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도시 트위터 창업자가 회사를 떠난 이유, 혹시 이것?
“트위터가 창업자 영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단계로 갈 준비가 되었다고 믿는다”
CEO 퇴임 이후 계획 밝히지 않아…스퀘어 경영 등 탈중앙화에 대한 열의 이어갈 듯
잭 도시 트위터 CEO가 지난주 돌연 사임했다. 삼성전자를 공격해 우리에게도 친숙한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사퇴 압박에도 버티던 그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시점에 갑자기 물러난 것이다.
그는 사임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트위터가 이제 창업자들의 영향에서 벗어나 새로운 단계로 갈 준비가 되었다고 믿기에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이사회에서도 임기가 만료되는 2022년 5월경 물러날 예정이다.
도시의 사임 배경은 자세히 알려지지 않았다. 발표된 보도자료와 그가 트위터 직원들에게 보낸 고별 이메일을 보면, 도시가 회사를 떠나는 주요 이유는 창업자 중심 기업 문화에 대한 회의감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창업자가 회사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나는 그것이 기업의 가능성을 제약하고 실패의 단일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라고 썼다
CEO로부터 탈중앙화된 기업?
하지만 비전을 품고 창업해 새 비즈니스를 개척하는 것과 충분히 커 버린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다른 자질의 경영자를 요구할 수 있다. 그 자신 트위터 창업 초기, 회사의 급성장을 감당하지 못 하고 헤매다 사내 권력 다툼에 밀려 CEO 자리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또 카리스마를 가진 경영자의 독단이 회사에 독이 될 수도 있다. 페이스북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의 유출 자료를 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많은 문제점들이 일찍부터 내부에서 보고되었으나 성장을 가장 중시하는 저커버그가 이를 무시했음을 볼 수 있다.
창업자라는 하나의 ‘정점’에 권한이 집중되지 않는 기업이라는 그의 비전은 그가 적극적으로 비즈니스에 접목하려 한 탈중앙적(decentralized) 모델과도 일맥상통한다.
일단 그 자신이 동시에 두 개 기업의 CEO를 맡았다. 그는 트위터와 핀테크 기업 스퀘어 CEO를 겸임했다. 도시는 2008년 트위터에서 축출된 후 스퀘어를 창업했고, 2015년 다시 트위터 CEO가 된 후에도 스퀘어 CEO 자리를 유지했다. 미국에서 시총 50억달러 이상의 상장사 2곳의 CEO를 겸임하는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게다가 따지고 보면, 트위터 역시 사실과 의견에 대해 주류 미디어가 가진 강력한 통제권을 수많은 개인에게 분산시키는 것이 서비스의 본질이다.
그는 자신이 경영하는 스퀘어와 트위터에서 탈중앙화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끊임없이 시도해 왔다. 비트코인에 대한 과도하다 싶은 관심 역시 비트코인 기술의 탈중앙적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비트코인이 어떤 개인이나 단일 조직의 통제를 받지 않는 근원적 인터넷 기술이라고 높이 평가한다. 그는 최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암호화폐 관련 행사에서 “만약 스퀘어나 트위터에 있지 않았더라면, 비트코인 관련 일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퀘어는 2018년 자사 P2P 송금 앱 ‘캐시’에서 비트코인을 사고 팔 수 있게 했다. 또 회사에 비트코인 관련 연구를 하는 ‘스퀘어 크립토’라는 내부 조직을 만들었고, 암호화폐 관련 특허를 공유하는 비영리기구 ‘암호화폐 개방 특허 연합’(COPA)를 설립하기도 했다.
스퀘어는 올해 들어서도 디파이 앱 사업 진출, 비트코인 채굴 사업 진출, 탈중앙화 방식 암호화폐 거래소 tbDEX 설립 등의 신규 사업을 추진 또는 검토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모두 비트코인 기반의 탈중앙적 성격의 서비스다. 스퀘어는 회사 차원에서 3억 5170만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에 투자해 이를 회계장부에도 반영했다. 도시가 트위터를 떠나고 이틀 후 스퀘어는 이름을 아예 ‘블록’으로 바꾸었다.
트위터에서도 탈중앙화라는 철학에 맞닿아 있는 시도들이 있었다. ‘블루스카이’라는 탈중앙화 방식 소셜미디어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폐쇄적인 기존 소셜미디어와 달리, 여러 소셜미디어 플랫폼 사용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개 표준을 지향했다. 새 CEO 아그라왈은 이 프로젝트의 책임자였으며, 사내에서 도시의 탈중앙화 철학에 대한 가장 열렬한 지지자였다.
그는 업무 환경도 탈중앙화하고자 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을 때 트위터는 실리콘밸리에서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기업이었다. 그 역시 1년 중 상당 시간을 아프리카에서 지내며 회사를 경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이 계획은 팬데믹 확산과 엘리엇의 공격이 겹치면서 유야무야되었다.
도시는 트위터 CEO를 물러나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스퀘어를 경영하며 자신이 열정을 갖고 있는 비트코인 관련 활동을 더 많이 할 전망이다. 암호화폐 기술에 기반한 탈중앙적 서비스와 조직 구현에 더 많은 시간을 쓸 것으로 보인다.
트위터 CEO로서의 평가는 엇갈려
엘리엇은 지난해 트위터 지분을 매집하고, 도시가 트위터와 스퀘어 CEO를 겸임하느라 경영에 집중하지 못 한다며 CEO 교체 캠페인을 벌였다. 도시는 CEO 자리는 지켰으나 ‘수익화 가능한 일일 평균 방문자 수’(mDAU)를 20% 이상 늘이고, 매출 성장과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을 가속화한다는 숙제를 약속해야 했다.
트위터 정도 규모의 기업에게 이 정도 성장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도시가 약속한 성과를 맞추기 힘들 것을 예상하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물러나는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2015년 CEO 복귀 후 트위터의 성과가 뭔가 애매하다는 점도 이런 해석에 힘을 보탠다. 그의 복귀 후 트위터는 수익이나 사용자 측면에서 성장했고, 수익 모델도 정돈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이나 스냅 등 다른 소셜미디어에 비하면 성장 폭이 크지 않았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 결정은 내 책임 하에 내가 스스로 한 것”이라고 썼지만, 이를 강조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그가 받았을 수 있는 어떤 압박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그가 트위터라는 획기적인 소셜미디어를 탄생시켜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꾸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트윗 대통령 트럼프의 시대에 소셜미디어를 둘러싼 어려운 환경을 나름의 철학을 갖고 돌파하려 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이 회사와 서비스를 사랑한다”는 그의 고백도 분명 사실일 것이다. 다만 지금은 비트코인과 탈중앙화에 대한 열정이 그에게 더 중요해 보인다는 점도 사실이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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