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싸움→이별→재회, 文·尹 만감교차 두번째 상견례
文 정권과 반목하던 尹, 차기 대통령으로
MB 수사한 尹, MB 사면 수면 위로 띄워
소상공 지원 추경 방역수칙 완화 논의할듯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 회동을 진행한다. 정권 이양을 앞두고 두 사람이 마주하는 이날 자리는 겉으로는 의례적인 상견례지만 속으로는 묘한 감정의 기류가 흐르는 분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문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이자 문 대통령이 내친 인물이다. 하지만 윤 당선인 문 정권과 격한 갈등을 빚은 뒤 숙적 야당의 대선 후보로 나서 단숨에 차기 대통령에 오르게 됐다.
이 때문의 16일 회동에서 두 사람이 나눌 대화 뿐만 아니라 묘한 감정의 교차에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차기 행정부의 수반이 레임덕(Lame Duck·권력누수기) 대통령에 어떤 의제를 꺼낼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첫자리 땐 文의 검찰총장으로, 이번엔 야당 차기 대통령으로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은 202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청와대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윤 당선인이 검찰총장으로 참석한 후 2년여 만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2019년 6월 문 정권의 칼잡이 검찰총장에 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을 낙점했다. 서열과 기수를 중시하는 검찰 조직 입장에서는 전임 총장에서 다섯 기수를 뛰어넘은 파격적인 인사였다.
하지만 윤 당선인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임명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재인 정부와 갈등을 빚게 된다. 그는 취임 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를 비롯해 유재수 전 부산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송철호 울산시장 관련 선거 개입 의혹, 월성 원전 경제성 조작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강행했다. 검찰 개혁에 앞장 서길 바랬던 문 정권의 바람과 달리 문 정부의 속을 썩인 문제아로 찍힌 것이다.
특히 2020년에는 검찰의 개혁·인사를 두고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충돌했다. 이에 법무부와 여당(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검찰총장 사퇴를 압박했으며, 추 장관이 문 대통령에 윤 당선인에 대한 2개월 정직을 제청하고 문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
결국 윤 총장은 2021년 3월 검찰총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으며, 문 대통령은 윤 당선인의 사표를 수리한다. 이후 그해 6월 제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고 7월에는 민주당의 영원한 라이벌인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그는 경선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대통령 후보가 됐으며, 차기 대통령에까지 단숨에 올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 정권 적폐청산 얘기 나올지
이 같은 역정을 걸어온 윤 당선인이 16일 문 대통령과 독대한다. 청와대 박경미 대변인은 15일 서면 브리핑에서 “이날 오찬은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 배석자 없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도 이날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브리핑에서 “두 분이 독대하고, 배석자 없이 격의 없이 이야기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동에서 양측은 원활한 정권의 인수·인계 방안을 비롯해 코로나19 대응과 북한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동향 등 국정 전반에 대한 폭넓은 의견을 교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윤 당선인이 이 자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건의하기로 해 이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할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앞서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 취임 후 ‘적폐청산’ 수사를 지휘하며 이 전 대통령 측을 수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통합의 취지에서 사면을 건의하기로 했다는 게 국민의힘 측의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15일 브리핑에서 이 전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윤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 요청하겠다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견지해왔다”며 “따라서 이번 만남을 계기로 국민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면 얘기는 문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윤 당선인 인수위 측은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우리가 건의하면 수용 여부는 문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임을 앞두고 있는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세 번째 숙고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참여연대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뇌물 수수와 직권 남용으로 사익을 추구한 범죄자”라며 “이에 대한 수사를 지휘한 사람(당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사면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며 법의 원칙에 예외를 초래해 국민통합이 아닌 또 다른 사회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밖에 윤 당선인이 대선 후보 때 발언한 “전 정권 적폐 수사”도 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나올지도 궁금하다. 지난 2월 9일 당시 윤 후보가 “(집권하면 전 정권 적폐청산 수사를) 하겠다”며 “문 정권에서 불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들도 법과 시스템에 따라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강한 분노를 표출하며 사과를 요구했다.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엔 한목소리 낼 듯
코로나19 피해보상 문제도 두 사람의 회동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적극적인 보상과 방역 대책 변화를 주요 공약으로 공언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윤 당선인 측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코로나19 피해를 시급히 구제하기 위해 문 대통령 임기 내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건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코로나 관련 추경에 대해 말씀을 하셔야 되지 않나 싶다”며 “자영업자들에게 보상이 확실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저희들이 (추경)안을 짜면, 대통령께서는 적극적으로 정부 입장에서 해달라는 얘기들이 나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직접 이끄는 인수위가 내부 조직인 코로나비상대응특위를 통해 피해 보상을 위한 구체적인 추경 규모를 내면, 문재인 정부에서 추경안을 편성해 새 정부 출범 전 국회 통과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지침 완화도 논의 대상에 오를지 관심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식당·카페 등의 24시간 영업과 방역패스 완전 철폐를 공약으로 내걸어 거리두기 완화에 힘을 실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문 정부는 20일까지 사적모임 인원을 6명까지,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을 오후 11시까지로 제한하는 지침을 적용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20일이 되기 전에도 일부 완화가 이뤄질 수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21일 거리두기 조정 문제와 관련해 “상황에 따라 언제든 유연하게 (거리두기를)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고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30만명대를 기록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다 거리두기 조정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강필수 기자 kang.pil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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