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시대…강남빌딩은 거래 감소해도 가격 올라
땅값 vs 수익률 ‘딜레마’, 서울 업무·상업시설 ‘옥석가리기’ 시작
서울 강남구 역삼동 소재 A빌딩은 약 6년 전 손 바뀜이 된 당시보다 4배 넘게 가격이 올라 중개시장에 나온 상태다. 40억원 대였던 가격은 몇 년 만에 200억원 대로 급등했다.
그러나 근린상가로 구성된 해당 건물은 매물로 나온 지 1년 동안 거래되지 않고 있다. 거래 규모 자체가 워낙 큰 데다 금리인상 시기를 맞아 강남권 빌딩 거래가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6일 [이코노미스트] 취재 결과 최근 강남을 비롯한 서울지역 빌딩 거래가 다소 잠잠한 가운데 거래가격은 여전히 오르고 있었다.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꼬마빌딩까지 확산된 ‘묻지마’ 매수는 한풀 꺾였으나 호가가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창동 밸류맵 리서치팀장은 “요즘 거래가 빠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하락거래가 없고 호가는 오히려 오르는 중”면서 “건물은 아파트 시장과 달라서 거래량이 빠진다고 해서 호가가 함께 빠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밸류맵 통계에 따르면 강남구 업무·상업시설 연간 거래 건수는 올해 들어 감소하는 추세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00~300건대를 유지하던 거래 건수는 서울 빌딩수요가 급증하던 2020년과 지난해 각각 468건과 509건을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안전자산으로 평가 받는 강남 빌딩으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까지 거래건수는 171건에 그치고 있다. 월별로 보면 올해 1월 25건, 2월 30건이었던 거래건수가 3, 4, 5월에 35건, 36건, 32건으로 비슷하게 유지되다 6월 들어 13건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이처럼 거래자체가 감소하면서 꾸준히 오름세를 그리던 연간 총 거래금액 역시 지난해 10조2328억원까지 올랐다 올해 6월까지 3조7808억원으로 내려앉으며 다시 떨어지는 있는 모양새다.
반면 3.3㎡당 실거래가는 오히려 오르고 있다. 2020년 1억1427만원으로 처음 1억원을 넘긴 강남구 업무·상업시설 3.3㎡당 가격은 지난해 1억4686만원을 기록한 뒤 올해 6월까지 신고분을 기준으로 1억6107만원으로 상승했다.
수익률 낮아도 땅값 여전히 비싸
수년간 빌딩 시세가 오른 데다 최근 금리상승이 겹치면서 서울 빌딩수익률은 급격히 떨어진 상태다. 특히 일부 강남 번화가 건물은 1%가 채 안 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처럼 빌딩 가격에 변화가 없는 이유로는 무엇보다 ‘땅값’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땅값이 비싼 서울시 내 단독건물 특성상 건물부지의 지가가 가치에 반영돼 시세는 여전히 떨어지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4월 발표한 서울 개별공시지가는 평균 11.54% 상승했다. 이중 강남 3구에 속하는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공시지가는 각각 13.62%, 13.39%, 12.75% 올랐다.
한 빌딩중개법인 관계자는 “서울에서도 특히 강남지역 건물은 땅값을 따라가기 때문에 수익률이 떨어진다고 시세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최근에는 반드시 투자 관점에서 임대수익을 찾기보다는 비역세권이라도 사옥용으로 쓰기 좋은 건물을 찾는 등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높은 수익률을 찾아 서울이 아닌 경기도 건물을 찾는 고객이 많아진 것 역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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