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세대를 향한 새로운 구애 방식 ‘밈(meme)브랜딩’ [허태윤 브랜드 스토리]
온라인상 MZ세대 놀이 문화로 떠오른 ‘밈’
모방으로 공감대 얻으려는 밈 광고 잇달아
네티즌 아닌 브랜드의 밈은 반감 일으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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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은 대통령 취임식에 걸맞은 성장을 한 권위적 유명 인사들 사이에 낡은 등산용 점퍼에 손 모아 털장갑을 끼고, 마치 미국 시골 촌로(村老)의 모습으로 다리를 꼰 채 추운 듯 웅크리고 앉아 있는 버니 샌더스의 사진 한장이다. 권위에 저항하는 이 인간적인 사진 한장이 사람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그의 정치이념이자 브랜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인터넷과 SNS 통해 전 세계인의 감성을 자극한 것이다. 지지자가 직접 손으로 떠서 선물한 털장갑을 끼고 손을 모으고 있는 것 역시 화제가 됐다. 이 장갑이 지지자가 낡은 스웨터를 업사이클링한 털실로 이 장갑을 만들어 그에게 선물한 것으로 알려지자, 진보적 이념의 실천가 이미지를 상징하게 됐다. 이후 이사진은 SNS상에 10만개가 넘는 의 밈(meme)으로 재창조되고 각각의 이미지는 수억 개의 ‘좋아요’로 인터넷을 달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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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생물학적 용어인 ‘밈’의 변화
그런데 소셜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밈은 새로운 소통방식을 설명하는 용어로 재정의되었다. ‘재미와 보람을 중요하게 여기고, 느슨한 연대를 즐기는 세대와 기술의 발달이 만나 형성된 일종의 인터넷상 놀이 문화 혹은 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밈을 단순히 재미있는 영상 혹은 유행어로 생각할 수도 있어 한국어 표현으로 ‘짤’ 혹은 ‘짤방’으로 혼용되기도 하는데 동영상을 포함한 사회현상을 통틀어 말하는 ‘밈’과 다르게 ‘짤’은 단순히 재미있는 사진이나 GIF 파일, 혹은 동영상만을 통칭한다.
즉, 밈은 특정 사진이나 영상보다는 누군가가 열정과 에너지를 쏟아 만든 특정 결과물을 함께 향유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재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특정 문화 요소를 모방 혹은 재가공한 콘텐트로 유행, 챌린지, 짤, 패러디 등이 밈의 범주에 들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밈 현상은 이제 하나의 놀이 문화를 넘어 브랜딩과 마케팅을 좌우하는 하나의 트랜드로 성장하고 있다.
‘오징어게임’ ‘똥 밟았네’ 등 밈 인기 얻어
또 이 회사는 극 중 새벽 역을 맡은 정호연을 출연시킨 ‘셀럽도 다무신사랑’ 켐페인 인터뷰 영상을 공개하고 정호연을 브랜드를 대표하는 뮤즈로 전격 발탁하며 무신사스토어 입점 브랜드와 함께 화보를 선보였다. 이탈리아 커피 ‘일리’도 발 빠르게 밈을 이용했다. 오징어 게임 속에 ‘달고나’가 등장하면서 세계인들의 관심이 들끓자, 메뉴에도 없던 신제품 ‘달고나 커피’를 출시했다. 이커머스 브랜드 ‘위메프’도 밈 마케팅을 통해 온라인 서바이벌 ‘위메프 게임’을 개최해 퀴즈 정답 맞히기, 달고나 뽑기, 구슬 홀짝 맞히기 게임을 진행한 뒤 최종 승자에게 2000만원 상당의 쇼핑 포인트를 지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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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함께 네 명의 등장인물들이 어딘가 본듯한 댄스를 보여주는데 자세히 보면 모두 케이팝의 군무들을 자연스럽게 가사에 맞도록 배합한 것이다. 제작비를 아끼기 위해 댄스 동아리 출신 제작사 대표의 가족이 직접 안무를 제작하고, 노래는 제작사의 직원들이 직접 불렀는데 유튜브와 SNS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각종 커버 영상이 쏟아졌다. 초통령인 팽수, ‘미스트롯2’의 가수 황우림, 아이돌 그룹 동키즈, 트와이스 등의 연예인들은 물론, 선생님과 학생, 친남매, 현직 댄서들, 장안의 춤깨나 춘다는 청춘들은 앞다투어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춘 댄스와의 싱크로 율 경쟁에 나서는 밈현상이 생겨났다. ‘똥 밟았네’는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이 들으면 중독성으로 공부에 지장을 준다는 이른바 ‘수능 금지곡’ 대열에 올라서며 ‘1일 1똥’ 이란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열풍을 만들었다.
브랜딩에 밈을 활용하기 위해 기억해야 할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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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례로 개그우먼 박미선이 10여 년 전 출연한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의 엄마로 등장해 유행어로 만든바 있는 “ ~는 내가 할게, ~는 누가 할래”의 표현으로 최근 다양한 밈이 만들어진 적이 있다. 이것을 이용해 몇몇 브랜드들이 누가 봐도 박미선을 연상케 하는 캐리커처와 더불어 유행어를 활용해 광고로 만든 적이 있다. 이 역시도 공정의 가치에 어긋난다는 비난을 받고 광고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보듯 인터넷상에서의 밈이라 할지라도 공정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MZ 세대들에게는 기업이 남의 자산을 돈을 내지도 않고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불공정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절대로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밈(meme) 현상을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브랜딩에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직접 참여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고 그곳에서 재미있게 놀 수 있는 밈코드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밈은 단순 복제가 아닌 자신의 방식대로 콘텐트를 재해석하고 새로운 메시지를 담아 콘텐트에 자신만의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공유가 가능한 형태여야 한다. MZ세대는 재미있고 유익한 것을 정보로 보기보단 공유할 만한 콘텐트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밈을 공유할 만한 가치를 가진 콘텐트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 밈은 짧은 유행주기를 가지기 때문에 브랜드의 단기적 성과를 목표로 해야 한다. 장기적 브랜드 가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절하지 않은 수단임을 인식해야 한다.
※허태윤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대학교수다. 제일기획과 공기업, 플랫폼과 스타트업에서 광고와 마케팅을 경험했다. 인도와 미국에서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글로벌마케팅에 관심을 가졌고, AR과 플랫폼 기업에 관여하면서 최근엔 플랫폼 기업의 브랜딩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외대에서 광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현재 한신대 IT콘텐츠학과 교수다.
허태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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