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그룹 일색이었던 ‘일하기 좋은 기업’, 7년 만에 확 바뀌었다
[이코노미스트·잡플래닛 공동기획①] 일하기 좋은 기업
2014·2021년 ‘일하기 좋은 대기업’ 순위 보니…대기업 대신 빅테크 기업 대거 진입
일하기 좋은 기업 1위 네이버웹툰 꼽혀…“창업자 태도가 위기를 로열티로 만들 수도”
2014년 대기업 직장인의 삶을 조명한 티브이 드라마 ‘미생’이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 등장인물들이 종합상사 ‘원 인터내셔널’에서 정규직으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호평을 받았다. 실제로도 그 무렵 재계 10대 그룹 입사는 구직자들에게 취업 성공의 척도로 통했다. 그해 삼성·현대차 등 주요 그룹의 공채 경쟁률은 100대 1을 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2021년, 직장인이 선호하는 기업 순위는 몰라보게 바뀌었다. 순위표에서 주요 그룹 계열사는 대부분 내려갔고, 네이버·카카오·넥슨 같은 기술기업의 계열사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2020년 말 개발 직군에서 불기 시작했던 ‘네·카·라(인)·쿠(팡)·배(달의민족)’ 인기가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기업 평가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본지는 기업정보 플랫폼기업 잡플래닛과 함께 2014년과 2021년 시점의 ‘일하기 좋은 대기업’을 평가했다. 그해 해당 기업 임직원이 남긴 리뷰를 바탕으로 점수를 매겼다. 점수는 10점 만점에서 임직원이 느끼는 주관적인 만족도를 5점으로 책정했다. 나머지 5점은 ▶승진기회 및 가능성 ▶급여 및 복지 ▶일과 삶의 균형 ▶사내 문화 ▶경영진 점수(각 5점)의 평균값이다.
전체 평균 5.22점…1위 네이버웹툰은 8.30점
국내 정보기술(IT)업계 대기업집단은 케이티(KT)·네이버·카카오·넥슨·넷마블·쿠팡 등 6곳에 불과하지만, 네이버·카카오·넥슨이 순위를 장악한 것이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대기업은 모두 71곳(계열사 2612개)이나 된다.
2014년만 해도 순위표는 재계 자산총액 순위와 비슷했다.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SK텔레콤·비씨카드·기아자동차·대우건설이 5위권을 이뤘다. 25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삼성·현대차·SK·엘지(LG) 등 주요 그룹 계열사가 상위권을 독식하다시피 했다. 금융권에선 연봉 수준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시중은행 3사(국민은행·신한은행·농협은행)이 이름을 올렸었다.
1위 기업의 변화만 봐도 극적이다. 2014년엔 SK이노베이션이 선두를 차지했지만, 2021년엔 네이버웹툰이 그 자리에 올랐다. 네이버웹툰은 급여·복지(4.21점)와 경영진(4점) 등 대부분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7년 만에 일하기 좋은 기업 순위가 요동친 것은 기존 대기업보다 IT업계가 비교적 수평적인 사내문화를 갖췄고, 처우가 크게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IT업계의 경우 신입사원 초봉으로만 5000만~6000만원에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을 약속하는 기업도 많다. 대기업과 비교해도 IT업계의 처우가 뒤처지지 않는 것이다.
2010년 한 대기업 시스템통합(SI) 업체에 입사했던 박경원 카카오모빌리티 피플부스터팀 매니저는 “직장 선배가 돌잔치를 했는데, 아이가 컴퓨터 마우스를 잡아들려고 하니 못 잡게 하더라”며 “그만큼 2010년대 초만 해도 개발자에 대한 처우나 인식이 좋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스톡옵션은 최근 구직자 사이에서 이직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이다. 당장의 연봉이 조금 낮아도 회사가 커지면 내 자산도 함께 커지기 때문이다. 꼭 상장하지 않더라도 비상장 주식시장에서도 팔 수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전 직원에게 매해 1000만원 상당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지난해부터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주식을 직원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스톡 그랜트’도 도입했다.
이번 결과는 단순히 직장인이 선호하는 기업이 달라졌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술경쟁이 심해질수록 필요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회사의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재가 원하는 바를 민감하게 캐치하고 정책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해진 것이다. 연차가 차면 처우와 직급이 올라가던 연공서열 문화는 빛이 바랬다는 뜻이기도 하다.
김지예 잡플래닛 이사는 “사내 문화가 좋아도 성과가 나쁠 순 있지만, 성과가 나는 기업 가운데 문화가 나쁜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인재들 요구 기민하게 파악·대응해야”
김 이사는 “문제가 터진 뒤 두 회사의 행보를 보면 답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양사 모두 대표급 인선을 갈아치우고, 창업자가 직접 문제를 바로잡겠다는 메시지를 냈다. 기존 대기업의 사주 일가에서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 이사는 “이런 차이가 이직하지 않고 회사에 남는 이유일 수 있다”며 “위기가 결과적으론 로열티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지금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가 미래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며 “당대 인재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발맞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트럼프 보편관세’ 시행되면 현대차·기아 총영업이익 19% 감소
2나이키와 아디다스가 놓친 것
3‘NEW 이마트’ 대박 났지만...빠른 확장 쉽지 않은 이유
4종부세 내는 사람 4.8만명 늘어난 이유 살펴봤더니…’수·다·고’가 대부분
5인도서 ‘일하기 좋은 기업’ 2년 연속 선정된 LG전자
6‘쉬다가 쇼핑하는 곳’ 전략 통했다…이마트의 진화
7‘성매매 무혐의’ 최민환, “율희 일방적 주장" 일파만파 퍼져...
8‘혼외자 논란’ 닷새 만에 '정우성' 고개 숙였다
9내년 '연봉 3배' 콜?...브레이크 없는 인재 채용 '치킨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