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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수술대에 여가부·기재부·공정위·공수처 오르나

통합·분리 반복해온 기재부, 尹은 특별한 언급 없어
공수처 권한 축소 전망, 차기 공정위원장 인선 주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 집무실에서 열린 인수위 티타임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여성가족부 폐지 등 정부 조직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기획재정부(기재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여성가족부를 비롯해 차기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공 수장의 인선이 도마 위에 오르 내리고 있다.
 
14일 국민의힘이 펴낸 윤 당선인의 대선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청와대를 대통령실로 축소 개편하고 여성가족부를 폐지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도 “더 효과적인 정부 조직을 구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가부 폐지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획재정부. [사진 기획재정부]
기재부는 역대 정부에서 재무부·경제기획원→재정경제원→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기재부 등의 변화 과정을 거쳤다. 이처럼 역대 정부에서 통합과 분리를 거듭해온 기재부가 이번 새 정부에서도 어떤 개혁 방향으로 흐를지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재부의 예산 기능 분리 필요성을 여러 차례 주장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달리, 윤 당선인은 그동안 기재부 재편에 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재정 정상화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재정 운용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기재부 등 경제부처 개편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윤 당선인 측은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재정준칙 도입과 함께 ‘독립적 재정위원회 운용’을 제시했다. 재정위원회의 소관 업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는데, 영국·독일 등 해외 사례를 고려하면 재정 상황·전망을 심사하고 재정준칙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형태를 염두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관가 안팎에서는 기재부가 조직 개편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분위기다. 윤 당선인 측이 여가부 폐지·청와대 해체·대통령실 광화문 이전 의사를 밝히며 정부 부처 개편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의 캠프에서도 각종 경제부처 개편 시나리오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기재부가 수행해온 경제정책 조정과 컨트롤타워 역할에 일부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차기 윤석열 정부가 미시적인 기능·역할 조정을 넘어 기재부 조직에 대한 개편을 진행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기재부로 통합하고 금융위는 금융감독에 집중하는 과거 형태로 돌아가는 예측도 나오지만, 통합 시 우려되는 부작용이 적지 않고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대대적인 경제 부처 개편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尹, 공수처 ‘고위공직자 수사 독점’ 폐지 여부에 촉각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연합뉴스]
 
차기 윤 정부에서 공수처는 권한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통신조회 논란 등으로 폐지론이 나온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고위공직자 사건에 대한 공수처의 독점적 수사 권한을 손질하겠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 권한 축소는 사법개혁 문제와 함께 인수위 정무사법행정 분과에서 다룰 방침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새 정부는 문재인 정권에서 정치적 중립 논란을 빚은 공수처를 곧바로 폐지하기보단 법 개정을 거쳐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24조를 폐지가 우선순위로 떠올랐다. 이 조항은 공수처장이 검찰·경찰과 같은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해 이첩을 요구하면, 검경은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검경이 고위공직자 범죄 등을 인지한 경우에도 그 사실을 공수처에 통지해야 한다.
 
윤 당선인 측이 해당 조항을 폐지해 검찰과 경찰이 공수처의 견제와 통제를 받지 않고 수사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윤 당선인이 후보 시절 공약집에도 ‘사법개혁’ 항목으로 언급한 내용이다.
 

공정위 새 수장에 기업 친화적 인물 발탁 가능성

공정거래위원회. [연합뉴스]
 
공정위는 윤 당선인의 공정경제 철학을 수행할 새 공정위 수장이 발탁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아직 인수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정위원장 인선의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긴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전·현직 공정위 관료부터 공정거래법이나 경쟁법 전문가, 검사까지 하마평이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재벌 저격수’로 알려진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위원장 김상조 전 위원장과 차별화되는 인물을 공정위원장으로 인선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이 공정경제 공약에서 기업의 자율 규제 원칙과 최소 규제를 내세운 만큼 기업 친화적인 철학을 갖춘 인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예상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윤 당선인의 공약을 살펴보면 기업을 신뢰하고 (규제를) 풀어주되 잘못하면 일벌백계하자는 것으로, ‘아예 싹을 자르자’와는 (기조가) 다르다”며 “기업의 편안한 경영환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관가 안팎에서는 재벌 개혁보다는 갑을관계 개선, 독과점 해소 등의 분야에 정통한 전·현직 공정위 관료의 기용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상하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인물로 김재신 공정위 현 부위원장의 기용 가능성이 꼽힌다.
 
김 부위원장은 카르텔·기업거래·경쟁정책 등 공정위 내 주요 업무를 두루 섭렵했으며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내부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다. 지철호 전 부위원장도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지 전 부위원장은 갑을관계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유통 분야의 불공정 거래 관행을 개선하는 데 앞장선 바 있다. 
 
이 밖에 전문가 그룹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에게 정책적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권남훈 건국대 교수(경제학과)가 거론된다. 권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규제분과 자문위원, 공정위 경쟁정책자문단 자문위원, 정보통신정책학회장 등을 거쳤다.
 
대선 과정에서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 관련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아 각 캠프에서 관련 전문가가 부각될 기회가 없었던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깜짝’ 인사를 발탁할 가능성도 나온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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