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빚보다 빨리 늘어난 가계빚…한은 "경기변동성 확대 가능성"
우리나라 매크로레버리지 민간·정부 동시 증가
"취약계층·업종 중심으로 상환 능력 저하 뚜렷"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한국의 가계 부문의 레버리징(차입에 따른 GDP 대비 부채비율 상승)이 정부 부문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선진국들은 정부를 중심으로 부채가 증가했다.
1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 매크로레버리지 변화의 특징 및 거시경제적 영향'에 따르면 한국 매크로(가계·기업·정부)레버리지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비율은 지난해 1분기~올해 1분기 중 평균 254%로 직전 3개년(2017~2019년) 평균 대비 29%포인트(p) 상승했다.
최근 한국의 매크로레버리지는 가계·기업·정부 부문이 동시에 늘었으며, 특히 민간(가계·기업)부문이 레버리징을 주도했다. 취약부문의 부채도 늘어났다.
2020년 이후 선진국 레버리지 비율(2017~2019년)은 정부가 평균보다 20%p 상승했으나, 가계와 기업은 각각 3%p, 8%p 상승에 그쳤다. 반면 한국은 정부 7%p, 가계 10%p, 기업 13%p를 기록해 민간 부문 상승폭이 더 높았다. 특히 코로나19 전후 기간 민간부채는 매크로레버리지 비율 상승분의 77%를 차지했다.
소득수준(1인당 실질 GDP)을 고려한 매크로레버리지 추이를 비교해도 한국은 주요국에 비해 가계 레버리지 증가가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가계 레버리지 비율은 1인당 GDP 2~3만달러 구간에서부터 G7 국가의 비율을 능가했다. 반면 기업 레버리지 비율은 G7 국가의 중상위에 위치하고 정부 레버리지는 최저 수준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상환능력이 낮은 청년층과 취약부문의 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저소득층과 20·30대에서 가계소비를 제약하는 부채 임계수준이 낮을 뿐더러 임계수준을 초과한 차주의 비중 또한 높았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율도 소득수준별로는 저소득층, 연령별로는 20대 청년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기업부문으로 보면 중소기업·취약업종을 중심으로 채무상환능력이 저하됐다. 2020년 전산업의 한계기업 비중이 지난해보다 1.8%p 올랐다. 특히 자금사정이 취약한 중소기업(전년 대비 1.9%p)과 코로나 충격의 영향이 컸던 숙박·음식업종(6.8%p)에서 한계기업 비중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한은은 “과거 금융위기시에는 민간의 디레버리징을 정부부문이 흡수하면서 레버리지 변화에 따른 경기충격을 최소화했다"며 "이번 코로나 위기로 민간·정부 레버리지가 동시에 늘어난다면 금융불안으로 인한 자산가격 급락, 실물경기 위축 등 경기변동성이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이례적으로 지난 16년간 가계 레버리지 누증이 지속되고 있어 향후 디레버리징 발생시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거시건전성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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