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일반
내년 美 주식시장, 재미없는 장세 이어진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 앞으로 S&P 조정폭 10% 안팎으로 커지고 회복기간 길어질 듯
국·내외 금리인상기에 은행, 보험 등은 수혜업종으로 주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유동성 공급 중단과 금리 인상 계획을 내놨다. 내년 1월부터 월간 300억 달러씩 유동성 공급을 줄여 3월에 테이퍼링을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금리를 3차례 올릴 수 있고, 시작은 테이퍼링 종료로부터 멀지 않은 시점이 될 거란 언급도 있었다. 시장이 걱정했던 떠밀려서 빠른 속도로 정책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좋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발표 당일 상승했고 다음 날 그만큼 떨어졌지만, 하락을 체감할 정도는 아니었다. 주가가 제자리를 유지한 건 발표 내용이 예상했던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연준의 발표가 있기 전에도 시장에서는 내년 6월까지 금리를 한 번 올릴 가능성이 36%, 두 번 올릴 가능성이 33% 정도 된다고 전망하고 있었다. 12월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직후 나온 금리 인상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치다.
연준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 부분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연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9%에서 5.5%로 내렸다. 대신 내년은 4.0%로 이전보다 0.2%포인트 올렸다. 현재 미국경제가 백신 접종 확대와 경제 재개방으로 빠르게 팽창하는 중이어서 내년 성장이 높아질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시각도 달라졌다. 예상보다 물가 상승률이 높고 시간도 오래가겠지만, 경제 재개방과 관련한 수요-공급 불균형이 원인인 만큼 내년에 공급이 풀리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약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분석이 타당성이 있지만, 주식시장 움직임 전체를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 강한 금리 인상과 유동성 공급 축소 계획이 발표됐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른 건 오랜 주가 상승으로 투자심리가 매수 중심으로 형성된 영향이 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락했던 미국 주식시장이 지난해 4월에 상승으로 돌아선 후 1년 9개월째 오르고 있다.
변동성 확대와 주가 재평가로 미국시장 하락 예상
사상 유례 없는 장기 상승이 계속되면서 투자자들은 발생하는 모든 사안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낮은 금리가 주식시장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로, 금리를 올리면 미국 경제가 금리를 올릴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다는 논리로 주가가 오른다고 보고 있다. 주가가 항상 오른다는 얘기인데 실현 불가능한 얘기다. 이번도 논리가 비슷하다. 연준이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계획을 발표하자 예상했던 수준 정도라는 안도심리 덕분에 주가가 상승했지만 정확한 영향은 아직 알 수 없다. 주식시장이 진정된 후에나 알 수 있을 텐데, 투자자들이 너무 긍정적인 시각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어 이 부분이 빠지고 난 후에야 판단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리 인상 계획이 나온 후 주가 방향보다 더 눈길을 끈 건 변동성이다. 나스닥 시장의 경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끝난 직후 하루 2% 이상 주가가 오르고 내릴 정도로 큰 변동성을 보였다. 시장에서는 나스닥에 성장기업이 모여있기 때문에 금리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고 얘기하지만,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이 금리에 요동을 칠 정도로 취약하지 않다는 걸 감안하면 예사롭지 않은 움직임에 틀림없다.
과거에도 연준이 유동성 공급을 늘릴 때 주가 변동성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돈이 순차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주가 반응도 장기간에 걸쳐 나타난 것이다. 유동성을 줄일 때는 반대로 변동성이 커지는데 12월이 그 경우에 해당한다. 미국 시장의 변동성은 FOMC회의가 열리기 전인 11월 중순부터 확대되고 있었다. 나스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내려올 즈음이었는데, 금리 인상이 변동성을 확대하는 역할을 했다.
다음 반응은 적정 주가에 대한 재평가가 아닐까 싶다. 연준이 돈을 풀 때와 거둬들일 때 시장이 생각하는 적정 주가 수준이 달라진다. 돈을 풀 때는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주가순이익비율(PER)이 높아지지만, 돈을 회수할 때에는 배율이 낮아진다. 유동성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표지수인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의 PER이 30배까지 올라왔다. 지난 20년간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지금보다 PER이 높았던 때는 IT 버블이 터지기 직전이 유일하다.
변동성 확대와 적정 주가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당분간 미국 주식시장이 약세를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로 급락했던 주가가 상승을 시작했던 지난해 4월 이후 스탠다드앤드푸어(S&P)500지수가 5% 이상 떨어진 적이 없다. 앞으로는 조정 폭이 10% 내외로 넓어지고, 회복 기간도 길어질 걸로 보인다.
코스피는 3000 크게 넘지 않은 상태로 마무리될 듯
수급은 나아질 것이다. 연말까지 연기금이 시장을 지켜주기 때문인데, 연기금은 매년 전체 자산 중 주식의 비중을 미리 정하고 투자에 나선다. 중간에 주가가 크게 하락해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경우가 아니라면 한 해가 끝나는 연말에 주식 투자를 본격화하는 게 일반적이다. 미뤄왔던 주식 투자를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올해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12월 들어 기관투자자가 2000억원 넘게 주식을 사들였는데, 연말 배당이 확정될 때까지 이 흐름이 유지될 것이다.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른 선진국의 금리 인상을 불러왔다. 영국이 금리 인상에 나섰고, 신흥국 역시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감안해 금리가 오를 때 수혜를 보는 종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은행과 보험 업종이 그에 해당한다. 은행의 예금과 대출이자 간 차이인 예대마진은 금리가 오를 때 커진다. 예금과 대출이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은행 수익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은행주가 금리 인상의 수혜주가 되는 게 당연하다. 보험회사는 고객이 맡긴 돈의 많은 부분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다. 연금보험의 경우 가입할 때 정해진 돈을 기로 약속하는데 금리가 낮아지면 해당 금액을 채우기 힘들어 보험사가 곤란을 겪게 된다. 보험주가 금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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