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아표 ‘명품’은 조악한 가품”…미러·S·A, 짝퉁도 ‘급’이 있다
[K-짝퉁의 세계①] 송지아 논란으로 본 짝퉁 시장 조명
‘명품족’ 늘어나며 ‘짝퉁족’도 증가…2019년 대비 150%↑
유튜버 프리지아(송지아)의 ‘짝퉁(가짜 브랜드 상품)’ 제품 착용 논란이 화제다. 글로벌 OTT플랫폼인 넷플릭스 프로그램 ‘솔로지옥’에 출연한 프리지아가 샤넬, 디올 등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로고가 박힌 짝퉁 의상을 입고 나온 게 발각난 것이다. 프리지아는 가품 착용 사실을 인정하며 사과했지만 논란은 일파만파 커지는 분위기다. 스타일리스트 A씨는 “가품은 불법이고 이미지에 엄청난 타격을 입기 때문에 웬만큼 대중에게 알려져 있다면 가품을 입지 않는다”면서 “심지어 프리지아가 착용한 짝퉁은 소위 미러급, S급, A급 가품도 아닌 조악한 가품”이라고 지적했다.
‘명품 언니’, ‘금수저’로 통하던 송지아의 배신에 방송 시청자와 유튜브 구독자의 분노가 커지고 있지만, 일각에선 짝퉁의 세계가 소리 소문 없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반증이라는 분석이다.
4년간 모조품 적발 규모, 시가 기준 4000억원
패션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짝퉁시장 규모는 연 2조3000억 달러(약 3000조원)에 달한다. 국내 짝퉁시장 규모를 측정한 공식적인 통계자료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최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짝퉁 시장이 형성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관세청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0년 8월까지 약 4년간 해외 브랜드 모조품 적발 건수는 1866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정품 시가 기준 4000억원에 이르는 규모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명품 시장이 커지면서 짝퉁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선 지난해 기준 2019년 대비 150%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위조품 신고 건수도 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위조상품 신고 및 제보 건수는 2018년 5557건에서 2019년에 6864건으로 증가하다 2020년에 1만6935건으로 급증했다. 이 수치는 가품을 진품으로 속여 판매하다 적발된 제보 건수로, 가품임을 알리고 당당하게 판매하는 경우까지 더해진다면 짝퉁 시장은 상상 이상으로 큰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짝퉁 시장에서도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인기가 높았다. 특허청 연도별 1~7월 기준 위조상품 상위 5위 목록을 보면 매해 브랜드 순위가 바뀌지만 3대 명품이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2019년 단속 1위 위조 브랜드는 ‘에르메스’로 총 224억7000만원 규모의 가품이 적발됐다. 2020년부터는 1위가 ‘샤넬’로 바뀌어 지난해에도 적발된 위조 제품 브랜드 1위에 올랐다. ‘구찌’와 ‘루이비통’ 역시 꾸준히 가품 브랜드 상위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미러·S·A급으로 구분해 가격도 천차만별
실제 SNS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서는 해시태그 ‘#짝퉁명품쇼핑몰’을 적고, 가품 사진을 올리고 구입을 유도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19일 기준으로 ‘#짝퉁’으로 검색되는 게시물은 9만8000여개가 넘고 ‘#짝퉁명품쇼핑몰’은 1000여개, ‘#짝퉁가방사이트’는 500여개가 넘는다. 블로그 등에서도 가품 공동구매를 의미하는 ‘ST공구’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관련 판매 글을 볼 수 있다.
판매하는 제품 품질도 다양하다. 가품은 ‘미러급’ ‘S급’ ‘A급’ 등으로 등급을 구분해 판매된다. 미러급은 진품을 거울에 비춘 듯 똑같이 따라 만들었다는 의미로, 가품 중에서도 가장 비싼 가격을 내건다. 이어서 진품과 비슷한 순서대로 S급, A급이 된다. 짝퉁이라고 다 같은 짝퉁이 아닌 셈이다.
제품 판매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진품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진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를 속여 가품을 판매하는 것이 과거 짝퉁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SNS 상의 소셜커머스 짝퉁 시장은 당당하게 가품임을 알리고, 고급 품질을 내세우며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을 내건다. 기자가 SNS를 통해 미러급 에르메스 가방을 찾아보자 80만원 수준에 살 수 있었고, S급 구찌 가방은 50만원 정도에 구입이 가능했다.
판매자 처벌만 있을 뿐…구매자 처벌 없어
패션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없다면 공급이 없을텐데 그만큼 짝퉁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면서 “1차적으로 가품 유통 자체를 막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구입 자체를 불법으로 인지하는 소비자들이 의식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범일 변호사는 “상표법 제230조 따르면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행위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처할 수 있고, 추가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 큰 피해를 볼 수도 있다”며 “하지만 이를 구입한 소비자를 처벌하는 법적 조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명품 브랜드의 본고장인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지역에서는 가품 소비자에게도 최고 30만 유로 벌금(약 4억원)이나 3년간 징역형을 처하는 제재를 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가품 유통에 국제 범죄조직이 연루된 것으로 파악하고, 가품 제조업자는 물론 소비자에 대한 처벌을 추가하는 등 가품 시장 단속에 칼을 빼 들었다.
라예진기자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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