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가 제페토와 또 손잡은 이유…"제페토는 Z세대 가상 옷장"
구찌와 연 두 번째 월드에 한 달 75만명 방문
실제 상품과 똑 닮은 아이템으로 홍보 효과↑
폭력성 적고 브랜드 가치 훼손하지 않아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가 올해 3월 기준 가입자 수 3억명을 돌파했다. 2020년 하반기까지만 해도 2억명에 못 미쳤던 가입자 수가 최근 2년 새 1억명 이상 늘었다. 이 중 해외 이용자는 전체 가입자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18세 미만 이용자는 80%에 달한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 등 200여 개 국가의 10대 청소년이 제페토의 주요 고객이다.
많은 글로벌 기업이 나이 어린 고객을 만나기 위해 제페토에 손을 내밀고 있다. 특히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유통 기업은 다른 곳보다 빠르게 제페토와 제휴를 추진했다. 제페토는 서비스 출시 초기부터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협력하며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피해 2020년부터 제페토에서 신상품을 공개하고 있다. 구찌는 지난해 이탈리아 피렌체 매장을 그대로 옮긴 '구찌 빌라'를 열었다.
구찌는 최근 제페토 내 전시관을 마련하며 제페토와 두 번째 협력에 나섰다. 서울에서 열린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전시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구찌는 제페토에 전시 공간과 작품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공간을 선보였다. 3월 한 달간 이곳을 방문한 제페토 이용자는 75만명, 이 가상공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동영상을 제작한 것은 5만7000여 건에 달한다. 구찌가 이번 가상 전시로 판매한 제페토 아이템은 11만개 이상이다.
이번 가상 전시를 먼저 제안한 건 구찌다. 제페토와 구찌의 글로벌 협력을 담당하고 있는 강희석 네이버제트 리드는 "제페토 안에서 패션은 가장 중요한 자기표현 방식"이라며 "미국, 태국, 일본, 한국 등 다양한 지역의 Z세대가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꾸미고 있고, 글로벌 브랜드는 Z세대의 가상 옷장으로 들어오기 위해 제페토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과 달리 제페토는 폭력성이 낮고 이용자도, 브랜드도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충분히 환경을 갖추고 있다"며 "브랜드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사 제품을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이 제페토를 찾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제페토에선 실제 누구나 고가의 패션 아이템을 착용하고 다른 이용자에게 자랑하기가 가능하다.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처럼 해시태그(#)를 걸고 나이키, 자라, 리바이스, 푸마 등 브랜드의 아이템을 착용한 아바타의 사진을 SNS에 게시할 수도 있다. 다른 이용자는 제페토 아바타의 게시물에 댓글을 남길 수도, '좋아요'를 누를 수도 있다. 친구를 신청하거나 함께 제페토 월드를 여행할 수도 있다. 제페토 월드는 한강공원, 산타마을, 무릉도원 등 여러 주제로 꾸며진 가상공간이다. 크리스찬 루부탱이 신제품을 공개한 가상공간도, 구찌의 '구찌 빌라'도 모두 제페토 월드 중 하나다.
제페토 안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아이템이 실제 상품과 거의 같다는 점도 글로벌 브랜드의 호응을 얻는 이유다. 강 리드는 "제페토 내 가상공간과 제휴 아이템은 실물과 거의 흡사하게 만들어지는데, 높은 구현도와 정확도는 해외 기업과 브랜드가 제페토와 제휴하는 이유"라며 "올해도 많은 글로벌 기업과 신규 제휴가 계획돼 있으며,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선 대형 쇼핑몰, 메이저 식음료 브랜드 외 제휴처를 더 늘려갈 예정"이라고 했다.
실물과 똑 닮은 가상공간과 아이템은 제페토 안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10월 문을 연 '롯데월드'는 누적 방문자만 520만명이 넘는 인기 월드 중 하나다. 이곳에선 자이로스윙과 범퍼카, 유령의집 등 롯데월드 대표 놀이기구를 체험할 수 있다. 한강공원을 그대로 옮겨 놓은 월드는 2020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한 후 3220만명이 찾아왔다. 한강공원의 러닝코스, 반포대교 무지개분수를 실제와 똑같이 구현한 게 특징이다. 기업도 제페토 속 한강공원을 찾고 있다. CU는 일찍이 이곳에 편의점을 열었고, 나이키는 현재 러닝 코스를 달리면 아이템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네이버가 메타버스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확장하면 제페토를 찾는 기업도 확대될 전망이다. 네이버는 현재 현실과 가상공간을 연결하는 아크버스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네이버의 암호화폐인 '링크'의 사용처를 확대하기 위해 제페토를 포함한 메타버스 플랫폼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대체불가토큰(NFT)과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활용한다면 네이버의 여러 서비스와 커뮤니티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크버스와 제페토를 연결하거나, 제페토에 신기술을 전략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메타버스가 대중화되고 플랫폼 안에서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이 확대되면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외 다양한 업종의 기업이 제페토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현재 제페토 이용자가 가상공간, 아이템 등 자체 콘텐트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지향하고 있다. 제페토 이용자는 크리에이터가 돼 아이템을 만들어 팔 수 있고, 아바타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청자는 제페토에서 사용하는 가상 화폐 '젬'이나 아이템을 스트리머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강 리드는 "지난 10월 누구나 제페토 콘텐트를 제작할 수 있도록 아이템 제작 플랫폼 '제페토 스튜디오'를 개선했다"며 "이 기능으로 만들어진 게임은 현재 전 세계 1000만명 이상의 이용자가 즐기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메타버스의 핵심은 제작사가 모든 것을 제공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플랫폼 안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페토 또한 기업과 크리에이터, 일반 이용자가 뛰어놀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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