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산, 주주가치 제고로 투자자 마음 잡을까
자사주 매입, 현금 배당, 주주제안 수용 등 주주친화 정책
"행정처분 등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
광주에서의 잇단 사고로 창사 이래 최대위기를 겪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이 주주가치 제고에 열을 올리며 투심 잡기에 나서고 있다. 다만 다가올 영업정지 등 행정 처분으로 인한 영업 활동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은 아직 해소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7일 HDC현산에 따르면 HDC현산은 자사주 매입, 정관변경 주주제안 일부 수용, 현금배당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자사주 매입은 HDC그룹의 지주사인 HDC가 지난 1월 11일 발생한 광주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사고 이후 3차례에 걸쳐 HDC현산의 주식을 매수했다.
지난 1월 13일부터 17일까지 3거래일에 걸쳐 HDC현산의 보통주 100만3407주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또한 HDC 최대주주이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지분 100%를 가진 엠엔큐투자파트너스는 HDC의 보통주를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지난달까지 총 12차례에 걸쳐 122만3581주를 매입했다. 주주가치 제고와 주가 방어를 위해 안간힘을 쓴 것이다.
HDC현산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주주제안 사안에 대해서도 일부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HDC현산은 경제개혁연대가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제안한 정관변경 요구안을 일부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앞서 지난달 8일 APG로부터 위임을 받아 HDC현산에 정관변경을 요청하는 주주제안을 했다.
요구안은 ▶지속가능경영, 안전 경영 등에 관한 회사 의무를 명문화하는 전문 신설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이사회 내 '안전보건위원회' 설치와 안전보건 전문 사외이사 1명 이상 선임 ▶지속가능경영 공시 도입 등이다. 당시 HDC현산 관계자는 “광주 아파트 사고에 대한 책임감 있는 모습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ESG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권 도입 외에 나머지 4가지 제안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금배당도 한다. HDC현산은 지난 3일 2021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600원, 약 395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배당기준일은 2021년 12월 31일이다. HDC현산은 2018년 HDC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뒤 매년 보통주 1주당 500~600원의 배당을 했다.
하지만 올해 실시하는 2021년 결산 현금배당은 의외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쓰는 모습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잇단 사고로 올해는 배당을 진행하지 않고, 유보금으로 남겨둬 기업어음 차환 등 유동성에 대응할 것이라고 봤는데 배당을 진행하는 것은 의외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주주 친화정책으로 주가도 소폭 반등에 성공했다. 광주 아파트 사고 이후 지난 1월 27일 1만3500원까지 떨어진 HDC현산의 주가는 조금씩 오름세를 유지했고, 이날 1만7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저점 대비 28.89% 오른 수준이다. 지난 4일 장중 한때는 1만8150원까지 찍기도 했다.
불확실성에 대한 자구책 마련이 관건
자사주 매입, 현금배당으로 인한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는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강 연구원은 “HDC현산이 자체적으로 가진 사업 부지가 워낙 많고, 자산의 가치도 높다”며 “2020년 유상증자로 마련된 현금이 많기 때문에 유동성 리스크가 제기되는 것보다는 안정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기적 투자관점에서 HDC현산은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 회복이 된다는 가정 하에라는 전제를 달았다. 강 연구원은 “행정 처분 등이 끝난 이후 주택사업 수주 활동에 있어 아이파크 브랜드 이미지가 회복된다면 HDC현산은 여전히 탑 티어급 건설사”라고 말했다. 다만, 강 연구원 “앞으로 내려질 행정처분 등 그 기간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두현 기자 kim.doo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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