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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식탁에 모인 햄버거 매물…'날 사러 와요' 경쟁 승자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일제히 매각 시동
배달 호황 끝…'몸값 꺾이기 전 팔자'
매물 병목현상…눈치게임도 본격화
"매물별 온도차 커질 수 밖에 없다"

 
 
버거 식사 이미지. (해당 뉴스 내용과 무관) [AFP=연합뉴스]
음식점이 빼곡히 들어선 어느 거리에 햄버거를 사 먹고 싶은 사람이 있다. ‘어떤 햄버거를 먹을까’ 고민하던 찰나를 목격한 한 햄버거 가게 주인이 ‘우리는 패티가 두툼해서 씹는 맛이 좋고 가격도 저렴해 가성비가 좋습니다’라고 외친다.  
 
이를 목격한 다른 햄버거 가게 주인도 이에 질세라 “우리 가게는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글로벌 브랜드 햄버거로 경쟁업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전통이 있다”고 맞받아친다. 홍보에 참전한 또 다른 가게 주인은 “최근 내놓은 햄버거 신메뉴가 MZ세대 사이에서 인기가 좋다”며 “새로운 맛을 원한다면 당연히 우리 가게로 오라”고 강조한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실적 지표

M&A 식탁에 모였다…햄버거 매물 다자구도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인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물들의 상황은 이렇게 비유해 볼 수 있다. 국내 햄버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버거킹과 맥도날드, 맘스터치, KFC 등이 일제히 새 주인을 맞을 준비에 나서면서 빚어진 상황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물들이 M&A 시장에 같은 기간에 쏠리면서 저마다의 강점과 매력 어필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M&A 식탁 위에 차려진 햄버거 매물 가운데 결국 선택받은 매물만 살아남는 ‘단두대 매치’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맥도날드 미국 본사는 최근 미래에셋증권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한국 맥도날드 매각 대상을 물색하고 있다. 현재 한국 맥도날드는 미국 본사에서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 맥도날드의 매각 작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6년 미국 맥도날드 본사가 한국 법인 매각을 추진한 적이 있다. 당시 매일유업과 글로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칼라일 컨소시엄과 협상을 벌였지만 매각가 견해차로 끝내 매각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흥미로운 것은 매각에 나선 햄버거 프랜차이즈 매물이 맥도날드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글로벌 PEF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는 한국과 일본 버거킹 사업권 매각을 위해 연초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상장폐지 절차를 마친 맘스터치도 매각 전초전에 들어갔다. 맘스터치는 최근 국내 한 회계법인을 통해 국내외 PEF 운용사와 전략적투자자(SI)를 대상으로 ‘회사 소개서’를 보내면서 매각 작업 첫발을 뗐다.  
 
해당 사안에 정통한 한 업계 관계자는 “매각 의사를 공식화하는 티저레터(투자설명서)는 아니다”면서도 “(회사 소개서를 통해) 시장 분위기를 보고 괜찮겠다 싶으면 다음 단계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싶은 취지의 회사 소개서 전달”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작업을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태핑(수요조사)에 나섰다는 점에서 매각 의지를 어느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닭껍질 튀김’과 ‘치킨 1+1’ 프로모션으로 잘 알려진 치킨·햄버거 프랜차이즈 KFC도 새 주인을 물색하고 있다. 국내 햄버거 시장을 주도하는 6대 메이저 브랜드 가운데 ‘롯데리아’와 ‘노브랜드 버거’를 제외한 나머지 4개 브랜드가 새 주인 찾기에 나선 것이다.  
 
햄버거 패스트푸드 매물이 같은 기간 시장에 쏟아진 이유를 두고 리오프닝(경기 재개) 여파로 배달 수요가 꺾이기 시작한 게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끌어올린 배달 수요가 꺾이기 전에 엑시트(자금회수) 하겠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 로고 모음. [사진 업체·로이터]

‘날 사러와요’…매물별 강점 어필에 사활 

햄버거 M&A 대전의 막이 오른 상황에서 각 업체가 내세우고 있는 강점은 무엇일까. 몸값 1조원이 거론되는 버거킹은 안정적인 매장과 실적이 돋보인다. 버거킹은 지난해 기준 국내 440곳의 매장을 보유하며 맥도날드(407개)를 제치고 롯데리아, 맘스터치에 이어 국내 매장 수 3위에 올랐다.  
 
버거킹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 늘어난 678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1억원에서 248억원으로 3배 넘게 뛰었다. 견조한 실적을 증명한 상황에서 국내는 물론 일본 버거킹 법인까지 패키지로 인수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다만 버거킹의 이러한 성장세가 이어질 여지가 있느냐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문 부호를 거두지 않고 있다. 매장과 실적을 동시에 끌어올렸던 매각 측 전략이 반대로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국 맥도날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프랜차이즈라는 강점이 있다.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 사업 특성상 브랜드 인지도 중요성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 맥도날드는 여타 매물과는 다른 프리미엄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 맥도날드는 지난해 매출 8679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가운데 가장 많은 매출을 보였다. 2020년 매출(7910억원)과 비교해도 1년 새 약 9% 증가하는 흐름을 보이며 매출 1위 사업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아킬레스건은 실속 지표로 꼽히는 영업이익과 매각 가격이다. 매출이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는 것과 별개로 한국 맥도날드의 영업이익은 2019년 440억원, 2020년 484억원, 지난해 278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폭을 줄여가고 있지만 이윤이 남는 장사는 수년째 못한 셈이다.  
 
매각가가 어느 범주에 형성될지도 관건이다. 2016년 매각 당시 업계가 추정했던 한국 맥도날드 인수가는 5000억~6000억원 안팎이었다. 치솟는 물가 상승과 경영권 인수 프리미엄, 글로벌 인지도를 근거로 이보다 높은 가격대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맘스터치는 국내 매장 수(1352개) 기준으로 롯데리아(1330개)를 넘어선 1위 업체다. 실적 면에서도 2020년 영업익 283억원에서 지난해 385억원으로 비약적 성과를 거뒀다. 전국 매장 수 1위라는 인프라에 경쟁업체를 웃도는 영업이익이 강점으로 꼽힌다.  
 
버거킹과 한국 맥도날드와 달리 매각가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주목할 요소다. 인수 욕구를 부추길 수 있도록 매각가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책정하느냐가 매각전 성패를 좌우할 요소라고 봐도 무방하다. 2019년 말 지분 56.8%를 1938억원에 인수하며 맘스터지를 인수한 PEF 운용사 케이엘앤파트너스의 전략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가 좋아야 (매각 작업이) 탄력을 받는데 현재 상황이 그렇지는 않다”며 “케이엘앤파트너스에서 (매각 시기를 두고) 고민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햄버거 M&A 대전이 생각보다 뜨겁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 취향과 포화상태를 의심받는 프랜차이즈 매장 수, 코로나19로 급등한 배달 수요가 꺾일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해서다. 같은 기간 동종업계 매물이 몰리는 것을 두고 ‘매각가 디스카운트(할인)가 불가피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강점을 어필한 매물과 그렇지 않은 매물의 온도 차가 극명하게 갈릴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프랜차이즈 인수로 사세를 키우려는 원매자들의 존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동종업계 매물이 한꺼번에 시장에 나온 상황을 고려하면 매물별 온도차가 커질 것이다”고 말했다.

김성훈 이데일리 기자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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