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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고 신설하고…개미 떠나자 조직개편 사활

[위기감 커진 증권사 생존전략은①] 조직개편으로 불황 파고 넘는다
거래대금 줄고 IPO 수수료 급감, 2분기 실적 반토막
조직 슬림화·통폐합, 신흥부자 공략 위한 WM사업 강화

 
 
올해 상반기 증시 부진으로 실적이 크게 둔화한 증권사들이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여의도 증권가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2분기 주요 증권사들이 줄줄이 어닝 쇼크(기대 이하의 실적)를 기록하고 있다. 하락장이 길어지면서 증시 거래대금이 급감한 데다 금리 인상으로 업황마저 악화되고 있어서다. 일부 증권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도 어려워졌다. 이렇다 보니 증권주 주가도 바닥을 맴돌고 있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모두 역성장했다. 증권사들은 그간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증시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왔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화투자證, 2분기 93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   

NH투자증권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1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반토막났다. KB증권(-54.6%), 신한금융투자(-45.3%), 하나증권(-85.91%) 등도 두 자릿수로 급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분기에만 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등도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실적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쪼그라든 거래대금 때문이다. 지난해 초 44조원이었던 코스피 일 거래대금은 올해 1분기 20조원으로 줄었고, 2분기엔 그 절반인 10조원대로 감소했다. 하락장에 지친 투자자 이탈이 거세지면서다. 2분기 코스피 지수는 지난 4월 1일 2739.85에 출발해 6월 30일 2332.64로 마감하며 407.21포인트(14.86%) 급락했다.  
 
증시 하락세와 국내외 금리 인상기에 수수료 수입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까지 최대 호황기를 누렸던 기업공개(IPO) 시장은 투자심리 악화로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상반기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했다. 상반기 대어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이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 철회에 나서면서다. 
 
결국 IPO 수수료 수익도 뒷걸음질 쳤다. IPO 수수료는 증권사가 상장 주관·인수 업무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공모금액에 일정 수수료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올 상반기 미래에셋증권의 IPO 수수료 수익은 6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229억원) 71% 줄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24% 각각 줄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업황에도 먹구름이 꼈다. 지난 2년 동안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이 부흥기에 부동산 PF는 중형사들의 알짜 수익원이었다. 증권사들은 대출채권이나 어음에 대해 보증을 서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부동산 PF는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유동화 증권에 증권사가 채무보증을 맡는 형태로 진행된다. 금리 인상 여파로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업 지수는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15개월째 하락 중”이라며 “2분기 실적이 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 증권사 최초로 세무전담 조직 꾸려 

상황이 어려워지자 증권사들은 먹거리 찾기 위한 조직 개편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매크로트레이딩본부, 투자금융본부, 종합금융본부 등 3개 운용본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통합했다. 그동안 자금 성격에 따라 각각의 본부로 독립적으로 운용되던 조직을 통합했다. 내년부터 3개 본부의 운용을 기획하는 투자전략 파트를 신설해 투자 전략과 인하우스 리서치, 유동성 관리, 백 오피스 업무 등을 수직 계열화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도 하반기 인사를 통해 고액 자산가 공략을 위한 프리미어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빠르게 늘어나는 신흥 부유층 대상 영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자산관리영업본부, 재경영업본부, 영남영업본부, 호남충청영업본부를 자산관리 1~4본부로 재편하고, IPS(Investment Product&Service) 내 자산관리서비스본부를 신설하는 등 WM 사업 강화에 집중했다.  
 
NH투자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전문 세무전담 조직을 꾸렸다. 지난 5월 조직개편을 통해 WM사업부에 택스(TAX)센터를 신설했다. 세무사 등 세무 전담 인력을 배치해 고객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맞춤형 세무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강화도 눈에 띈다. 하이투자증권은 기존 디지털혁신본부를 디지털전략실로 개편해 리테일 총괄 산하로 배치하고, 기존 디지털전략부는 디지털마케팅부로 개편했다. 신한금융투자도 디지털전략본부 내 블록체인부를 신설하고 신한금융그룹 내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을 비롯한 STO(증권형토큰발행),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신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새로운 먹거리 찾기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으로 증권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주는 상반기 내내 부진했던 업황 탓에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낮은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증권주 투자 적기라는 의견도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왔지만, 앞으로 업황 악화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증권업의 주가도 충분히 낮아져 있다”며 “증시 여건 개선과 함께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해볼 만한 구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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