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역대급 실적 냈는데…증권사 미운오리새끼 되나
증권사, 거래 대금 축소에 수탁 수수료 급감 등 수익성 악화
업황 부진에도 IB는 선방, KB증권 76%·신한금투 160%↑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거둔 가운데 계열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그룹 내 은행은 함박웃음을 짓고 있지만 증권사는 울상이다. 주식시장을 둘러싼 투자심리가 냉각되면서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실적이 고꾸라진 탓이다. 그 여파로 증권사들은 그룹 내 미운오리새끼로 전락할 상황에 놓였다.
2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KB금융그룹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4531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700억원) 대비 14.5% 증가했다. 반면 그룹 계열사인 KB증권의 순이익은 114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21억원)보다 48.5% 감소했다.
여타 금융지주사 사정도 비슷하다. 신한금융그룹의 1분기 순이익(1조4004억원)은 전년 동기(1조1919억원) 대비 17.5% 늘었지만, 신한금융투자의 순이익(1045억원)은 37.8% 줄었다. 같은 기간 하나금융그룹의 1분기 순이익(9022억원)도 8% 증가했고, 하나금융투자의 순이익(1193억원)은 12.8% 감소했다.
NH농협금융그룹과 NH투자증권은 실적은 모두 부진했다. 1분기 순이익이 각각 5963억원, 10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 60.3% 축소됐다. 다만 NH농협금융에 비하면 NH투자증권의 실적 감소세가 유독 두드러졌다.
동학개미 이탈에 그룹 내 이익 비중 ‘급감’
올해 들어 증권사들의 실적이 나빠진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투자 심리가 크게 위축돼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분기 우리나라의 증시 일평균 거래대금은 19조7739억원으로 집계됐다. ‘동학개미(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 열풍으로 주식시장이 활황이던 지난해 1분기(33조3505억원)보다 40.7% 줄어든 규모다.
주식 거래대금 축소는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인 수탁수수료 감소로 이어졌다. 수탁수수료는 증권사가 고객의 주식·파생·외화증권·장외 채권 등의 거래를 중개하고 받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KB증권의 올해 1분기 수탁수수료는 1138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2022억원) 대비 43.7%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투자는 43.1%, 하나금융투자는 34.4% 각각 수탁수수료가 감소했다.
이처럼 실적이 부진하자 금융지주사 계열 증권사들의 그룹 내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KB증권의 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는 17.5%에 달했으나, 올해 1분기엔 7.87%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투자는 14.1%에서 7.5%로, 하나금융투자는 16.4%에서 13.2%로, NH투자증권은 42.6%에서 17.2%로 각각 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가 낮아졌다. 카드와 보험 등을 제치고 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 2위(1위는 은행)를 차지했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IB 선방에도 투심 회복 없인 성장 어려워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 감소와 더불어 금리가 지속해서 상승할 것”이라며 “올해 증권사의 영업환경은 녹록지 않고, 추가로 실적이 증가할 여력도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은경완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금리가 오르고 유동성이 회수되는 가운데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물가상승)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며 “아직까진 증시 유동성이 괜찮은 편이지만 거래대금이 늘지 않는 한 본격적인 투심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투자은행(IB) 이익 증가가 증권사들의 실적을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실제로 KB증권의 올해 1분기 IB 수수료는 전년 동기(811억원) 대비 76% 늘어난 142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투자는 160%, 하나금융투자는 43.4% 각각 IB 수수료가 증가했다.
그러나 은경완 연구원은 “업황 부진에도 IB 중심 이익 개선 등 수익 구조 다변화가 증권사들의 수익성 지표(ROE 등) 하락을 방어할 것이란 시각이 있지만, IB는 전통적으로 이익 변동성이 큰 사업부문”이라며 “증권업황 개선을 위해선 새 금융상품 출현 등 자본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을 흡수할 수 있는 요인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강민혜 기자 kang.mi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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