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매장부터 자판기까지 등장”…앱 밖으로 나온 ‘중고거래’
[20조 ‘쩐의 전쟁’ 중고시장③]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중고거래
‘파라바라’ 비대면 중고거래 기기 개발…마트, 편의점 등에 25개 설치
번개장터도 오프라인 매장 ‘브그즈트’ 마련…판매대행 수수료 없어 인기
# 쓰던 가방을 중고거래로 팔기 위해 제품 사진을 찍고 관련 애플리케이션에 판매 글을 올린다. 해당 제품을 구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관심을 의미하는 ‘하트’가 세 개 이상 붙는 등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면, 판매자는 집 근처 대형마트에 위치한 중고거래 자판기를 찾아 제품을 투명 칸으로 분리된 공간에 넣는다.
일명 ‘중고거래 자판기’다.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상품을 자판기 안에 넣으면, 상품은 자판기를 통해 진열되고 판매까지 이뤄진다. 마트를 오가는 사람들이 자판기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을 보면 바로 기기를 통해 카드결제로 물건을 산다. 결제자는 제품을 눈으로 확인하고 사기 때문에 가령 ‘해진 곳 없나요? 옆면도 사진 찍어서 보내주세요’ 등의 여러 질문할 필요가 없다. 판매자의 물건이 팔리면 3일 후 판매 대금을 입금받는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성장한 중고거래가 오프라인으로 진출하고 있다.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2008년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4조원이었지만 2020년에는 20조원으로 껑충 뛰었고 2021년에는 24조원 정도로 늘었다. 중고거래에 참여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이 지닌 약점을 보완한 오프라인 공간이 생긴 것이다.
신제품·중고제품 함께 판매하는 매장 등장
매장 콘셉트는 ‘명품’이다. 샤넬, 티파니, 롤렉스 등 명품 브랜드 제품들만 판매한다. 중고제품 역시 샤넬, 루이뷔통, 롤렉스, 까르띠에 제품만 가능하다. 최고가의 제품만 취급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판매자들이 찾는 이유는현재 매장에서 위탁 판매 수수료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매장에는 10년 이상의 경력을 지닌 명품 검수 전문가가 있는데 이들이 중고제품 판매 요청이 들어오면 제품의 진품 여부를 확인하고, 판매 대행을 접수한다. 판매 제품 정보는 번개장터 앱에도 공유된다. 오프라인 매장과 애플리케이션이 이어지는 ‘중고거래용 옴니채널’ 형태인 셈이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이 서비스 때문에 사람들이 매장에 찾아오는 효과가 있다"면서 "중고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는 게 우리 서비스의 강점이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와 주유소 등에서도 중고거래가 가능한 자판기 같은 기기도 등장했다. 중고거래 플랫폼을 운영하는 ‘파라바라’는 온라인 앱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기기를 지난 2019년에 개발했다. 2019년 지하철 잠실역에 기기를 시범적으로 설치한 후, 소비자 반응이 뜨겁자 2020년부터 유통기업 등과 협업해 기기 설치를 확대했다.
판매자는 중고제품을 기기에 넣고, 소비자는 기기 속 제품을 눈앞에서 확인하고 카드결제를 통해 바로 제품을 살 수 있다. 현재 파라바라 기기는 이마트24, AK플라자, 롯데마트, 공항철도, GS칼텍스 주유소 등에 총 25대가 설치됐다.
김길준 파라바라 대표는 “사고 싶은 물건을 살 물건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없고,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판매자와 구매자가 직접 만나야 하는 게 중고거래의 단점이다. 이를 해결하고 싶었다”며 “대학교 동아리에서 시작한 아이디어였다. 잠실역에 시범적으로 자판기를 운영했는데, 이용자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사업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중간 판매처 생기니, 중고거래 환불도 가능해져
소비자 반응은 좋다. 번개장터 브그즈트 오프라인 매장은 지난해 12월 기준 일평균 방문자가 약 200명을 넘고, 파라바라 판매 이용자만 지난해 1월 1만명에서 현재는 5만명으로 급증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매장 근처를 왔다가 우연히 매장에 들어오는 소비자도 있고, 온라인 앱을 통해 상품을 사고 제품 픽업을 매장으로 해 공간에 찾아오는 소비자 등 이곳을 찾는 형태는 다양하다”며 “중고거래 플랫폼은 여러 품목 상품이 모두 판매되는 곳으로 전문성을 지니지 못하는 한계가 있는데, 번개장터는 브그즈트 매장을 통해 스니커즈나 명품이라는 특정 카테고리만도 판매하는 전문성을 지니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앱 밖을 나온 오프라인 중고거래 형태는 더욱 확장할 전망이다. 결국 중고거래 품목이 대부분 생활에 밀접한 옷이나 가방, 신발 등 경험 제이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사고자 하는 소비자 요구가 크기 때문이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디지털 시대여도 인간이 밥을 먹고 잠을 자야 하듯이 상품도 직접 경험하고 사길 바라는 본능적인 욕구는 그대로여서 온라인 앱이 편리해도 사람들은 오프라인 공간과 시스템을 꾸준히 찾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중고거래 시장도 앱과 오프라인 연계 방법이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라예진기자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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