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만들던 삼성맨, 신탁사 정비사업 성장에 ‘날개’ 달아
재건축·재개발 현장 대응력 높아…대형 정비사업 수주에 한 몫
신탁방식 초기단계 지나며 인력 구성은 다양화 추세
최근 부동산 신탁사가 대형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한 각종 정비사업에 점차 보폭을 넓히면서 국내 주요 신탁사에 소속된 삼성물산 출신 인력들의 역할이 주목 받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중단 사태를 맞아 기존 조합방식 대신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더욱 각광 받는 가운데 삼성물산 등 대형 건설사 출신 위주의 영업조직 역시 ‘셀링 포인트’로 신탁사 수주에 더욱 보탬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몇 년 사이 정부규제와 시공사와의 공사비 협상 문제가 재건축·재개발의 걸림돌이 되면서 초기 소형 사업 위주로 시작됐던 신탁사의 정비사업 수주가 수도권 주요 지역 및 대형 정비사업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일부 신탁사는 이 같은 수주 과정에서 '삼성물산 출신으로 구성된 전문팀'을 내세우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래미안 신화’를 써온 삼성물산 건설부문 출신 정비사업 인력은 도시정비업계에서 ‘S급 인재’로 평가 받는다. 사업지 수주과정에서 필요한 영업력은 물론 정비사업 진행 시 시공사와 협상, 인허가 문제 해결 등에 국내 최고 수준의 노하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재들 다수는 삼성물산이 2014~2016년 주택사업을 축소하고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타 대형 건설사나 시행사는 물론, 신탁사로도 다수 흡수됐다. 2016년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며 신탁사가 정비사업을 대행 및 시행할 수 있게 된 것이 계기가 됐다. 신탁사들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정비사업을 새 먹거리로 주목하게 되면서 때 맞춰 대형 건설사 출신 전문 인력을 대거 채용하게 된 것이다.
이후 한국토지신탁, 한국자산신탁 등 대형 신탁사를 비롯해 정비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국내 주요 신탁사에선 삼성물산 출신이 관련 조직의 본부장 및 팀장급을 이루며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신탁사에 삼성물산 출신들이 많이 가서 자리를 잡았다”면서 “아무래도 대형건설사 출신 인력이 PF(프로젝트 파이낸싱)를 조달하는 타이밍이나 시공사와 협상하는 노하우 등을 잘 알고 있다 보니 정비업체들이 채울 수 없는 재건축·재개발 소유주들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신탁업계의 정비사업 진출이 초기단계를 지나며 각 신탁사들은 인적구성을 점차 다양화하는 추세다.
한 신탁사 고위 관계자는 “신탁사들이 정비사업 진출 초기에 관련 노하우를 지닌 대형 건설사 출신 인력을 다수 영입하면서 당시 구조조정을 하고 있던 삼성물산 출신이 많이 채용된 것은 맞다”면서도 “요즘엔 신탁사들의 채용방식이 변해 수시채용을 통해 다양한 분야 출신의 실무자들을 뽑거나 내부인력을 육성하는 등 인적 구성이 다양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금리인상 시기를 맞아 사업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사업 성공에 더욱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는 데다 도시정비사업이 더욱 투명하게 선진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커지면서 전문 인력이 사업을 대행하는 신탁방식 정비사업의 향후 전망은 밝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보름 기자 br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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