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약세장에 ‘블록딜’ 악재까지… 개인투자자는 한숨만
올해 블록딜 후 주가 평균 6.74% 하락
블록딜 사전 공시 제도 법안에 관심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소식은 주가에 악재다. 지금처럼 코스피가 하락장일 때에는 하락 폭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예고치 못한 블록딜 소식에 주가가 하락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의 몫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블록딜이 이뤄진 대형주들은 블록딜 직후 주가가 평균 6.74% 하락했다. 가장 많이 하락한 기업은 카카오페이(-15.57%)였다. 이어 삼성SDS(-7.14%), 셀트리온(-7.18%), 셀트리온헬스케어(-7.08%), 우리금융지주(-5.10%) 순으로 떨어졌다.
블록딜은 대주주나 기관들이 다른 주체에게 대량의 지분을 장 이외 시간에 매각하는 것을 말한다. 장중에 대량의 주식을 매도할 경우 주가가 급락할 수 있기 때문에 장 이외 시간에 매매에 나선다. 블록딜 주식은 일정한 할인율이 적용되어 대량으로 거래되기 때문에 현재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체결된다. 때문에 블록딜이 이뤄지면 장 시작 후 그만큼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
예컨대 6월 7일 카카오페이는 2대 주주 알리페이의 블록딜 여파에 전날보다 15.57%(1만6500원) 하락했다. 블록딜 소식과 코스피가 연중 최저점인 2500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카카오페이는 14일까지 27% 이상 떨어졌다.
카카오페이의 2대 주주인 알리페이싱가포르홀딩스(알리페이)는 지난 7일 보유한 지분 5101만5105주 가운데 500만주(3.77%)를 블록딜로 기관투자자들에게 매도했다. 매각가는 7일 종가(10만6000원)보다 11.8% 낮은 9만3492원으로 결정됐다. 알리페이는 이번 딜로 약 4900억원을 회수했다.
대부분 블록딜은 대주주 자금마련 용도
카카오페이 블록딜 악재는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12월 10일 카카오페이는 주요 경영진의 ‘먹튀 논란’으로 물의를 빚었다. 카카오페이 경영진은 상장 한 달 만에 블록딜로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 약 44만주를 매각했다. 주당 처분 단가는 20만4017원, 매각 추정가는 469억2390만원이다. 20만원대를 넘었던 카카오페이 주가는 경영진 대량 매도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보통 블록딜은 기업 오너들의 상속재원 또는 기타 용도의 현금 창구로 활용된다. 지난 3월 24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타계로 인한 유산 상속세를 납부를 위해 삼성전자 보통주 1994만1860주를 24일 시간 외 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처분 단가는 한 주당 6만8800원이다. 같은 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가 6만9800원에 거래를 마감한 것과 비교하면 1.43% 낮은 수준이다. 홍라희 전 관장이 직전까지 보유했던 삼성전자 주식은 1억3724만여주로 홍 전 관장은 이번 주식 매각으로 1조3720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같은 달 22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도 삼성SDS 주식 총 301만8860주를 처분했다. 처분한 단가는 1주당 12만7680원이다. 블록딜 처분 후 22일 삼성SDS 주가는 전날보다 7.14%(1만원) 떨어진 13만원에 마감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3대 주주 블록딜로 하락했다. 3월 22일 셀트리온은 전날보다 7.18%, 셀트리온헬스케어는 7.08% 각각 빠졌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대량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줬다. 테마섹은 블록딜 물량을 포함해 셀트리온 지분 6.59%,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6.63%를 보유한 3대 주주다. 블록딜 거래금액은 셀트리온 3900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 1700억원으로 알려졌다.
최근 블록딜에 나선 롯데칠성 주가도 떨어졌다. 롯데칠성은 리오프닝 수혜주로 불리면서 상승세를 탔지만 지난 9일 전날보다 4.1% 하락한 18만7000원에 장 마감했다. 주요 주주인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칠성 지분 5.1%(47만3450주) 중 20만주 매각을 추진했다. 호텔롯데는 이번 블록딜로 약 371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호텔롯데는 “주식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신용 등급을 방어할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블록딜이 진행되면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주식시장에서 언제든지 매물로 쏟아질 수 있는 잠재적인 과잉 물량인 오버행 우려가 남아서다. 예컨대 현재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삼성SDS 지분 구성을 보면 이재용 부회장 지분 9.2%, 이부진 사장과 이서현 이사장의 지분 각각 1.95%로 모두 합치면 13%가 넘는다. 이번 블록딜로 처리된 지분은 3.9% 수준이다. 삼성 오너일가의 상속세는 약 12조원으로 오는 2026년까지 2조원씩 분할 납부로 진행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상속세 마련을 위해 블록딜을 추가로 진행할 수 있어 오버행 이슈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최근 블록딜에 나선 알리페이는 여전히 카카오페이 지분 34.72%(4601만5105주)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조아해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매각으로 알리페이가 보유한 잔여 지분도 오버행 우려가 불거졌다”면서 “목표주가를 기존 16만2000원에서 12만원으로 낮춘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주주 주식매도 신고서 제출 의무
블록딜을 한다고 해서 주가가 계속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기업에 특별한 악재가 없으면 다시 제자리를 찾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가가 제자리를 찾는다 해도 개인투자자에게 블록딜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지금처럼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더 그렇다. 때문에 블록딜 사전 공시제도 등과 같은 소액주주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상 주권상장법인의 주요 주주(10% 이상 주주 또는 사실상 지배주주)가 보유주식을 장내에서 매도할 경우 사전신고해야 하는 규정이 없다.
이에 지난 4월 14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상장법인의 주요 주주가 보유주식을 장내(블록딜 포함)에서 매도할 경우 사전신고 의무를 부과하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요 주주가 3개월 이내에 발행주식 총수의 1% 이상 주식을 장내매도(블록딜 포함)를 할 경우 증권선물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대량매도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대량매도신고서를 제출한 주요주주는 그 신고서의 접수일로부터 3개월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내에는 해당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했다. 주요주주가 대량매도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거나 허위로 기재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간 이내에 해당 주식을 매도할 경우 등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미국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주요 주주의 주식매도에 대해 신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있다. 여기에 사전거래계획서도 제출해야 하는 등 강도 높은 공시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소액 주주 입장에서 블록딜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며 “사전 공시를 하게 되면 소액 주주들의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모든 블록딜이 내부자 거래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경영진들이 회사 내부 정보를 알 가능성이 높다”면서 “블록딜 사전 공시 제도가 제도화된다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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