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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빌려간 지인이 빚 안 갚고 자산을 신탁해버렸다면?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신탁 전 근저당 설정 여부 중요, 채무자 고의성 있다면 신탁계약 취소소송 가능

 
 
신탁된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을 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저는 지난해 오래 알고지낸 친구에게 1억원을 빌려주었습니다. 제가 돈을 빌려줄 당시 친구에게 토지가 있기는 했지만 그 친구를 워낙 믿었기에 별도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돈을 갚아야 하는 시기가 지났는데도 친구는 돈을 갚지 않고 연락을 끊어버렸고, 확인해 보니 자신의 토지마저 신탁회사에 신탁해두었더군요. 아무래도 채권을 회수하려면 소송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신탁회사에 신탁된 위 토지를 가압류할 수 있을까요?
 
질문자님 사례에선 채무자인 친구가 토지를 신탁한 의도에 따라 일정한 절차를 거쳐 가압류가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이 같은 사건을 풀이하는 핵심은 ‘신탁’과 ‘근저당권’, 그리고 ‘채무자의 신탁 의도’로 볼 수 있는 데요.  
 
우선 질문자의 친구가 소유하고 있던 토지 소유권이 매매와 같은 일반적 경로로 제3자에게 이전되었다면 단순 금전채권자인 질문자께서는 당연히 제3자 소유의 토지를 가압류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신탁으로 소유권이 이전되었기 때문에 관련법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신탁이란 ‘위탁자(친구)가 수탁자(신탁회사)에게 특정의 재산을 이전하고 수탁자로 하여금 특정의 목적을 위하여 그 재산의 관리, 처분, 운용, 개발, 그 밖에 신탁 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필요한 행위를 하게 하는 법률관계’를 의미합니다. 그리고 토지에 관한 신탁을 통해 수탁자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이루어지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됩니다. 이렇게 신탁된 신탁재산에 대해서는 강제집행, 담보권 실행 등을 위한 경매, 보전처분을 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신탁법 제22조 제1항 본문).  
 
그러나 같은 항 단서에서는 ‘다만,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며 예외를 설정하고 있습니다. 질문자께서는 친구가 신탁을 하기 전에 돈을 빌려주었으니,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에 해당하여 보전처분인 가압류를 할 수 있는 것일까요?
 
대법원은 “신탁법상의 신탁재산에 대하여는 -중략-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 또는 신탁사무처리상 발생한 권리에 기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강제집행이 허용되는데, 여기에서 위 신탁 전의 원인으로 발생한 권리라 함은 신탁 전에 이미 신탁부동산에 저당권이 설정된 경우 등 신탁재산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채권이 발생되었을 때를 의미하는 것이고 신탁 전에 위탁자에 관하여 생긴 모든 채권이 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대법원 1987. 5. 12. 선고 86다545, 86다카2876 판결). 즉, 저당권을 설정하지 않았던 상태에서 단순히 금전채권만을 갖고 신탁재산에 대해 보전처분 등의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신탁법 제8조는 “채무자가 채권자를 해함을 알면서 신탁을 설정했다면 채권자는 수탁자에게 신탁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다”고도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친구가 자신의 재산이 감소해 채권자의 이익을 해할 것을 알면서도 신탁회사로 토지 소유권을 이전했다면, 질문자께서는 그 신탁계약의 취소 및 원상회복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토지를 친구 명의로 복귀시킨 다음 가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실 수 있겠습니다.
 
※필자는 뱅가드 법률파트너스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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