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부 부동산 정책 박근혜정부와 닮은꼴? [빚내서 집사라 시즌2 ②]
‘불황 리스크’에 부동산 경기 활성화, 공급 확대에 방점
‘집값 띄우기’ 부작용 우려
6월 21일 열린 부동산 관계 장관회의에서 드러난 새 정부 정책은 규제 완화에 중점을 둔 모양새다. 이전 정권 시절 규제 일변도였던 정책 흐름이 다시 박근혜 정부 때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제 완화와 대출 풀기, 그리고 도심공급이라는 큰 틀에서 박근혜 정부 초~중기 정책과 유사성이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제 완화 흐름은 지난 5년간 집값과 전셋값 동반 급등, 서울 주택공급 부족 같은 부작용을 불러온 문재인 정부와 눈에 띄게 차별화된다는 점에서 예상 가능한 부분이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현 정부가 “빚내서 집 사라는 거냐”며 볼멘소리를 듣던 박근혜 정권 기조를 따르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존재한다. 당장 집값 상승률이 꺾이며 주택 시장이 잠시나마 안정을 찾은 가운데 ‘건설 경기 띄우기’, ‘신속한 공급’에 집중하다 집값이 다시 뛰거나 갭투자를 양산하는 등 시장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윤석열 정책=‘온건한 박근혜’ 정책
박근혜 정부 역시 임기 첫해를 맞은 2013년 4·1대책과 뒤이은 8.28 전·월세 대책을 통해 대표적 부동산 거래세인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완화 혜택을 다주택자에게까지 적용했다. 당시 정부는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확대하고 금리를 낮춰주는 등 대출 측면에서도 과감한 행보를 이어갔다.
주택공급 측면에선 무엇보다 두 정부 모두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활성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서울 집값 상승을 우려해 분양가 통제, 안전진단 강화 같은 대책을 통해 정비사업 진행을 억누르고 수도권 택지개발에 집중한 것과 대조된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핵심입지에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 당시 폐지됐던 민간주택에 대한 분양가상한제는 전 정권 때 부활했다가, 현 정권에서 결국 또다시 개편 또는 폐지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실현되기 힘든 부동산 ‘골디락스’의 꿈
최근 국내외 상황 역시 불경기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올해 1분기 GDP 성장률이 0%대에 그치자, 한국은행은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건설투자 등 ‘건설업 부진’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들어 조정기를 맞은 매매시장에 비해 오는 8월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시행 2년을 맞아 급등할 수 있는 전세 시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문제는 당분간 잠잠했던 집값이 또다시 상승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도 정권 후반기에 이르러 양적 완화로 인한 유동성이 부동산 시장에 집중되며 아파트 시세가 상승세를 타자 ‘가계부채 대책’, ‘주택시장 관리방안’ 등을 내놓으며 규제의 고삐를 당겼다. 저금리와 규제 완화, 높은 전세가율로 인해 갭투자가 양산된 것도 이때부터다. 너무 차갑지도, 너무 뜨겁지도 않은 부동산 시장의 ‘골디락스(Goldilocks)’를 찾기는 이토록 어려웠다.
윤석열 정부 앞에는 더욱 험난한 상황이 예고돼 있다. 자재비 급등을 비롯한 글로벌 물가상승 현상이 경기침체 속에서도 주택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6월 15일 열린 ‘새 정부의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방향과 추진전략 토론회’에선 주택산업연구원이 “내후년부터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가 대부분 정리되고, 미국의 테이퍼링 마무리와 대선 등으로 세계경기와 국내 경기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2024년부터 집값의 상승전환을 전망하기도 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 랩장은 “윤석열 정부의 분양가 제도운용 합리화는 서울 등 도심의 공급절벽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지만, 도심 및 구도시 알짜 정비사업지 일반분양 물량은 분양가 상승 등 수분양자 부담 증가로 연결될 수 있다”면서 “물가에 연동될 수밖에 없는 건자재 가격 상승에 기본형 건축비 상향이 높은 분양가로 연결된다면 서울 등 신축이 부족한 주요지역의 재고아파트가 매매가의 지지대 역할을 하게 되면서 공급으로 인한 큰 폭의 가격 조정을 기대하기는 제한적일 것”이고 분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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