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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참치 소송전에 참치 불매운동까지…동원산업에 무슨 일이

21년만에 지주사 전환 선언, 합병비율 두고 갑론을박
기관·개미 “오너 일가에만 유리…비율 재산정 해야”
동원 “법률 위배점 없어, 경영 효율성 제고 차원”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21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을 위해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을 묵과할 수 없다″고 밝혔다[연합뉴스]
코스피 상장사 동원산업과 비상장사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을 두고 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은 양 사의 합병 비율이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 등 오너 일가에 유리한 방식으로 불공정하게 책정됐다며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나섰다. 반면 회사 측은 합병 비율은 원칙에 따라 산정됐을 뿐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원산업은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합병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제출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기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흡수되고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지주사가 된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 비율은 1대 3.828553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지분 24.5%,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이 68.3% 등 오너 일가가 99.6%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로 2001년 4월 16일 설립됐다. 지난 2008년 7월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상장을 추진하기도 했으나 2009년 2월 상장을 돌연 철회했다. 이번 동원산업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 상장에 성공한다면 14년 만에 증시 입성에 성공하게 되는 셈이다.  
 

합병비율 대주주에만 유리, 개미·기관 한목소리

 
주주들은 합병 비율이 불합리하게 산정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청서에서 동원산업은 주당 합병가액을 24만8961원으로 산정했는데, 이는 동원산업 주당 순자산가치(BPS)인 38만2140원의 65% 수준에 불과하다. 피합병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주당 합병가액이 19만1130원으로 산정됐다.  
 
이 과정에서 동원산업이 의도적으로 기업가치를 낮추려고 한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통상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기준시가와 BPS 중 더 높은 것을 기준으로 합병가액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동원산업은 BPS보다 낮은 시가를 바탕으로 합병가액을 설정했다.  
 
합병가액을 기준으로 한 양 사의 기업가치를 보면 동원산업은 9156억원,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조2247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동원산업 영업이익이 717억원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481억원)의 두 배 수준이었음을 고려하면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는 게 시장의 설명이다. 
 
합병 비율 논란은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합병 계획이 최초 공시된 지난 7일 이후 동원산업 주가는 6% 넘게 빠졌다. 합병 공시에 따라 매매정지 후 거래가 재개된 지난 11일엔 하루 새 주가가 14% 넘게 폭락하기도 했다. 동원산업의 성장성에 베팅한 주주들의 이탈이 계속된다면 주가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동원산업에 투자한 기관투자자들은 반대 입장을 내고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블래쉬자산운용, 이언투자자문, 타이거자산운용 등 기관들은 합병비율을 재산정하지 않으면 오는 5월 합병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에 나서기로 했다. 합병안이 주주총회에서 통과될 경우 주주대표 소송을 내기 위해 지분 1% 이상 주주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들 역시 “대주주에게 유리하게 합병비율을 왜곡했다”다며 반발하고 있다. 개인투자자 연합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지난 20일 규탄 집회를 열고 “불공정한 합병을 강행하면 참치 불매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승계·시너지 미지수, 전문가 평가 엇갈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지배구조 재편에 따라 향후 기업가치 재평가를 위한 노력이 이뤄질 경우 실적이나 주가 반등을 기대할 수 있겠으나, 동원산업이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담당하면서 기업가치가 훼손되는 ‘지주사 디스카운트’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합병 이후 대주주가 동원산업을 직접 보유함에 따라 실질적인 지주 역할을 하게 될 동원산업의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에 따른 유동성 확대는 긍정적이나 합병 배경이나 효과에 대한 부분은 다소 모호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합병의 목적이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이라는 의견도 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번 동원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전형적인 승계 목적의 합병으로 보인다”며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SKC&C와 SK 등 오너가 보유한 법인과 그룹의 핵심사업을 맡은 상장 사간의 합병은 우리 증시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등 후유증만 남겼다”고 지적했다.
 
한편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은 우회 상장 방식으로 현재 거래소의 우회 상장 예비심사가 진행 중이다. 심사는 신청서를 접수한 날부터 45거래일 이내에 통지되기 때문에 심사 기한은 오는 6월 14일까지다. 회사는 심사 승인을 거쳐 오는 10월 1일을 합병 기일로 정하고 10월 21일 신주를 상장시킨다는 계획이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합병가액 산정방법에 위배됐다는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극대화와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고, 지속적인 성장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합병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지은 기자 hur.ji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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