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빛난 호실적…2강·2중·1약 재편 [2021 금융업계 리뷰-금융지주]
펜데믹 속 대출 자산 늘며 이자이익 급증
KB·신한금융 사상 첫 '4조 클럽' 달성 기대
우리금융 약진으로 하나금융과 라이벌 대결
올해 코로나 펜데믹과 부동산 대란 속에서도 국내은행들은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끌'과 '빚투'로 대변되는 투자 광풍으로 대출 총량이 급증한 가운데, 부동산 가격 상승도 은행권의 실적 호조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상하면서 은행권 이자이익도 빠르게 증가했다. 일각에선 '폭리'라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지만, 유동성 증가에 기인한 특수한 환경이 역대급 실적의 주된 배경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5대 지주사 순익 3분기 만에 14조원 돌파
KB금융은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1년 전보다 31.1% 증가한 3조7722억원을 기록하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은 20.6% 늘어난 3조5594억원, 하나금융은 27.4% 증가한 2조6815억원, 우리금융은 92.8% 급증한 2조1980억원, 농협금융은 24.9% 증가한 1조8247억원을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올해 말 처음으로 4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5대 금융지주의 호실적은 최대 계열사인 은행이 이끌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총 9조5079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5.4% 증가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각각 2조2003억원, 2조1301억원으로 3분기만에 2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9% 급증한 1조9930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17.6% 늘어난 하나은행의 순이익(1조9470억원)을 따돌리고 업계 3위로 올라섰다. 농협은행 순이익은 같은 기간 10.9% 늘어난 1조2375억원을 기록했다.
이같은 은행 호실적에도 5대 금융지주의 은행 의존도는 낮아졌다. 5대 지주 순이익에서 은행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 3분기 67.7%로 지난해 같은 기간(71.99%)보다 낮아져, 처음으로 60%대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증권 시장의 호황에 따라 각 지주사의 증권사들의 이익이 커졌고, 보험사와 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순이익이 증가한 영향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마다 은행권 이익 2조원씩 증가
가계대출 잔액이 1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올해 2월 이후부터다. 한은은 가계대출이 지난해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주식시장과 부동산 호황, 코로나19 감염증 확산 지속 등에 따라 대출 자금이 역대로 늘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대출은 전체의 75.5%(80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정대출은 259조9000억원이다. 올해 8월과 11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상한 영향에 변동형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권의 이자이익 증가세가 가팔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7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3.710∼5.060% 수준으로, 상단 기준이 5%대를 넘어섰다.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잔액 비중을 75%로 설정하고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오를 경우 대출자의 이자부담은 2조원 늘어난다.
은행들은 한은이 내년 1월을 시작으로 기준금리를 두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은행권의 이자이익도 역대 최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5일 "기준금리 1.00%는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며 "내년 1분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지주 '2강·2중·1약' 구도로 재편
우리금융은 역대급 순익 증가에 따라 하나금융의 순이익 격차도 크게 줄였다. 지난해 3분기에는 하나금융과의 순익 차이가 9644억원으로 1조원가량 났지만 올해 3분기엔 4835억원으로 차이가 확연하게 줄어든 모습이다. 이에 올해 3분기에 들어와 5대 금융의 판도는 2강·2중·1약 구도로 재편됐다.
업계는 올해 말 우리금융이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23년 만에 완전 민영화를 이뤄내며 그룹의 약점으로 꼽힌 비은행 사업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우리금융에는 증권·보험 계열사가 없다. 이런 이유에 비은행 부문의 인수합병이 이뤄질 경우 국내 금융지주 순위는 뒤바뀔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용우 기자 lee.yongwo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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