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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 전자? ‘전장 사업’ 박차 가하는 삼성·LG전자

조주완 LG전자 CEO, 오스트리아 전장 자회사로 첫 출장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성장 이끈 은석현 전무도 본부장으로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 성장 정체에 직접 차량용 반도체 제작
차량용 반도체 공급 확대하며 전장 시장 점유율 높이나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자율주행차 시범운행지구에서 개최된 한 자율주행 챌린지 행사에서 자율주행 차량이 운행 중이다. [중앙포토]
 
디지털 기술 발전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주행·센서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자율주행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한 데 이어 고객에게 자체 보험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테슬라가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전통적 제조산업을 영위하던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변화 속도가 눈에 띄는 형국이다. 미래자동차 트렌드 변화에 맞춰 전장 사업 비중을 늘리며 자동차 업계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VS사업 흑자 전환 위해 구원투수 연달아 투입 

업계에 따르면 오는 2035년이 되면 자율주행 자동차 규모가 1억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차세대 자동차 부품 시장 규모도 2028년 800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차체 외형과 내·외장재, 배터리를 제외한 차세대 자동차 부품 시장은 크게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차량용 조명, E 파워트레인(전기차 파워 부품) 등으로 구성된다.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곳은 LG전자다. LG전자는 먼저 아픈 손가락이었던 모바일 사업을 지난해 철수시키고 전장 사업 투자 여력 확보에 나섰다.  
 
이어 일찍이 전장 사업을 그룹의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점찍었던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최고전략책임자(CSO)였던 조주완 사장을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맡겼다. 조 사장은 2020년 12월 캐나다 유력 전기차 부품 회사 마그나와 전기차 파워트레인 분야 합작사 설립 결정 당시 핵심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두 회사는 지난해 7월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이라는 합작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 11월, LG전자가 프랑스 자동차 업체 르노그룹의 전기차 신모델 '메간 E-Tech'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IVI) 시스템을 공급했다고 1일 밝혔다. 사진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된 르노그룹 메간 E-Tech 차량 내부. [사진 LG전자]
 
전장 사업에 LG전자가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는 조 사장의 첫 해외 출장지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는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첫 해외 출장으로 전장 자회사인 오스트리아의 ZKW를 방문했다. ZKW는 LG전자가 지난 2018년 인수한 자동차용 조명업체로 BMW, 아우디, 폭스바겐 등 유럽 주요 완성차 업체에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구 회장은 여기에 VS(전장사업) 스마트사업부장을 지내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정보시스템) 사업의 성장을 이끈 은성현 전무를 VS사업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은 본부장은 17년간 세계 1위 자동차부품회사 독일 보쉬 본사와 일본 지사에서 기술영업과 마케팅을 담당했었다. LG전자에는 2018년 입사했다. VS사업에 거는 구 회장의 기대를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차량용 반도체 문제 변수는 여전 

현재 LG전자는 차량용 조명(ZKW), 인포테인먼트(VS사업본부), 전기차 파워트레인(엘지마그나이파워트레인) 등 전장사업 3개 축을 재편하고 본격적인 성장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LG그룹은 2013년 9월 전장사업에 뛰어들었지만, 9년째 흑자전환에 실패했다. VS사업본부는 올 3분기 매출 1조7354억원, 영업손실 5376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가 2015년부터 VS사업에 투자한 금액만 4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올해부터는 다를 것이라는 것이 LG전자의 예상이다. 전기차 보급과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늘어나면서 자동차 핵심 부품이 엔진에서 전자장비 등으로 바뀌게 되면서 성장세는 더욱 가파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김주용 LG전자 VS사업본부경영관리담당 또한 지난해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수익성 측면에서 지속적인 원가 절감을 통한 손익 구조 개선에 집중해 내년에는 의미 있는 실적을 달성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장기적으로 전장 산업 규모는 늘어날 전망이지만 단기 변수는 존재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으로 완성차가 생산·판매량을 줄이자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고 있기 때문이다. NXP와 인피니온 등 차량용 반도체 기업들이 완성차 업체에 공급을 독점하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 차량용 반도체 직접 만들어 하만 공급  

이에 맞선 삼성전자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라는 변수를 최소화시키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삼성전자 전장 부문은 크게 경영지원실 직속 전장사업팀과 자회사인 전장기업 하만(Harman)으로 구분된다. 다만 실제 모든 제품 생산 및 판매는 하만에서 이뤄진다.
 
하만은 전체 매출의 3분의 2가 주력제품 디지털콕핏을 비롯한 전장사업에서 나온다. 디지털콕핏은 오디오, 비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디지털 계기판으로 통합한 형태의 차량 조종석을 말한다. 전 세계 디지털콕핏 시장에서 하만의 점유율은 25%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이후 좀처럼 성장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차세대 차량용 시스템반도체 3종을 공개했다. [사진 삼성전자]
 
이에 삼성전자는 2020년 말 이승욱 사업지원 TF 부사장을 새 전장사업팀장으로 선임하며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그 결과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가 내놓은 지난해 11월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3종이다. 모두 디지털콕핏에 쓰일 수 있는 제품이다.  
 
하만에 필요한 차량용 반도체를 시스템LSI사업부에서 개발, 설계하는 상황이 향후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이는 설계(시스템LSI사업부)와 생산(파운드리사업부)을 함께 할 수 있는 삼성전자의 강점을 십분 활용하고자 하는 의도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는 하만 공급에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성능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그래픽 D램(GDDR) 등 첨단 차량용 메모리 솔루션 5종을 유수 자동차 제조사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유수 자동차 제조사 가운데 한 곳이 테슬라일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있다. 실제 테슬라는 지난 2019년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를 통해 삼성전자에 차량용 자율주행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겼다고 밝힌 바 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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