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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완화 예고...주택공급 확실 VS 미분양 무덤

서울·수도권 ‘공급 가뭄’이나 ‘로또 청약’ 야기
분상제 폐지시 고분양가로 인한 미분양 우려
보완적 제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 높아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연합뉴스]
 
새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손질을 예고하면서 민간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한 기대와 분양가 상승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1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국정과제 중 하나로 분양가상한제 개정을 포함시켰고, 일각에서는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 수순을 밟는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는 주택시장 과열이 심각해지자 지난 2017년 11월~2019년 11월 적용기준 상향조정 및 대상 지역 지정을 통해 3년째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문 정부 들어 쏟아진 각종 수요 억제 정책과 맞물려 수도권에는 '공급 가뭄'을, 지방에는 '공급 과잉'을 야기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서울 등 수도권 대부분이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건설사들의 지방 러시가 한동안 이어졌다. 반대로 집값이 급등한 강남권 등 서울에서는 분상제로 눈치보기에 들어가면서 분양일정을 미루기도 했다.  
 

분상제 폐지되나…공급가뭄·로또청약 문제점 나와  

분상제는 새 아파트가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급되면서 인근 집값을 끌어 올리는 현상을 막기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를 토대로 분양가를 산정해 시세의 60~70%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공급한다.  
 
하지만 이는 주택 공급의 90%가량을 정비사업에 의존하는 서울에서 공급 부족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일반 분양으로 수익을 올리는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사업 조합에서 낮은 분양가에 반발하며 분양이 연기돼는 사례가 속출했다.
 
공급물량 1만2032가구의 분양이 연기된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가 대표적이다. 이는 올해 서울 전체 공급예정물량의 4분의 1에 달하는 수치다. 표면적인 갈등의 원인은 조합과 시공사업단 간 공사비 증액 문제지만 발단은 분양가 산정에 대한 이견으로 일반 분양을 제때 못한 영향이 컸다.
 
분상제는 일명 ‘로또 청약’ ‘로또 분양’도 야기 시켰다. 주변 시세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공급되면서 당참만 되면 수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에 사람들이 몰렸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다. 서울에서 분상제가 처음 적용된 이 단지는 3.3㎡당 5272만9000원의 고분양가가 책정됐지만 인근 단지인 ‘아크로리버파크’ 등 초고가 단지와 비교하면 시세의 60% 수준이었다. 당첨만 되면 10~15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에 경쟁이 치열했다. 전용 46㎡의 경우 2가구 모집에 3747명이 몰려 187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반면 분상제 적용을 피한 지방 분위기는 다르다. 분양가 인상은 이미 미분양 세대가 증가하는 지방 청약 시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건자재 가격 급등으로 기본형건축비의 추가 인상이 분양가에 반영되면,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부담 증가로 고민이 늘 수밖에 없어서다.
서울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공사 현장. [중앙포토]

분상제 폐지시 고분양 단지 미달 속출할까…무주택자도 ‘답답’

 
분상제를 피한 고분양 단지에 대한 청약수요자들의 외면은 서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분양한 강북구 '북서울자이폴라리스' 분양가는 전용 84㎡ 기준 10억원으로 정당계약 후 18가구의 미계약 물량이 발생해 문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지난 3월 공급된 ‘한화 포레나 미아’도 한 자릿수의 저조한 청약 경쟁률로 무순위 청약에 나섰으며,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지난 5월 11일 진행한 두 번째 무순위 청약에서 또 다시 미달되며 고배를 마셔야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분상제의 취지가 희석됐다고 분석한다. 분상제 이후 시세차익 기대감이 커지면서 관심 없던 지역도 무조건 넣고 보자는 시장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지적이다. 또한 정비사업에서는 분상제가 걸림돌로 작용, 조합원의 이익을 뺏어 일반분양자에게 주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고 꼬집는다. 무엇보다 집값 급등을 막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은형 대한건설 정책연구원은 “근본적인 것은 주택시장의 안정인데 분상제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며 “분상제라는 좁은 제도틀의 변화에 머물지 말고 ‘시장안정’이라는 큰 틀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채권입찰제 도입 등 제도 보완책 나와야

업계에선 청약 과열 등 부작용을 야기한 분상제에 대한 대안으로 ‘채권입찰제’ 도입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채권입찰제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30% 이상 낮아 시세 차익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청약자에게 제2종 국민주택채권을 구입하게 해 시세 차익 일부를 환수하는 제도다. 시세 차익을 노린 청약 경쟁을 막고, 실수요자에게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채권 판매 금액은 공공 목적의 국민주택사업 등에 사용한다.
 
다만 도입에 대한 조심스러운 시선도 있다. 채권입찰제 도입으로 개인은 주택청약 때 돈이 더 들고 그만큼 공공으로 들어가는 수익은 늘어날 테니, 돈을 정확히 어떤 용도로 집행할 것 인지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공동주택 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분상제가 공급 확대라든지 자재값 인상에 따른 시세 반영 같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분양가 인상이라는 부작용들이 존재한다”며 “분상제를 개선하더라도 채권 입찰제 도입이라든가 보완적인 제도들을 강구해서 해제를 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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