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중대재해법' 개정 나서자 재계 일제히 호응…산재사고는 계속
전경련 "정의부터 명확히 해야"
경총 "사고 후 처벌보다 사전 예방 중요"
1월 법시행 이후 사상자 24명
여당에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당론으로 추진하려는 움직임이 일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재계에서도 이에 맞춰 적극 호응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박대출 의원 등은 17일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재발의했다. 개정안은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이 충분한 조치를 했는데도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억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처벌 수위를 낮추는 게 핵심 내용이다.
그러자 전경련이 현행 중대재해법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하며 20일 중대재해법에 대한 건의를 고용노동부에 전달하고 나섰다. 특히 중대산업재해 정의, 중대시민재해 정의, 경영책임자 등 정의, 경영책임자 등 안전보건확보의무, 도급 등 관계에서의 안전보건확보의무, 안전보건교육의 수강, 종사자의 의무, 경영책임자 등 처벌, 손해배상의 책임 등 총 9가지 사안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처벌 대상을 ‘경영책임자 등’으로 포괄적으로 규정해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처벌 대상에 포함되거나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은 “안전보건과 관련해 인력, 예산 등의 최종 권한을 가진 최고안전책임자(CSO)가 있을 경우 대표이사 책임이 면책 가능한지 묻는 기업들이 많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은 각기 다르다”며 “중대재해법이 강력한 형벌을 부과하는 만큼 명확성에 대한 요구가 엄격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총도 ‘주요 선진국 사례로 본 우리나라 산재예방 행정운영체계의 문제점 및 개편 방향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하며 중대재해법이 처벌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산재사망 시 처벌수위가 높지 않음에도 사고사망자 비중이 낮은 주요선진국(영국, 독일, 미국, 일본)의 실태 파악을 통해 우리나라 산재예방 행정운영체계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선진국들은 일원화된 산재예방 조직체계를 갖추고 효율적으로 산재예방 사업을 수행하고 있지만, 한국은 산재예방기관인 고용노동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의 업무와 기능이 중복돼 예방정책과 사업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행정조직 운영방식은 조직을 확대하거나 인력을 확충하는 것에만 집중하기보다 사업장의 작업환경 개선에 도움을 주고 산재감소의 효과성도 높일 수 있는 감독기준과 감독관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에도 근로자 산재 사고가 잇따르고 노동자 안전 관리에 소홀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함께 나오고 있다. 법 개정도 중요하지만, 사업장 안전을 강화하고 경영 책임자들이 더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대재해법 개정안 발의에 대해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광주 학동 참사와 화정동 붕괴 참사를 일으킨 현대산업개발이 대표적인 안전인증제도인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기업이었다. 안전인증제도의 부실사례는 널려 있다”며 “산업안전공단의 인증이 안전경영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법 준수 여부를 걸러내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한편,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한국산업단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올해 1월 27일부터 지난 7일까지 공단이 관리하는 전국 64개 산업단지에서 화재, 화학사고, 폭발 등 7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7건의 사고로 인한 사상자는 24명으로 사망자 9명, 부상자 15명이었다. 2017년부터 지난 7일까지 5년여 동안 공단이 관리하는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사고 숨지거나 다친 사람은 246명에 달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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