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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히트 친 ‘감자빵 신화’로 ‘농부가 꿈이 되는 회사’ 굽는다

‘농업회사법인 밭’ 공동대표 이미소·최동녘 부부 인터뷰
지난해 640만개 팔려 100억 매출, 춘천에 60만명 다녀가
국산 감자 살리려 애쓰는 아버지 도우려 귀농한 이 대표
한국농수산대 나온 ‘청년 농부’ 최 대표와 동고동락
직원 150명 신명나는 일터 “젊은이들 강원도로 내려오게 할 것”

 
 
‘감자빵 신화’ 구워낸 ‘농업회사법인 밭’ 공동대표 이미소·최동녘 부부 [사진 중앙UCN]
 
지난해 640만개가 팔려 매출 100억원 이상을 달성한 ‘감자빵’은 식품업계를 놀라게 한 베스트셀러다. 지름 7㎝의 빵을 한 줄로 세우면 지구 한 바퀴를 돈다. 오븐에 구워 으깬 감자소를 감자전분·쌀가루로 만든 반죽 안에 넣고, 겉에는 흑임자·콩가루를 묻혀 흙에서 갓 캐낸 감자를 연상케 한다. 1인당 3개로 제한한 감자빵을 사려고 강원도 춘천의 카페 ‘감자밭’을 찾은 손님이 작년에만 60만명이었다.
 
감자빵 신화를 만든 ‘농업회사법인 밭 주식회사’의 이미소·최동녘 공동대표를 인터뷰했다. 이들은 ‘베테랑 청년농부’와 ‘귀농 초보사업가’로 만나 2020년 결혼했다. 직원 150명이 일하는 이 회사의 슬로건은 ‘농부가 꿈이 되는 회사’다.  
 
감자빵이 3년 만에 빅 히트를 비결이 뭔가요?
동녘: ‘이게 빵이야 감자야’ 라는 시선을 만들어 냈던 게 저희의 재치가 아니었나 싶어요. 속 앙금으로 치면 반 이상이 감자거든요. 그 감자도 찌거나 삶으면 편한데 저희는 섭씨 180도 오븐에 1시간 반 이상을 구워요. 수분이 날아가 응축된 감자 본연의 단맛이 나오는 거죠.  
 

밭에서 막 캐낸 감자 연상시키는 감자빵 빅히트

[사진 중앙UCN]
 
이 감자빵의 스토리텔링은 무엇입니까?
미소: 아버지가 다양한 품종의 감자 농사를 지으셨어요. 미국산인 수미감자에 밀려 판로가 막혔고 폐기할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네가 와서 한번 해봐라’고 부르셨어요. 제가 서울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직장에 다닌 지 6개월 만이었죠. 내려와서 3년 동안 헛수고를 하다가 한국농수산대학교를 나온 ‘청년 농부’ 남편을 만났고, 같이 감자밭이라는 콘텐트를 만들면서 큰 사랑을 받았어요. 귀농-아빠-농부남편 스토리가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준 것 같아요.  
동녘: 저도 강원도 양구에서 태어나 살다가 고등학교를 서울로 오게 됐어요. 친구들이 ‘너희는 감자가 화폐처럼 통용된다며? 버스비도 감자로 내고’ 라면서 놀렸어요. 그런데 정작 저희에게는 감자를 활용한 콘텐트가 없었죠. 장인어른이 직접 농사를 지으신 감자밭에 카페를 만들고 스토리를 쌓아온 게 감자빵으로 터진 것 같아요.
 
감자빵 캐릭터가 독특한데요. 어떤 의미가 담겼나요.
동녘: 디자이너인 제 누나가 만들어 줬습니다. 감자눈이 쏙쏙 들어가 있는 걸 표현했고요. 감자가 감자를 먹고 있는 모습인데, 좀 잔인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속에 의미가 있습니다. 저희 부모님 세대가 강원도에서 감자와 함께 살아온 세월이 녹록치 않았잖아요. ‘부모 세대의 고통과 아픔을 먹고 새로운 콘텐트로 거듭나는 감자. 우리가 잘나서가 아니라 부모님 세대가 고생하셨던 걸 우리가 먹고 이렇게 잘 되고 있지 않나’ 이런 마음을 표현한 거죠.
 
겉모양이 흙에서 방금 캔 것 같습니다.  
동녘: 겉에 콩가루와 흑임자가 묻어 있어서 고소하면서도 묘한 상상력을 제공하죠. 빵이 유명하지 않았을 때 디스플레이를 해 놓으면 ‘왜 땅에 감자가 떨어져 있냐’ ‘먹어도 되냐. 씻어서 먹느냐, 털고 먹냐’ 이런 질문들을 많이 받았어요(웃음). 반죽에 밀가루는 전혀 안 쓰고 전분이랑 쌀가루가 들어가서 쫀득쫀득한 맛을 냈습니다.
 
감자빵에 쓰이는 감자 종자는 강원대 의생명과학대 임영석 학장님이 개발하신 거죠?
미소: 맞습니다. 로즈 감자는 겉이 빨갛고 속은 노란데 단맛이 더 나는 품종이고요. 고구마처럼 생긴 고구마감자도 있고요, 저희 아빠의 호를 딴 청강이라는 감자도 있어요. 청강은 전분 함량이 낮고 사이즈는 큽니다. 각 품종의 특성과 질감을 믹싱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감자빵 개발 과정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동녘: 제품화 과정에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춰야 하니까 팀이 필요했어요. 2020년 6월 14일에 결혼을 했는데 7월부터 친구 두 명이 합류해 신혼집에서 거의 1년 반을 같이 뒹굴면서 살았습니다. 사생활을 반납해서, 신혼을 갈아서 만든 감자빵입니다. 끝나고 나니까 정말 힘든 길이었구나 라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때는 새벽까지 술도 좀 마시고 놀기도 하면서 재밌게 일했습니다.  
 

홍천 옥수수밭, 강릉 콩밭 등 지역 특산물 제품화 박차

  
다른 제품도 준비하고 있는지요.
동녘: 강원도에는 감자 말고도 지역을 상징하는 특산물들이 많잖아요. 홍천 하면 찰옥수수, 강릉 하면 콩이 유명하고 순두부도 있고 커피도 유명하고요. 제가 양구에서 유기농 사과 재배를 7년 정도 했거든요. 양구 사과밭, 강릉 콩밭, 홍천 옥수수밭 이런 식으로 재치 있게 지역의 특산품을 제품화 하고 지역의 이야기들을 발굴하려고 합니다. 상주에서 곶감 농사짓던 친구, 거창에서 딸기 농사를 하는 친구 등등 전국에서 저희와 함께 하고 싶어서 합류를 했어요.  
 
이 대표님은 어릴 적 외모 콤플렉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등을 겪으며 힘든 시간을 보냈죠.  
미소: 네 지금도 극복 중입니다. 사업을 하면서 제 모습을 알아가게 됐죠. 제가 턱이 많이 나와서 같이 밥을 먹을 친구가 없을 정도로 따돌림을 심하게 당했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할 정도였어요. 그때 저를 일으켜줬던 건 부모님의 사랑이었고, 그 후에 남편을 만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해결이 됐던 것 같아요.
 
책도 쓰셨어요. 제목이 [오늘도 매진되었습니다]네요.
미소: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으면서 용기·배움·힐링을 얻었어요. 작년 11월에 책을 냈는데 6개월 만에 1만부 이상 팔리고 베스트셀러에도 올라서 큰 영광이었습니다. 책을 읽은 분들은 ‘네가 생각보다 짧은 기간에 많은 일들을 했구나. 그냥 된 줄 알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구나. 재미 삼아 읽었는데 교훈이 됐다’는 반응을 보여주셔서 감동이었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만났나요?
동녘: 강원도를 대표하는 남녀 청년 농부로 뽑혀 행사장에서 만나게 됐습니다. 살아가는 터전에서 어떤 가치를 찾아가는 데 서로 마음이 통했고, 깊은 얘기를 하게 됐죠. 당시 (아내가) 로즈 감자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판매하는 방향을 고민하던 와중에 눈이 맞게 됐고(웃음) 사귄 지 이틀 만에 사업을 같이 시작했어요.
 
이 사업을 하는 목적이 뭡니까.
동녘: 좀 서정적일지 모르지만 ‘사랑을 전하는 것’이라고 큰 목표를 정했어요. 저희 회사 이름인 ‘밭’에는 세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 번째 밭은 농토를 뜻하고, 두 번째는 저희가 함께 성장하는 회사 밭, 세 번째는 각자 마음의 밭을 상징합니다. 마음밭을 잘 일구는, 자기의 색을 찾아가고 자기를 가꿈으로 다른 사람도 가꿔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저희 회사의 비전입니다.  
 
슬로건은 ‘농부가 꿈이 되는 회사’로 정했다면서요.
미소: 맞습니다. 그 동안 농부는 뭔가 도움을 줘야 하는 대상, 좀 힘들고 고루한 이미지로 고정됐죠. 저희는 농부를 새롭게 정의했습니다. 농작물을 잘 기르는 사람이 농부고, 마음의 밭을 일구고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터를 일구는 사람도 농부고, 이런 지속 가능한 농업의 가치를 응원하는 사람도 다 농부다. 그런 농부가 꿈이 되게 하자라는 슬로건을 만든 뒤 뭉클했던 기억이 납니다.  
 
[사진 중앙UCN]
 
직원들 기숙사로 소양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얻어 주셨다면서요.
동녘: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가격에 강변 뷰 아파트 몇 채를 전세로 얻어 저희와 직원들이 살고 있습니다. 왜 바글바글 대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아옹다옹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미소: 동물들도 단위 면적당 개체 밀도가 올라가면 알을 많이 안 낳는다고 합니다.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라지요.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자살·부동산·저출산 등 각종 문제가 서울과 수도권 집중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가 전국에서 가장 일하기 좋은 곳이 되면 도시에 있는 친구들이 강원도로 이주하게 되겠죠. 그런 여건을 만드는 게 목표이기도 합니다.  
 
대표님들과 회사의 미래상은?
미소: 저희처럼 농부들과 함께 콘텐트를 쌓아가는 게 전국에 여러 군데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참외밭·곶감밭·사과밭처럼 어떤 지역에서 나고 자란 것들의 이야기가 경쟁력이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고, 그런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게 저희의 꿈입니다.  
동녘: 회사가 커지면서 많은 이야기들이 생겼어요. 저를 어릴 때부터 봐주셨던 86세 할머니가 저희 공장에서 감자를 까는 일을 하고 계십니다. 친구들도 자기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지방에 내려옵니다. 저희가 감자 수매를 하면 그래도 가격을 조금 더 쳐 줄 수 있고, 그럴 때 친구들이 ‘이 정도면 먹고 살 수 있겠다’는 말을 건넬 때 많은 감정을 느껴요. 저희에겐 그냥 감자빵이지만 여기가 우리가 표현하고자 하는 사랑의 시발점이 아닌가 싶어요.  
 
 

정영재 중앙UCN 대표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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