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 인력 불만 고조…대규모 이탈 시작될까
[HDC현산 앞날은④] 인력 부족, 낮은 처우에 불만
안전담당 등 자체 인력 비정규직 대부분
정비사업 대거 취소 위기…인력 감축 우려↑
최근 잇단 대형 붕괴 사고로 물의를 빚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대규모 인력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의 조직 운영 방식 특성상 전체적인 인력 부족으로 직원들의 고충이 늘어난 가운데, 이번 사고로 불만이 폭발하는 분위기다.
특히 연차가 낮은 직원들을 중심으로 동요가 심각하다. 타 대형건설사 대비 열악한 처우에 대한 불만도 심각하지만, 자칫 HDC현대산업개발에서 근무한 이력이 흠이 되진 않을까하는 걱정에서다. 40대 중반 이상 연차가 높은 직원들도 불안해하고 있다. 이번 사고로 인해 사업이 대거 취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결국 인력 감축이 단행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HDC현대산업개발 직원들의 이직 움직임이 심상치 않게 포착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 직원은 “사내 분위기가 심각하다”며 “이직을 알아보고 있다는 직원들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고 말했다.
한 대형건설사 직원은 “HDC현대산업개발에 다니는 친구로부터 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HDC현대산업개발에 다니는 상당수의 직원들이 이직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도 업계에서 많이 들린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특히 현장에 나가있는 직원들 중심으로 HDC현대산업개발 이직 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효율성 강조 ‘애자일 경영’…전문성 미비·인력 부족 불렀나
애자일이란 ‘날렵한’, ‘민첩한’ 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agile)에서 착안한 조직운영 방식이다. 부서간 경계를 허물고 프로젝트 단위로 의사결정권을 부여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지난 2017년 건설업계에 최초로 애자일 제도를 도입했다. 정 회장의 지시에 따라 지난 5년간 네 차례 조직개편을 단행할 정도로 전사적 역량을 집중시켰다.
실제 애자일 경영 도입 이후 HDC현대산업개발의 이익은 극대화됐다. 도입 원년인 2018년 영업이익은 3179억원에서 2019년 5514억원, 2020년 5857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의 성과다.
하지만 효율성을 극대화한 HDC현대산업개발의 애자일 경영은 인력 공백을 불러왔다. 실제 최근 몇 년간 이 회사의 정규직을 비롯한 직원 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룹 인적분할 후인 2018년 말 정규직 1000명 등 총 1769명이던 직원 수는 2019년 1705명으로 소폭 감소한 뒤 2020년에는 1591명으로 100명 이상 줄었다.
직원들의 연봉 역시 타 메이저 건설사에 비해 제일 낮은 수준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1인당 평균 급여액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7400만원, 7900만원으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가장 낮았다. 이에 효율과 신속에 방점을 둔 애자일 경영이 결국 인력 감축과 인건비 절감을 위한 포석이 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HDC현대산업개발 내부와 일선 현장에선 이와 관련된 불만이 지속돼 왔다. 현장에선 상시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겪었고, 실무를 담당할 신규채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안전담당 등 자체 인력도 비정규직이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부족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의 현장 인력 배치 기준을 보면 정직원 20%, 계약직 80%의 비율로 구성된다. 반면 타 메이저 건설사들은 정직원 80%, 계약직 보조 20%로 아파트 현장을 운영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10대 건설사 중 1인당 영업이익율이 제일 높은 건설사로 자평하는 회사다. 1인당 영업이익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자 문제는 동일 규모의 아파트를 시공하더라도 타 건설사에 비해 적은 인원을 배치하거나 연봉이 적은 계약직들로만 현장을 구성한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직원들은 기초부터 체계적으로 회사에서 육성이 돼 업무의 연속성으로 인해 전문지식의 깊이가 계약직과는 태생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는 환경 요소가 있다”며 “HDC현대산업개발은 비숙련 인원 80%를 갖고 공사를 운영해 높은 수익을 얹는 것이 회사의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주택·도시정비 사업부 인력이탈 우려 커져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에서 화정 아이파크 주상복합을 비롯해 ▶계림동 아이파크 ▶학동 4구역 재개발 ▶운암 3단지 재건축 등 4곳에서 총 7948가구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중 광주시 운암3단지 재건축정비조합은 시공사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 현대아파트 조합원들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재건축사업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 또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에서는 일부 조합원들이 안전 문제와 브랜드 가치 하락 등을 우려하며 현대산업개발을 컨소시엄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서울 강남구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 재건축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에선 단지명에서 ‘아이파크’를 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만약 지난 2021년 학동 참사로 최고 처벌인 8개월의 영업정지가 내려지고, 이번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로 1년의 영업정지를 받게 될 경우 HDC현대산업개발은 1년8개월 동안 신규 사업 수주가 중단된다. 특히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와 관련해서는 현재 건설산업법상 최고 수위의 처벌인 '등록말소'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1월 17일 “법이 규정한 가장 강한 페널티(처벌)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등록말소까지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시사했다.
2021년 정비사업 역대 활황…경쟁사 인력 빼가기 ‘눈치’
실제 2021년 건설사들은 정비사업에서 그야말로 호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주택경기가 호황을 이어간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정비사업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시장분위가 고조됐다. 재건축과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단지가 늘었고 치열한 수주전이 전개됐다. 여기에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주거환경개선사업, 리모델링 시장까지 판이 커졌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2021년 시공능력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부문 수주 실적 합산액은 약 28조원으로 2020년 18조6000억원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현대건설은 2021년 도시정비사업 23개 사업지에서 수주액 5조5499억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도시정비사업부문 업계 수주 1위에 올랐다. 이어 GS건설(5조1437억원), 포스코건설(4조213억원), 대우건설(3조8992억원), DL이앤씨(3조81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대형건설사뿐 아니라 중견 건설사도 HDC현대산업개발 인력을 탐내고 있다. 중견 건설사들은 고질적인 인력 부족을 겪고 있어서다. 최근 몇 년간 중소형건설사들은 기존 직원들마저 대형건설사에 빼앗기면서 현재 운영 중인 사업장 공사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견건설사 인사담당 임원은 “HDC현대산업개발 인력들이 시장에 많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는 들었다”며 “아직 이력서가 들어온 것은 없지만 사람만 괜찮으면 적극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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