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엑스서 ‘지옥’ 체험, 홍대서 ‘무신사 커피’ 한잔…오프라인에 힘 준다
브랜드 체험 공간 꾸미는 온라인 플랫폼 업계
넷플릭스·무신사·크림 등 오프라인 홍보 강화
‘경험’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 확산 때문
“넌 3초 뒤 지옥에 간다. 3, 2, 1.”
어두웠던 투명 큐브 속 조명이 밝게 켜진다. 이내 3명의 지옥사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 사자들이 사람들에게 지옥행 선고를 내리고, 날짜가 되면 찾아와 태워 죽인다는 설정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 일부 장면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지난 11월 30일 찾은 서울 삼성동 코엑스 밀레니엄 광장에는 비가 오는 날씨에도 ‘지옥’ 체험존을 구경하기 위한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넷플릭스가 마련한 체험존에서는 지옥사자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사자의 얼굴과 대면해 ‘오늘의 운세’를 볼 수 있는 등 다양한 경험 공간이 꾸며져 있다.
구매나 구독 강요 “NO”…‘콘텐트 체험’ 통해 자연스럽게 유입
온라인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넷플릭스, 무신사, 크림 등 온라인상에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들이 공간을 빌려 쇼룸을 열거나 이색적인 체험존을 꾸미며 이용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구매나 구독을 강요하지 않고 ‘콘텐트 체험’에 초점을 맞춰 새로운 홍보 방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넷플릭스는 이번에 두 번째 오프라인 체험공간을 선보였다. 지난 11월 12일부터 21일까지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었던 지옥 AR(증강현실) 체험존에 이어 코엑스에는 전시 위주의 체험존을 기획해 선보였다. 현장 관계자는 “지옥이 하루 만에 전 세계 1위를 하면서 내국인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이곳을 찾고 있다”며 “일 평균 관람객은 추산하기 어렵지만 조명효과 때문에 낮보다 밤에 더 관람객이 많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지난 9월에 ‘오징어 게임’ 체험존 ‘오겜월드’를 이태원역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는 지난 5월 마포구 홍대 근처에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 매장에서는 제품 판매와 함께 시즌 별로 작가와 협업해 꾸민 전시회도 진행된다. 무신사 입점 브랜드 제품을 직접 입어볼 수 있는 ‘무신사 테라스’도 함께 운영되고 있다.
무신사 테라스는 무신사 앱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입장할 수 있다.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체험공간’으로, 입어보고 마음에 들면 제품 택에 있는 QR코드를 찍어 앱으로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큐알상회’가 시즌 별로 운영되고 있다. 이외에도 쇼룸 내에 카페와 휴게 공간, 루프탑까지 마련돼 있어 소비자가 편하게 공간을 즐길 수 있다.
무신사 관계자는 “무신사 입점 브랜드 중 오프라인 매장을 갖고 있지 않은 브랜드가 많고 고객들도 직접 입어보고 구매하고 싶다는 의견이 있어 쇼룸 공간을 꾸미게 됐다”며 “평일에는 300명, 주말에는 900명 정도의 고객이 방문하고 있고 코로나19 전에는 1000여명이 방문했었다”고 밝혔다.
운동화 리셀(되팔기) 전문 플랫폼 ‘크림’은 마포구 상수역에 4층 규모의 쇼룸을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 테라스처럼 크림 쇼룸에서도 제품 판매는 이루어지지 않고 한정판 운동화를 구경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지난 30일 방문 당시 ‘지디포스’라 불리는 가수 지드래곤과 나이키의 협업 제품 ‘나이키 에어포스1 로우’도 구경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나이키와 디올이 협업해 출시한 ‘나이키 디올 에어 조던1’ 등 희소성이 높은 한정판 운동화를 볼 수 있다.
크림 쇼룸 관계자는 “스니커즈에 관심을 갖고 재테크 수단으로도 보고 있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미지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던 한정판 운동화를 직접 구경함으로써 구매 결정을 하는 소비자도 있고 평일에는 150명, 주말에는 250명 정도 이곳을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이달 중 출시 예정인 지드래곤과 나이키의 세 번째 콜라보 제품 ‘권도1’도 조만간 전시될 예정이다.
재밌는 콘텐트 경험이 구매까지 이어진다는 분석
온라인 플랫폼들이 앞 다퉈 오프라인 홍보에 힘을 주는 이유는 ‘브랜드 경험’이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는 ‘경험’이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자리 잡아 제품 구매 자체보다는 직접 보고 만지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MZ세대는 구매도 중시하지만 브랜드를 통해 재밌는 콘텐트를 즐기는 것을 선호하는 추세”라며 “오프라인 쇼룸 또는 체험존을 통해 브랜드를 경험해보고 구매하면 만족도도 더 높게 나타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브랜드 정체성에 맞는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소비자 및 이용자를 유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앞으로도 오프라인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홍보 방식을 이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들이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을 만드는 등 오프라인 홍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며 “브랜드를 알지 못하는 고객을 자연스럽게 유입할 수 있고 기존 고객들의 팬심을 더 키워 두터운 팬층을 형성할 수 있어 오프라인 체험형 매장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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