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건설사 신용등급, 대우건설 오르고 HDC현산 내리고
신용평가업계, '광주 화정 사고' HDC현산 신용등급 A로 하향
해외 부실 털고 주택 매출 확대한 대우건설은 A로 등급↑
올해 상반기 국내 신용평가업계가 평가한 신용등급에 따라 건설사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대우건설은 해외 현장의 손실이 줄어들고 채산성이 좋은 주택 현장이 늘면서 장기 신용등급이 A로 올라간 반면,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아이파크 붕괴사고로 사업경쟁력 약화와 재무적 불확실성 때문에 신용등급이 A로 내려갔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올해 상반기 7월 1일 기준 정기평가를 실시한 결과 건설사 가운데 신용등급을 하향한 곳은 HDC현대산업개발이며 상향한 곳은 한신공영, 서희건설이라고 밝혔다.
HDC현산 장기 신용등급 A+에서 A로 하향
한신평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은광주 화정아이파크 현장 사고 이후 영업정지 처분과 주택 브랜드인지도, 시공역량 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하면서 주요 예정 사업장의 분양 진행과 신규수주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영업정지 처분에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광주 학동 철거 현장과 화정아이파크 현장에서 중대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1년 이상의 영업정지 집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사업 안정성 측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고 이후 일부 정비사업 수주에도 기존 진행 현장의 시공 배제, 계약 해지 통보 등으로 인한 사업 차질이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에도 주요 주택사업장의 착공, 분양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고 브랜드인지도 저하와 영업정지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수주, 분양 등을 포함한 주택사업 전반의 가변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올해 3월 말 기준 자금보충, 조건부 채무인수 등을 제공한 외주사업(정비사업 및 계열사 제외) 관련 PF우발채무 규모가 약 2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HDC현대산업개발은 사고 이후 PF우발채무 축소에 집중하면서 올해 6월 말 기준 PF우발채무 규모는 약 7000억~8000억원으로 줄어든 상태다.
한신평 관계자는 "HDC현대산업개발은 연결 기준 1조원 이상의 현금성 자산과 부동산을 확보하고 있지만,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지면 인수계약서 등에 따라 발행한 회사채를 만기 전에 상환해야 한다"며 "이는 PF유동화증권의 차환과 금융권 차입금 조달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고 사고 현장 관련 자금 소요 등으로 유동성을 관리하는 데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도 한신평과 마찬가지로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한기평은 HDC현대산업개발의 무보증사채와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각각 A+에서 A로, A2+에서 A2로 조정하고 부정적 검토 대상에 재등록했다. 광주 아이파크 사고 관련 행정처분 결과에 따라 사업‧재무적 불확실성과 유동성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기평 관계자는 "올해 분양물량도 당초 계획한 2만 가구에서 사고 후 1만 가구로 줄였는데 향후 분양 지연이나 분양 물량 감소가 발생하면 외형 축소가 불가피하다"며 "이미 수주한 사업장에서는 시공 배제나 계약 해지 요구가 이어질 경우 수주 경쟁력 추가 훼손 우려도 존재하기 때문에 신규 분양 추이, 시공 계약해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신공영도 올해 상반기 한신평으로부터 신용등급 하향을 겪었다. 한신평은 한신공영의 일부 대규모 자체사업장에서 예상보다 부진한 분양실적이 나타나면서 지난 6월 한신공영의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BBB(긍정적)에서 BBB(안정적)으로 낮췄다.
한신공영은 자체 분양사업 현장 준공, 신규 자체사업장의 분양일정 지연과 판매관리비 부담 등으로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률이 모두 감소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액은 1조3111억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원 이상 줄었고, 영업이익률도 7.7%에서 3.4%로 떨어졌다.
한신평 관계자는 "최근 일부 지방을 중심으로 분양 경기가 악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12월 한신공영이 분양한 대규모 사업장인 포항 펜타시티 현장(2192가구)의 부진한 분양실적이 이어지고 있다"며 "장기간의 업력과 주택 공급실적, 4조8000억원의 보유 수주잔고, 예정사업장 규모와 원가율 등을 고려할 때 주요 현장들을 순차적으로 착공하고 양호한 분양실적을 기록할 경우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사업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지방과 수도권 외곽 등에 위치한 자체사업장 입지 등을 고려하면 향후 주요 현장의 사업 진행 과정, 분양성과, 분양대금 유입 등에 따른 영업실적과 현금흐름 변동성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신용등급 A-에서 A로 껑충
두 신평사는 대우건설의 등급을 상향한 이유로 국내 주택과 주요 해외사업에서의 수익성 상승, 현금창출력 확대 등 재무건전성 개선을 꼽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채산성이 양호한 주택현장을 다수 확보해 영업실적과 재무안정성을 개선하고 있다는 점을 등급 상향의 배경을 설명했다. 중흥그룹에 편입하면서 지배구조가 변화한 것도 대우건설의 자체신용도와 최종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도 대우건설이 국내 주택과 주요 해외 사업에서 우수한 성과에 힘입어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을 개선해 재무안정성을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중흥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합병(M&A)하는 과정에서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이 차주로 직접 인수금융을 조달했기 때문에 대우건설의 재무안정성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대우건설은 나이지리아, 이라크, 베트남 등 채산성이 우수한 해외사업 잔고가 5조7000억원 수준이고 국내주택 잔고 역시 30조1000억원에 달해 지난해 연매출액의 5배에 해당하는 수주 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향후 우수한 브랜드인지도와 풍부한 시공 경험을 바탕으로 양질의 공사물량 확보가 가능하다고 한기평은 예상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대우건설은 플랜트와 토목 공정에 물가변동 요인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고 그룹과 원자재 통합 구매를 통해 구매단가 상승을 통제하고 있어 수익성 하락도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영업이익률도 해마다 상승하는 추세다. 2020년 6.9%에서 지난해 8.5%로 상승한 뒤로도 올해 1분기엔 9.8%로 두 자릿수에 가까웠다.
동부‧두산‧서희건설도 장기 신용등급‧전망 상향
한신평은 동부건설이 대규모 토목, 플랜트 시공 경험, '센트레빌' 인지도, 재무적 투자자인 한국토지신탁사와의 시너지 등에 힘입어 2016년 회생절차 이후 수주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했다고 분석했다.
두산건설도 자구계획 이행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양호한 영업실적으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신평의 기업어음 신용등급이 B-에서 B로 올라갔다. 전자단기사채 역시 기존 B-에서 B로 높아졌다. 두산건설은 지난해 12월 2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면서 부채비율이 전년 동기(422.7%) 대비 234.7%로 크게 떨어졌다.
올해 3월 27일 기준 1만5000가구 규모의 주택사업을 추진하고 분양률 98.5%로 분양성과도 양호한 상태다. 주택부문 채산성에 힘입어 진행사업 원가율이 90% 초반을 유지하고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률도 전년(1.6%) 대비 4%포인트 이상 상승한 6%를 기록했다.
서희건설은 지역주택조합사업의 우수한 분양률과 풍부한 수주잔고, 재무안정성 개선 추세 등을 고려해 한신평으로부터 기존 BBB(안정적)에서 BBB(긍정적)으로한 단계 상향한 등급 전망을 받았다. 2020년 이후 영업이익률이 10%를 웃돌고 있는 데다 올해 3월 말 기준 연간 건설매출액의 4배 수준인 5조2000억원 규모의 수주 잔고를 보유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에서 그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별 사업성 관리에 힘쓰고 조합원을 공급 가구의 80% 이상 모집한 현장 위주로 공사를 개시해 분양위험과 영업자산 부실화 가능성을 통제하고 있다고 한신평은 분석했다. 주택사업 호조로 잉여현금을 축적하면서 서희건설은 2016년부터 마이너스(-) 순차입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올해 3월 말 연결 순차입금은 -624억원으로 부채비율도 120.8%로 우수한 수준이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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