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푼 카카오의 상생 보따리, '찬밥' 취급 받는 이유는
폭락한 주가, 악화한 여론 되돌리지 못한 카카오 상생안
카카오모빌리티 업계와 대립 여전…“카카오 상생안은 면피용” 비판 나와
순조롭지 않은 골목상권 철수, 구체성 없는 상생기금 3000억원
카카오가 상생안을 발표한 지 4개월이 지났지만 기대했던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의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주가 회복에도 실패했다.
카카오가 상생안을 내놓은 건 지난해 9월 14일이다. 문어발 사업 확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정치권과 여론의 집중포화가 카카오에 쏟아진 여파를 해결하는 카드였다.
상생안엔 ‘골목상권 논란 사업 철수 및 혁신 사업 중심으로 재편’, ‘파트너 지원 확대를 위한 상생기금 5년간 3000억원 조성’, ‘케이큐브홀딩스 사회적 가치 창출 집중’ 등을 담았다.
개별 기업 중에선 카카오모빌리티가 스마트호출 기능을 폐지하고 프로 멤버십 요금을 인하했다.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사업에서도 철수하기로 했다.
카카오모빌리티 상생안 여전히 홍역 앓아
택시업계와 대리운전업계는 즉각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카카오 상생안은 면피용”이라고 꼬집었다. 상생안을 내놓은 카카오모빌리티는 여전히 홍역을 앓고 있다. 택시업계는 프로 멤버십의 전면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부당한 알고리즘에 따른 콜 몰아주기 의혹도 해소해야 한다고 역설 중이다.
대리업계 역시 카카오모빌리티와 팽팽히 맞선다. 정부 동반성장위원회가 카카오모빌리티와 대리업계를 두고 여러 차례 상생협약 간담회를 진행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CEO 직속 상생협력자문위원회를 신설하는 추가 상생안을 내놨음에도 이해관계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모빌리티업계 관계자는 “모빌리티 생태계에 속한 기업 중에 카카오모빌리티가 발표한 상생안으로 변화를 체감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면서 “수많은 기업이 여전히 그 막대한 영향력에 종속돼 있고, 카카오모빌리티와 공정한 시장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믿는 이들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골목상권 철수 작업 역시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꽃·간식·샐러드 배달 중개 사업에서 발을 뗀 게 전부다.
사실 이는 예고된 일이다. 이해관계자의 복잡한 셈법을 해소하기가 쉽지 않아서다.
가령 골목상권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업으로 여겨졌던 미용실, 네일숍 예약 앱인 카카오헤어샵의 운영사는 와이어트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와이어트의 최대주주긴 하지만, 지분율이 25.7%에 불과하다. 와이어트 경영진과 기관투자자 등 여러 주주가 얽혀있는 가운데 카카오 혼자서 섣불리 철수를 결정하는 건 부담이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 철수를 요구한 스크린골프 사업 역시 발을 빼기가 쉽지 않다. 이 사업은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카카오VX가 영위하고 있는데, 카카오VX는 그간 1000억원이 훌쩍 넘는 규모의 외부 투자를 끌어온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헤어샵은 현재 이해관계자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여러 가지 방안을 따져보고 있다”면서 “가장 중요한 건 카카오가 앞으로 IT 혁신과 무관한 골목상권에 연계된 영역에 무리하게 진출하는 일이 없을 거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내놓은 상생안 이행도 순조롭진 않다. 플랫폼 종사자와 소상공인 등 파트너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공동체 차원에서 5년간 상생 기금 3000억원을 마련하겠단 계획은 아직 드러난 내용이 없다.
카카오 관계자는 “올해 사업계획에 이미 상생기금을 반영한 상황”이라면서 “다만 카카오 공동체 내 여러 기업이 함께 진행하다 보니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고, 곧 구체화한 내용을 실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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