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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찬 대표 "안무 NFT 사업 뛰어들며 저작권협회도 만들었죠"

[인터뷰] 이경찬 투비소프트 대표
안무 저작권 보호 장치 마련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로 사업 시작
"안무가도 창작물에 대한 보상 요구하고 권리 주장할 수 있어야"

 
 
이경찬 대표가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 투비소프트 본사에서 안무 저작권을 보호하는 대체불가토큰(NFT) 거래소에 대해 14일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했다. 최영재 기자
이경찬 투비소프트 대표는 최근 안무 대체불가토큰(NFT)을 발행하며 ‘저작권’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미술 작품, 음악과 달리 안무가 온전한 저작물로 인정받기 위해선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기 때문이다. “안무는 독창적인 동작이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하나의 저작물로 인정받는다. 이를 위해선 여러 동작을 데이터로 저장하고 등록해야 하는데, 현재 체계도 갖춰지지 않았을뿐더러 안무를 등록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 플랫폼 기업인 투비소프트가 안무 NFT 사업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이젠 아티스트가 자신의 안무 저작권을 다른 사용자와 교환하거나 사용을 승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가진 UI·UX 플랫폼 관련 기술로 안무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아이디어로 사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투비소프트는 지난 2000년 설립된 기업용 UI·UX 플랫폼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주력 제품은 국내 UI·UX 솔루션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넥사크로플랫폼’. 안무 저작권과 관련이 없는 개발 도구다.
 
이 대표가 처음부터 안무 저작권을 보호하기 위해 NFT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투비소프트의 본업인 UI·UX 플랫폼의 기술 수준을 높일 방안을 연구하던 중 안무 저작권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신제품을 연구하며 가장 많이 고려했던 가치가 비욘드 스크린(Beyond Screen)이다. 마우스나 키보드 등 도구를 이용해 명령어를 입력하지 않더라도, 간단한 손짓이나 음성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말한다. 투비소프트는 수년 전부터 이 비욘드 스크린을 구현하기 위해 사내 연구소를 세우고 기술을 연구해왔다. 이곳에선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사용자의 움직임을 잡아내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투비소프트가 개발한 동작 인식 기술을 활용해 댄서의 움직임을 분석, 동작을 수집하는 모습 [사진 투비소프트]
비욘드 스크린 환경에선 기계가 사용자의 음성과 동작, 눈동자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잡아내고 다음 행동을 예측해 서비스를 원활히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투비소프트는 이 중 AI 기술을 통해 사람의 동작을 인식하는 기술 특허를 가지고 있다. 이 대표는 “우리가 보유한 동작 인식 기술로 특정 안무가 다른 안무와 얼마나 비슷한지 판단할 수 있다”며 “어느 손가락을 얼마나 구부렸는지는 물론 눈의 깜빡임을 모두 잡아내 안무의 유사성을 판단하는 솔루션”이라고 설명했다.
 
AI의 성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데이터다. 투비소프트는 동작을 정확히 판별하기 위해 유튜브를 비롯한 동영상 플랫폼의 콘텐트를 활용하고 있다. 안무가가 공개한 창작 무용부터 K팝 아이돌의 방송 댄스까지 투비소프트의 동작 인식 기술의 재료가 된다. “안무가 저작권 위반인지 판별하려면 AI가 해당 데이터를 우선 학습해야 한다. 우리는 AI 학습을 위한 데이터를 주로 동영상 플랫폼에 올라온 공개 자료로 구축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AI 학습에 필요한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집할지 고민하지만, 우리는 그런 면에선 편안하다(웃음).”
 
투비소프트는 이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댄스팀 저스트절크, 비보이팀 진조크루와 안무 저작권 업무협약(MOU)을 맺고 올해 초 NFT 사업에 뛰어들었다. ‘스트리트우먼파이터’와 스핀오프 콘텐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앞으로 안무가가 주축이 된 다양한 NFT를 발행할 계획이다. 지난 3월에는 안무 전문 NFT 거래소 ‘더봄’을 오픈해 저스트절크 안무를 한정판 NFT로 출시했다.
 
투비소프트의 안무 NFT 거래소 '더봄'에서 거래 중인 세계적인 댄스팀 저스트절크의 안무 [사진 투비소프트]
이 대표는 안무가와 만나 사업을 구체화하며 안무가의 처우와 저작권 보호에도 관심을 쏟게 됐다. 투비소프트가 주도하는 안무저작권협회를 설립한 것도 그 일환이다. “국내에서 유명한,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 만한 안무가가 K팝 아이돌의 안무를 10곡 가까이 만들고 받는 돈이 200만원이다. 딱 거마비(교통비) 수준이다. 여러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댄서의 위상은 높아졌지만, 안무가가 저작권을 주장하긴 아직도 쉽지 않다. 안무가도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투비소프트는 안무가가 마음껏 활보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을 구축하는 게 목표다. 이 대표는 “투비소프트의 안무 NFT 거래소가 안무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플랫폼의 역할은 창작자가 뛰어놀 수 있는 틀을 제공하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안무 NFT 거래소 더봄에선 현재 저스트절크의 안무 NFT만 거래되고 있지만, 앞으로 안무가의 그림이나 글, 무대 의상 등도 NFT 형태로 거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키울 것”이라고 했다.
 
투비소프트는 안무 저작권을 판별하는 데 사용한 동작 인식 기술을 고도화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2024년 파리 올림픽에 ‘브레이킹’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동작 인식 기술이 비보잉 선수가 동작을 정확하게 구현했는지 심판의 판단을 도울 수 있을 거다. 안무가가 자신의 안무 저작권을 주장할 때도 우리의 동작 인식 기술로 근거 자료를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을 개별 솔루션으로 개발해 시장에도 선보일 계획이다. 안무 NFT가 우리의 첫걸음이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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