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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폭염, 장마까지 3중고”…‘쌀’ 빼고 농산물 다 올랐다

[안 팔리는 시대 잘 파는 방법] ①치솟는 밥상물가
6월 이어 7월까지 소비자물가지수 6.0%대 기록
이중 채소류는 26.0% 상승, 2020년 9월 이후 최대
과잉 공급된 쌀과 날씨 영향 적은 수산물은 예외

 
 
채소류가 26.0% 상승하며, 2020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연합뉴스]
 
# 직장인 이모씨(34)는 아내와 함께 집에서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다,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장보는 가격과 식당에서 고기를 먹는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먼저 이씨는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돼지고기 국산 삼겹살 400g을 1만4000원 수준에 담고 국산 청상추 100g을 4990원, 깻잎 30g을 1780원, 오이맛고추 1봉을 2380원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쌈장 500g 4200원까지 추가하자 총 가격은 2만7350원이 나왔다. 하지만 마트 옆에 위치한 전문 돼지고기 식당에서 생삼겹살 2인분을 먹을 때 가격은 2만8000원. 이씨는 비슷한 가격이라면 집에서 직접 고기를 굽고 준비해야 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는 식당을 택했다.      
 
물가가 끝없이 치솟고 있다. 지난 6월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지수 6.0%를 기록한 데 이어, 바로 직후인 7월에 다시금 기록을 경신했다. 지난 8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7월 소비자물가 동향 자료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전년동월대비 6.3%가 각각 상승했다.  
 

장바구니 물가 급등…과잉 공급된 쌀만 하락세  

이는 지난 6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6%에 진입한 데 이어, 연속으로 6%를 기록한 것이다. 또 이 같은 오름세는 1998년 10월(7.2%)~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소비자물가 자료에 따르면 여러 부문 중에서도 밥상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가전년동월비 13.0% 상승해, 유일하게 증가율 10%대를 기록했다. 또 채소류는 2020년 9월(31.8%) 이후, 최대 상승치를 기록했다.
  
주요 등락품목으로는 상추가 전월대비 108.0%가 껑충 뛰었고, 오이 73.4, 배추 30.4%, 시금치 95.4%, 호박 50.6% 등 농산물이 꼽혔다. 공업제품, 서비스 부문, 전기·수도·가스 등 다양한 부문이 대부분이 10% 미만 상승한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실제 경유는 전월대비 1.2%, 빵은 3.1%, 도시가스 6.7%, 국제항공료 5.8%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인력이 부족하고 생산비 부담 등으로 재배 면적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무덥고 계속 내린 비까지 악영향을 끼쳤다. 7월 장마 이후 최고 기온 35도에 육박하는 등 고온 현상이 이어지면서 농작물 뿌리와 이파리가 썩고, 강한 햇볕에 작물이 데이는 현상 등이 나타나 채소, 과일류 생산량이 예년보다 한참 못 미쳤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통계를 보면 배추, 무, 당근 등 각각 올해 재배 면적이 전년대비 8.6%, 3.9%, 2.5% 감소했다. 신선 채소와 신선과실 품목 물가가 전년동월대비 각각 26.0%, 7.5% 급등한 까닭이다.  
 
식품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요즘 쌀값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유일하게 지속해서 가격 하락세를 보이는 농산물도 있다. 바로 ‘쌀(일반미)’이다. 쌀은 전월대비 1.6%, 전년동월대비 14.3% 가격이 내려갔다. 작황이 나쁜 채소와 과일과 달리, 쌀은 지난해 풍년을 맞아 전년 대비 10.7% 증가한 388만톤이 생산돼 약 37만톤가량이 과잉 공급됐다. 
 
이 같은 과잉 공급으로 쌀 재고는 쌓여있는데,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소비가 줄면서 쌓여있는 쌀의 가격이 계속해서 내려가고 있는 셈이다. 쌀 가격 내림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올여름 오랜 가뭄과 갑작스러운 장마로 인해 벼농사 피해 변수가 있지만, 8월 말이면 다시 햅쌀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수산물도 비교적 안정적인 물가를 유지하고 있다. 수산물은 전년동월대비 3.5% 상승했지만, 채소류가 25.9% 오르고 축산물이 6.5%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안정세를 띤다. 실제 같은 기간 돼지고기와 수입 쇠고기가 각각 전년동월대비 9.9%, 24.7% 증가하며 오름폭이 가파르지만, 고등어와 오징어는 각각 2.1%, 1.9% 수준으로 완만하게 올랐다.  
 
수산물은 어획할 때 폭염이나 장마 등 변덕스러운 날씨 변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축산업과 달리 사료도 필요 없기 때문에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안정화는 언제? 추석 이후 농산물 내림세 기대  

급등한 농산물 가격은 추석이 지나고서야 안정화될 전망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이번에 채소류가 많이 상승한 이유에 대해 “국제유가 상승이나 식량·비료 수출제한 조치 등이 있었는데, 이 같은 상황이 유류비·비료비 등 전반적으로 생산비를 상승시킨 것으로 분석된다”며 “여기에 잦은 강우와 고온다습한 날씨 등으로 잎채소 작황이 좋지 않았던 점이 채소류 가격을 많이 올린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동훈 한국 물가정보 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전쟁 이슈로 수입 제반 비용 상승이라는 변수가 있지만, 추석 이후에는 농식품부 물가가 내려갈 것으로 전망한다”며 “코로나19 재유행과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소비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추석 때 미리 사드린 성수품을 한동안 먹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농산물 가격은 추석 이후 10~20%가량 내려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어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다음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보긴 어렵겠지만, 기본적으로 국제유가 급등 등 우리 물가상승을 주도했던 대외적 요인들이 다소 완화되는 조짐을 보인다”며 “또 지난해 8~9월이 물가상승률이 높았던 것에 따른 기저효과가 어느 정도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음 달에는 오름세가 확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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