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코리아 매출 올랐어도 법인세는 쥐꼬리…‘디지털세’로 막는다
국세청 “연내 디지털세 국내 법안 마련”
구글·애플 등 글로벌 IT 공룡이 적용 대상
세계 각국서 얻는 수익의 초과이익 25%를
2023년부터 해당 국가에 배분 방식 적용
애플코리아가 한국에서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영업이익률(매출액 대비 영업이익)을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는 이런 꼼수를 막기 위해 올해 디지털세 도입에 속도를 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지난해 애플이 미국 증권 거래소에 제출한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가 전 세계에서 거둔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30%에 육박했다. 이는 애플의 한국 지사인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률(1.6%)보다 18.6배 높다.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크게 낮다. 국가별 회계처리를 기준(연구개발 비용, 기타 비용 등 회계처리 차이 조정 전)으로 일본에서의 영업이익률은 44.9%, 중화권 41.7%, 기타 아태지역 37.2%, 유럽 36.4%, 미주 지역 34.8%로 한국보다 최대 28배 높다. 애플코리아가 한국에서 터무니없이 적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는 뜻이다.
영업이익률이 낮다 보니 한국에 납부하는 세금도 다른 국가보다 적다.
애플코리아가 2020년 10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한국에서 거둔 매출은 7조971억원이다. 이 중 법인세로 납부한 금액은 전체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628억9000만원이다. 같은 시기 애플은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 3658억1700만 달러(약 441조원)를 거뒀다. 전체 매출의 4.0%인 145억2700만 달러(약 18조원)는 세금으로 냈다. 한국에서 낸 법인세와 약 4.3배 차이가 난다.
애플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이 글로벌 기준보다 낮은 이유는 국내 매출의 대부분을 법인세율이 낮은 싱가포르 법인으로 이전해 영업이익을 낮추기 때문이다. 애플코리아는 싱가포르 법인 ‘애플 사우스 아시아’를 통해 주요 제품을 수입하고 있는데, 이 비용을 높이는 방식으로 영업이익을 낮게 책정했다. 실제 애플코리아는 지난해 9월 기준 1년 동안 한국에서 거둔 매출의 95%를 싱가포르 법인에 보냈다.
2023년부터 디지털세 도입 본격화 “글로벌 과세 원칙 개편”
양정숙 의원은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서 영업이익을 줄여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며 “중국·일본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영업이익률을 조정해 세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세법 꼼수는 올해까지만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애플 등 글로벌 기업이 세계 각국에서 얻는 수익의 초과이익 25%를 해당 국가에 배분하도록 하는 디지털세가 내년(2023년)부터 도입되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연결기준 매출이 200억 유로(약 27조원), 영업이익률 10% 이상인 글로벌 기업은 2023년부터 매출을 낸 국가에 세금을 내야 한다. 기업이 거둔 전체 매출에서 통상이익률(10%)을 넘는 초과이익 중 25%를 디지털세로 정하고, 매출 비중에 따라 국가별로 배분한다.
글로벌 기업이 어느 나라에서나 15% 이상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규제도 함께 마련된다. 연결기준 매출이 7억5000만 유로(약 1조원) 이상인 글로벌 기업이 대상이다.
국세청도 내년부터 디지털세를 시행하기 위해 적용 기업 신고와 국가 간 분쟁 대응 등을 위한 기반을 올해 마련할 계획이다. 상반기에는 국제조세와 법인세, 기업회계 전문가가 모인 법제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여기에서 나온 결과를 참고해 하반기 중으로 세법개정안에 규칙을 반영할 예정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한국은 2023년 과세를 목표로 올해 법안을 마련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며 “올해 상반기 국제 원칙이 정립되면, 이를 따라 국내법을 기술적으로 도입해 내년 사업연도부터 디지털세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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