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조사 결과에 2위 민주당 환호, 1위 국민의힘 당혹
민주당, 국민의힘 텃밭 영남권서 30%대 ‘선전’
국민의힘, 초박빙 경쟁으로 불안한 1위 ‘탄식’
지상파 3사(KBS·MBC·SBS), 종합편성채널 JTBC와 채널A 등 방송사들이 9일 오후 7시 30분 20대 대통령 당선자를 예측하는 투표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상파 3사는 윤석열(국민의힘) 대선 후보(48.4%)가 이재명(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47.8%)를 0.6%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발표했다. JTBC는 이재명(48.4%)이 윤석열(47.7%)을 0.7%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집계했다.
방송사들의 발표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처음엔 모두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이어지는 분위기는 엇갈렸다.
이번 대선에서 정권 교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던 가운데 민주당은 예상 밖의 선전을 거뒀다며 개표 결과에 계속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선거전에서 느꼈던 높은 정권 교체 열망과 달리 지지율이 크게 높지 않자 환호성이 이내 실망감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로 뒤바뀌었다.
민주당은 9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장에 마련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의원들과 당직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출구조사 결과가 이재명과 윤석열 간 초박빙으로 나오자 크게 만족했다. 10일 개표가 최종 끝날 때까지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투표일을 며칠 앞두고 나온 최근의 여론조사들에선 이재명이 계속 불리한 결과로 나와 내심 걱정이 컸던 까닭이다. 게다가 안철수(국민의당) 대선 후보까지 막판에 윤석열 편에 합세하자 선거 판세가 이재명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한국갤럽이 투표 직전 이틀 동안(7~8일) 조사한 대선 후보 지지도 결과에서도 윤석열(44%)이 이재명(43%)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이번 대선의 풍향계로 불렸던 젊은 유권자(18~29세)의 응답에서도 윤석열(40%)이 이재명(33%)을 앞질렀다. 이번 대선은 남성과 여성 간 성 대결로 불릴 정도로 젊은 층 표심을 중요하게 여겼던 선거전이었다.
하지만 두 대선후보 간 격차가 0.6~0.7% 초박빙으로 예측되자 민주당 의원들과 관계자들은 크게 고무됐다. 이들은 대대로 국민의힘의 텃밭인 영남권에서 이재명이 선전했다고 해석했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를 보면 영남권에서 이재명 지지율이 전체적으로 윤석열보다 낮다. 하지만 이재명 득표율이 경남 39%, 경북 24.6%, 울산 39.1%, 대구 24%으로 민주당의 기대보다 높게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영남권 득표율이 발표될 때마다 민주당은 놀람과 기쁨의 탄성을 내뱉었다.
특히,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권에선 이재명이 윤석열을 압도했다. 이재명 호남권 지지율은 광주 83.3%, 전남 83.7%, 전북 82.6%를 기록했다. 윤석열은 각각 13~14%대에 머물렀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실망감이 높은 상황이어서 민주당은 호남권 득표율을 70% 선으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80% 넘게 나오자 안도의 한숨과 함께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지역별 득표율이 발표될 때마다 함성과 박수갈채를 보내며 이재명 이름을 연거푸 연호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JTBC 인터뷰에서 “1% 안으로 접전이 돼서 저희가 이길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며 개표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낙연 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도 KBS 인터뷰에서 “(출구조사 결과에) 크게 고무됐다”며 “국가의 미래에 대해 국민들께서 고심이 크셨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개표상황실도 윤석열이 1위 오른 출구조사 발표에 환호성을 질렀다. 하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초박빙의 득표율에 언제 뺏길지 모르는 불안한 1위 자리 때문에 국민의힘 의원들과 관계자들은 연거푸 탄식을 내뱉었다.
국민의힘 개표상황실 앞자리에서 10대의 TV모니터로 출구 조사를 지켜보던 이준석 대표, 김기현 원내대표, 권영세 총괄선대본부장, 정진석 국회부의장, 배현진 최고위원 등은 갈수록 표정이 굳어졌다. 심지어 JTBC가 이재명이 근소하게 앞지른다며 지상파 3사와 다른 출구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국민의힘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출구조사 발표 초기 때 기뻐하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초박빙 결과에 술렁이는 모습들이 이어졌다. 어느덧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이 침울한 분위기가 되자 일부 관계자들이 개표 중계방송을 꺼버리기도 했다.
권영세 본부장은 KBS 인터뷰에서 “조금이라도 이긴 것으로 나와 다행”이라면서도 “(격차가) 저희 생각보다 좀 작은 차이여서 다소 의외였다”라며 “결과가 실제로 확인될 때까지 겸허한 마음으로 기다려보는 수 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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