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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주사 전환하는 포스코, 물적분할 가능성…“긍정 검토 경계해야”

실적과 달리 하락하던 주가 이틀 연속 상승세
인적·물적분할 등 복잡한 셈법, 이사회 결정은?
어떤 방식이든 ‘가시밭길’, 지배구조 재편 고심

 
 
지난달 18일 경북 포항시 북구 환호공원에서 열린 국내 최대 규모 체험형 조형물 '스페이스워크' 제막식에서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스코그룹(포스코)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을 추진하면서 향후 전환 방안에 관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주사 아래 포스코 사업회사와 주요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거론되면서 분할 방식에 따라 주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친환경 신사업 투자 동시에, 기업가치도 ‘UP’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오는 10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 안건을 상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에서 의결하면 지주사 전환은 내년 1월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최근 전담 태스크포스(TF) 팀을 꾸려 사외이사와 주요 주주들에게 관련 계획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기업 구조를 보면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가 실질적인 사업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코의 본업인 철강사업을 하면서 포스코케미칼(59.7%), 포스코에너지(89.0%), 포스코건설(52.8%), 포스코인터내셔널(62.9%) 등 계열사들까지 보유·관리하는 구조다.

 
9월 기준, 포스코의 최대주주는 국민연금으로 지분의 9.75%를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씨티은행(7.3%), 우리사주조합(1.41%), 소액주주 등이 나머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포스코가 지주사 전환을 시도하는 이유는 투자형 지주회사를 설립해 그간 철강업에 가려져 있던 첨단소재·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신사업을 키우고,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는 탄소중립 등 거스를 수 없는 세계 경영 흐름에 빠르게 대응하고 첨단소재와 신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투자를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저평가됐다고 판단하는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2분기 사상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3분기에는 3조1170억원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 역대 최고 영업이익을 경신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올해 9조원에서 최대 10조원까지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역대급 실적과는 반대로 주가는 하락세를 그렸다. 3분기 실적 발표 당시 31만원에 달했던 포스코 주가는 11월 30일 기준 26만1000원까지 내려앉았다. 지주사 전환을 발표했던 지난 1일 6.13% 상승하는 등 2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일에는 28만1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그럼에도 업계에서는 포스코가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등 신사업에 투자를 더하고 있지만, 철강 중심기업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라 신성장 사업에 대한 가치가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실적 호조에도 주가 약세가 지속되자, 이를 끌어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꺼낸 카드가 지주사 전환이라는 것이다. 
 

인적‧물적 분할 갈림길에 개미는 조마조마  

포스코 주주들과 재계 안팎에서는 포스코가 어떤 방식으로 분할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를 투자전문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지주사 아래 사업회사와 주요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는 인적분할과 투자 전문 지주회사가 사업회사를 100% 자회사로 두는 물적분할 가능성을 모두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인적분할은 자사주 활용이 용이하고, 물적분할은 자금조달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경북 포항 남구에 있는 포스코 본사 앞. [연합뉴스]

포스코 “저탄소·친환경 흐름에 맞춰 구조 개편 검토 중”

인적분할 시 사업회사(주로 신설법인), 지주회사(주로 존속법인)로 분리되며 기존 포스코 주주는 두 회사의 주식을 모두 받기 때문에 지배력의 변화는 없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스코가 투자회사와 사업회사(포스코)로 인적분할하는 방식이 유력하다”며 “투자회사가 신성장 사업을 주도하게 될 경우 사업회사보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적용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방 연구원은 다만 “지주사 전환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투자회사는 현재 자사주 13.3% 외 추가로 17%가량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내년부터 지주사는 상장 자회사의 지분율을 3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주주가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넘길 것인지 여부와 경영권 위협 노출과 같은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물적분할을 선택할 경우 분할된 사업회사는 지주회사의 100% 자회사가 되고 기존 포스코 주주는 지배력의 변동 없이 지주회사의 동일 지분을 갖게 된다. 문제는 추후 지주회사가 사업회사의 상장 등을 통해 보유지분 일부를 제3자에게 팔아 자금을 조달할 경우 기존 포스코 주주와 분할 후 지주회사는 사업회사에 대한 지분율이 희석되게 된다는 점이다. 앞서 LG에너지솔루션·SK온·만도모빌리티솔루션즈 등은 물적분할 결정을 내리면서 주가가 급락한 바 있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어떤 방식으로 분할되든 기업가치는 동일하지만 물적분할보다는 인적분할이 주가에 좀 더 긍정적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주주 입장에서 인적분할 후 두 회사 주식을 모두 직접 보유하게 되므로 향후 선택의 폭이 다양해지고 보유 중인 자사주 가치 중 일부가 기업가치에 반영되는 계기가 된다는 측면이 있다”면서 “주식시장에서 물적분할 발표 후 사업회사에 대한 주주권 훼손 우려로 최근 주가가 부진했던 기업이 많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확한 지주사 전환 여부, 구체적인 방식 등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상황으로 단순히 지주사 전환 추진 뉴스만으로 과도하게 긍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면서도 “최근 중국 부동산 대출규제가 완화되기 시작했고 중국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반등 시그널을 보여 올해 5월 이후 부진했던 중국 철강 업황의 회복 가능성 측면에서 접근한다면 현 주가는 충분히 매수관점 접근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여러 관측에 대해 포스코 측은 2일 공시를 통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저탄소·친환경 시대로의 대전환과 기술 변화 가속화에 대응해 미래성장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지배구조 개편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안에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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