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에 국내 건설사 러시아사업 지연 불가피
DL이앤씨·삼성ENG, 사업비 1조원 넘는 러시아 발틱 프로젝트 각각 수주
설계‧조달만 담당…공사 지연 영향은 제한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길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 가운데 러시아에 진출한 업체에 미치는 영향에 건설업계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 등 러시아에서 1조원 이상 규모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건설사들은 사업 지연을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시공이 아닌 설계‧조달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공사 대금 회수 리스크에서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으로 보인다.
7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22일 기준 국내 건설사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업을 수주한 업체는 13곳으로 총 18건의 프로젝트를 수주고에 보유하고 있다. 이들 건설사의 우크라이나 사업 수주액은 총 3억1000만 달러 규모다. 이 가운데 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6건으로 공사비 규모는 1000만 달러 수준이다.
국내 건설사의 러시아 공사 수주 잔고는 159억5000만 달러 규모다. 총 87개 건설사가 177건의 러시아 프로젝트를 수주한 상태다. 이 가운데 건설 중인 사업은 18건으로 사업비로 보면 103억6000만 달러 규모에 달한다.
국내 건설사 러시아 진행사업 수주고 100억 달러 규모
국내 건설사의 러시아 현지 공사 중 주요 사업장은 DL이앤씨의 모스크바 정유공장 현대화사업(도급액 3271억원)과 발틱 화학플랜트 프로젝트(1조5645억원), 삼성엔지니어링의 발틱 에탄크래커 프로젝트(1조3722억원) 등이 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진행 정도에 따라 해당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사들이 받는 영향이 커질 수 있다"면서도 "전쟁 지역이 우크라이나 영내로 한정되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제재 수준에서는 러시아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진행 중인 사업에 즉각적인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다행인 점은 사업비 1조원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한 DL이앤씨와 삼성엔지니어링이 설계‧조달‧시공(EPC) 가운데 설계와 조달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것이다. 사업 수주 시기도 DL이앤씨는 지난해 12월 말,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1월로 사업 초기 단계에 머물러있기 때문에 아직 매몰 비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러시아 발틱 프로젝트는 지난달에 수주한 사업 초기 단계 프로젝트"라며 "EPC 가운데 설계랑 조달만 진행하고 있고 삼성엔지니어링의 발주처는 러시아가 아닌 중국업체기 때문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태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러시아가 국제통화결제시스템(SWIFT)에서 배제되는 등 금융 제재를 받게 되면서 진행 중인 건설사업이 지연을 겪을 가능성은 더 커졌다"면서도 "국내 건설사들이 공사 대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만한 프로젝트가 거의 없기 때문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러시아 사업 규모가 큰 DL이앤씨와 삼성엔지니어링의 발틱 프로젝트는 아직 사업 초창기 수준"라며 "중국 발주처로부터 설계와 조달 업무를 도급받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대금 회수 위험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향후 사태 확산 정도와 러시아에 대한 주요국의 제재 수준에 따른 변동성도 상존하고 있다"며 "금융 제재 범위가 커지면 각 건설사들이 러시아에서 진행 중인 사업에 대한 중단 압력이 거세질 수 있고 과거 이란 사례처럼 송금 제한, SWIFT 배제로 공사대금 회수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지윤 기자 park.ji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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