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굉장한 반응이 일어난 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 외에 다른 부분이 작동한 결과로 봐야 한다.    
 
무엇보다 높은 가격이 공포를 키웠다. 주가가 높아 불안한 상태에서 악재가 발생하자 격한 반응이 일어난 것이다. 이는 델타 바이러스가 처음 유행했을 때와 비교해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델타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 인도에서부터다. 델타바이러스가 직전에 유행했던 알파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64%나 높아 조만간 우세종이 될 거란 전망이 많았으므로 지금과 유사한 상황이었다. 
 
그래도 주가가 별달리 반응하지 않았었다. 코로나19로 하락했던 주식시장이 1차 반등한 후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때여서 주가가 높지 않았던 게 바이러스 공포를 이겨내는 역할을 했다. 실제로 당시 코스피는 델타바이러스 유행에도 불구하고 11월에 상승을 시작해 두 달 만에 1000포인트가 오르는 위업을 달성했다. 상황의 심각성은 바이러스에 있지 않다. 유동성의 힘으로 주식을 비롯해 암호화폐, 부동산, 원자재까지 모든 가격이 다 올랐다. 이 상황이 정리되지 않으면 변이 바이러스가 아니어도 시장을 괴롭힐 요인은 언제나 나올 수 있다.  
 

지난해 상장기업 현금배당금 처음으로 41조원 넘어 

코스피200 지수에 속한 200개 종목 중 2014년부터 지금까지 지수에 포함된 기업 수는 183개다. 지난해 이들 기업의 순이익을 합친 숫자가 79조2000억원이었는데 올해는 181조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이들 기업은 순이익의 27%를 배당에 썼다. 이 숫자를 올해 발생할 거로 예상되는 이익에 곱하면 코스피200 종목의 배당금이 50조 원으로 늘어난다. 코스피가 두 달간 상하 100포인트를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좁은 폭 내에 갇혀 있음을 감안할 때 12월은 배당 투자를 하기 좋은 기간이 될 수 있다. 한 달 사이에 배당투자의 결실을 얻을 수 있고, 올해 많은 배당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5년 이후 코스피가 60% 넘게 상승하는 동안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은 30% 오르는 데 그쳤다. 코스닥 배당주의 수익률은 더 낮아 10%대 중반이었다. 이렇게 성적이 좋지 않았던 건 배당을 많이 주는 전통주식의 주가가 오르지 못했고, 시장 주도권이 성장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성장주는 현재 이익보다 미래 이익을 바탕으로 주가가 움직이므로 배당이 주가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기 힘들다.
 
앞으로는 다른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지난 몇 년간 배당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상장기업의 현금배당금이 처음으로 41조원을 넘었다. 2014년에 15조원 정도였던 배당금이 짧은 시간에 3배 가까이 늘어난 건데 올해는 그 추세가 더 강해질 전망이다. 코스피200 기업만 순이익이 18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국내 상장 기업의 배당 성향이 과거보다 안정됐다는 점도 배당의 매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 국내 기업의 이익 처분 성향을 보면 당기 순이익의 1/3은 유보, 1/3은 투자, 1/3은 배당의 형태로 쓰이고 있다.
 
주식을 사서 평생 팔지 않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수익은 배당밖에 없다. 주식시장이 이익에 목을 매는 것도 배당으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익이 많이 난 회사가 배당을 많이 주기 때문이다. 배당투자를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 실적이다. 기업이 돈을 많이 벌어야만 배당을 많이 줄 수 있어서인데, 연말에 배당투자를 하기 전에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실적을 알 수 있으므로 이를 참고해 투자 종목을 선발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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