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10년… 산골로 간 신문기자의 '경제적 자유' 실험은 성공했을까
신문기자 출신 김영권 작가의 ‘10년 실험’의 지혜
신간 [그만 벌고 편히 살기]… 현재 삶에 100퍼센트 만족하는 방법
경제적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파이어(FIRE)족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가져야 경제적 자유에 이르며, 돈을 벌지 않고 원하는 삶이 가능한 것일까.
신문기자 출신의 김영권 작가는 신간 [그만 벌고 편히 살기]에서 “언제나 지금 가진 것으로 충분하다”고 말한다. 그는 세계일보와 머니투데이 등에서 22년 동안 기자로 근무 후 만 50세 되던 해에 사표를 내고 귀촌했다.
그도 도시에서는 더 많이 벌고 더 높이 오르고자 고군분투했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그래서 모든 것을 뒤로하고 두 번째 삶을 시작했다. 은퇴 전 모은 자산을 유동화해 ‘한 달 120만원 평생 살기’를 10년째 실천 중이다. 마침내 그는 행복에 가까이 갔을까.
그는 “처음에는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살아보니 별 탈 없이 잘 살아지더라”며 “그만 벌기로 결심한 다음부터가 내 인생의 황금기”라고 말한다. 그의 삶은 단순하다. 종일 읽거나 쓰거나 걷거나 하니 남들 보기에 단조로울지 모르겠으나, 그에겐 스스로를 꽃피우는 일이자 놀이와 같은 삶이라는 것. 스스로는 이처럼 단순한 삶을 추구하지만, 이를 모두에게 권하지도 않는다. 다만 쓸데없는 일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어 몸과 마음을 옥죄고 있다면, 삶과 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때라고 조언한다. 이렇게 ‘삶이 심각한 비만증'에 걸린 사람들을 위한 그의 처방전도 간결하다.
그는 ‘행복’과도 밀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예컨대 맛있는 것을 찾아다니느라 너무 애쓸 필요가 없다는 것. 속을 비우면 먹는 행복이 제 발로 찾아온다고. 배고프면 뭐든 맛있으니까. 행복을 구질구질하게 쫓아다니지 말고 찾아오게 하는 법이란다.
그렇다면 경제적 자유는 이뤘을까. 그가 말하는 경제적 자유는 역설적으로 '비움'이다. 통장 잔고를 지키기보다 줄이는 쪽을 진작에 택했다. 애지중지 잔고를 불리고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삶이 무슨 소용이랴. 그는 "죽는 날 통장에 찍히는 잔고가 '0'이었으면 한다"면서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나그네 길'을 꿈꾼다.
선문답 같은 그의 얘기에 귀 기울여보노라면, 어쩌면 늘 곁에 있었지만 누리지 못했던 행복을 발견하는 지혜를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배현정 기자 bae.hyu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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