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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한끼 1만원 시대”…‘1000원 김밥’ 옛말, 사라진 서민 메뉴

[물가 쇼크③] 뛰는 점심값에 직장인 한숨 [르포]
1월 외식물가 전년 대비 5.5% 상승…소상공인 이중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선 영향에 물가 잡기 어렵다는 전망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외식물가가 전년 대비 5.5% 올라 1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김채영 기자]
 
“김밥부터 칼국수, 짜장면, 삼겹살까지 안 오른 게 없어요. 밥값이 부담되서 근처에 저렴한 구내식당을 찾아다니는 직장인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23일 서울 강남구 오피스빌딩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0)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가게 이곳저곳의 메뉴판을 둘러보던 그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김씨는 “무슨 메뉴를 골라도 1만원이 넘으니 점심값으로 일주일에 10만원 남짓 든다”면서 “월급에서 식대로 나가는 비용이 가장 크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지난해 한 식품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양준수(28)씨는 일주일에 이틀은 집에서 싸 온 닭가슴살과 과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양씨는 “회사 근처 음식점 메뉴 가격이 500~1000원씩 오른 곳이 많아 돈도 아끼고 몸도 만들어보자는 마음에 음식을 싸 오고 있다”며 “본가와 회사가 멀어 자취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회초년생에게는 외식비 부담이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날 양씨는 자주 가던 분식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이곳도 지난해 10월부터 김밥과 떡볶이 가격을 인상했다. 참치샐러드김밥과 진미오징어채김밥이 40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랐고, 4000원이었던 떡볶이는 4500원이 됐다. 점심식사 후 늘 마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도 지난 1월부터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양씨는 이날 하루 점심값으로 1만3300원을 지출했다.
 

김밥, 햄버거, 커피까지 줄줄이 인상…커지는 부담 

참치김밥과 돈가스김밥 등이 4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김채영 기자]
 
1000원짜리 김밥으로 배를 채우던 것은 10여 년 전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월 기준으로 서울 지역 외식비 가격(1인분 기준)을 품목별로 산출한 결과 냉면을 비롯해 비빔밥(9192원)·삼겹살(1만6983원)·자장면(5769원)·삼계탕(1만4308원)·칼국수(7769원)·김밥(2769원) 등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 1월 외식물가는 전년 대비 5.5% 올라 1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이기도 했다.
 
물가 상승의 여파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이날 찾은 대치동의 경우 학원가 상권이라 학생 할인을 해주는 음식점도 더러 있고, 카페도 학생증을 제시하면 10% 할인된 가격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지만 이곳마저도 물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해 가격을 올리고 있어 용돈으로 생활하는 학생들뿐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치동에서 자취를 하며 대입 재수를 하고 있다는 김주형(20)씨는 “자주 가던 백반집과 패스트푸드가게가 최근 가격을 올려 외식비 부담이 커졌다”며 “학원의 점심시간이 1시간도 되지 않아 가격 비교해볼 새도 없이 줄이 없는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예상보다 식비가 훨씬 많이 나오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가 자주 가는 ‘맘스터치’도 이달 버거와 치킨 제품 가격을 각각 300원, 900원 올렸다. 근처 롯데리아도 지난해 12월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4.1% 인상했고, 버거킹도 지난 1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9% 올렸다. 주요 패스트푸드 가게 대부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원재료값 상승 때문”…코로나19·물가상승에 소상공인 이중고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 1월 13일부터 53종의 음료 중 카페 아메리카노와 카페 라떼를 포함한 46종의 음료가격을 최대 400원 인상했다. [김채영 기자]
 
커피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프랜차이즈 카페뿐 아니라 개인 카페들까지도 올해 들어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대치동 학원가 근처에 카페를 오픈해 운영 중이라는 한 상인은 “우리 카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인제를 진행하고 있어 인기가 좋은데 최근 가격을 올리니 실망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며 “원두부터 우유, 컵 값까지 줄줄이 인상됐고, 인건비도 상승해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어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학원가에서 작은 중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재료값 상승으로 최근 짜장면과 짬뽕 가격을 올렸다”며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줄었는데 가격을 올린 후로 단골손님 몇 분이 전보다 자주 찾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고 털어놨다.
 
서민들은 점심·저녁 외식비로 지갑이 얇아지고,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에 물가 인상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과)는 “국제적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사실상 전쟁에 돌입했고, 국내에서는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이 돈 풀기 경쟁을 펼치고 있어 당분간 국내 물가가 잡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진행 상황과 차기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물가 안정화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채영기자kim.chae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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